창문을 열자 이른 새벽 공기가 들어온다. 도시는 여전히 어둠에 잠겨 고요하기만 하다. 배준혁은 창틀에 기대 그 풍경을 가만히 내려다봤다. 하룻밤 사이에 세상이 바뀌었다. 이 시간에는 지난주까지만 해도 보통 이른 출근을 하거나, 늦은 퇴근을 하는 사람들로 가득했는데 오늘은 한적하다. 가로등 없이도 밝았던 골목이 이제는 가로등이 유일한 불빛이었고 그 불빛조차
신을 등진 자는 성모 마리아의 앞에서 고개를 숙이고, 몸을 낮춘다. 죄인에게도 석상은 변함없이 모든 것을 포용 할 듯이 자애로운 미소를 지으며 내려다본다. 그 시선 아래, 손안에 쥔 십자가가 날카로운 칼이 되어 대신 죄인을 찌른다. 피는 그를 더럽히고, 바닥을 더럽힌다. 배준혁은 눈을 감았다. 스테인드글라스가 내리쬐는 햇볕에 빛난다. 뜨겁다. 그 열기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