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솔민

강아지가 늑대를 쫓는 건지, 늑대가 강아지를 쫓는 건지.

인수 은솔민, 강아지와 늑대.

복지사업 by 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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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그만 강아지를 만난 것은 한여름, 뜨거운 햇살이 가시고 저녁놀이 갈무리될 때쯤의 시간이었다. 더운 여름에 지쳐서 강물에 몸을 뉘이고 맘 편하게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고 흐르는 강물만 연신 바라보고 있을 때, 뒤 풀숲에서 나는 소리에 곧장 나는 늑대가 되었다. 이렇게 말을 하면 좀 우습다고 생각하겠지만, 나는 무리에서 벗어나 홀로 다니고 있는 늑대였으므로. 인수 족이 생활에 많이 녹아들며 인수를 이해하고 무리에 끼우는 경우도 많았지만, 어설픈 동정은 따돌림만 못했다. 결과적으로 인수를 이해하지 못하는 놈들이 개중 몇 있었기 때문이리라. 그래서 결과적으로 인수인 나는 무리에서 떨어지기로 했다. 그 편이 오히려 마음에 편하기도 했고, 인간이 되었던 동물이 되었던 그 누구도 신경 쓰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그 풀숲에는, 조그만 강아지가 하나 있었다. 색색, 옅은 숨을 내쉬며 땀인지 물인지를 잔뜩 털에 묻히고 불편해하는 강아지가. 이 강아지가 인수인지 아니면 정말 강아지인지 알 수 없었으나, 보통 이렇게 혼자 다니는 것들에는 이유가 있었다. 아마, 똑같은 인수이지 않을까. 조심스럽게 강아지를 들어 올려 강물에 천천히 몸을 씻겼다. 연이은 장마가 계속되었던 얼마 전까지의 날. 그동안 너는 계속 빗물에 몸을 적시고 있었나. 겨우 따스해진 날이 된 것은 오늘이 처음이었다. 

 저기, 너는 떠돌이인 거야, 아니면 여기로 직접 찾아온 거야?

 괜히 혼잣말을 웅얼거렸다. 인간에게 버림받은 진짜 강아지라고 한다면, 너무 안타까울 테니까. 그런 생각을 잠시 하다가, 그 작은 강아지를 바위 위에 올려두고 천천히 옷을 입었다. 저 강아지가 눈을 떴을 때 본 것이 자신의 알몸이 아닌 게 나을 테니까. 인수든 진짜 강아지이든... 흐릿한 눈으로 후드티와 가벼운 반바지를 입고 가볍게 몸을 풀었다. 수건은 없으니, 축축한 느낌을 그대로 받았지만, 그래도 맨몸으로 있는 것보다는 낫다고 느꼈을 때, 뒤에서 무언의 인기척을 느꼈다. 

 말똥말똥한 두 눈동자가, 새하얀 피부가, 아직도 빗물의 자국이 타고 흐른 자국이 얼굴에 그대로 남은 그 상태가, 깨끗한 강물 속에서 찰랑거리는 것을 보았다. 크게 눈 깜빡이고 몸을 가리더니 여기가 어디냐는 질문을 하나 던진다. 이쪽이야말로 물어보고 싶은 건 한가득 있었지만, 네가 인수라는 사실을 알았으니 너에게 옷을 주어야 한다는 사실은 확실해졌다. 

 툭, 방금 입은 후드티를 다시 벗어 던졌다. 따듯하게 데워진 바위 위에 약간 물기 묻은 후드티가 놓였다. 

 네가 뭐든 간에, 일단 입고 생각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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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게 첫 만남이었다. 아무렇지 않게 그 옷을 입고, 가만히 저를 쫓아오던 작은 강아지의 인수가 어느새 조금 더 커서 자신과 아무렇지 않게 제 옆으로 와서 같이 돌아다니는 게 익숙해진다는 건 얼마 지나지 않아서 금방 그렇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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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뭐 먹고 싶은 건 없어?

 고민하는 듯하더니 고개를 설렁설렁 저어대는 네 모습에 눈 끔뻑이며 고개 끄덕이고 너를 덥석 잡아끌고 멋대로 먹을 것을 찾아 움직였다. 이미 이 근방에서는 늑대와 강아지가 같이 돌아다닌다며 기이한 취급을 하고 있었지만, 그것은 썩 중요한 일은 아니었다. 애초에 어느 구역에도 낄 수 없는 존재들이라면, 이렇게 돌아다니는 것이 맞는 일이었다. 

 벌써 몇 달이 지났다. 그 강물에서 만나서, 자잘한 동굴을 돌아다니고, 자신을 좇아 뒤를 걷는 그 강아지에게 부성애라고 하기에는 뭐하고 애정이라고 하기에는 너무 단시간이었던 알 수 없는 감정을 느끼게 된 것이 벌써 몇 달이 되었다. 

 너 언제까지 그 강아지를 데리고 다닐 예정이야?
 강아지가 너를 어미로 여기는 게 틀림없다고.

 주변에서 암만 그렇게 얘기해도, 시간은 계속 흘렀다. 매일 아침이 되어 눈을 비비며 일어난 강아지를 씻으라며 강까지 데려다주고, 연갈색 강아지가 되어 온몸을 푸르르 털고 강물에 퐁당 뛰어들어 한창 개헤엄을 치고 있으면 그 강아지를 꼭 붙잡아 끌어 나오는 진갈색의 늑대가 있었다.

 너 그 강아지와 얼마나 더 살 예정인가. 어차피 강아지는 인간 주인이 생기면 네 곁에서 사라질 거야. 게다가 너는 늑대 아닌가, 얼른 다시 무리로 돌아오지 않으면......

 뭘 어쩌겠나, 슬슬 이 묘한 감정을 알아차리지 않으면 안 되게 되었는데. 아이라고 생각해서 데리고 다니는 감정은 결코 아니었다. 사실 알고 보니 나이가 엇비슷하다는 것을 알아차리고, 친구라고 느낀 감정은 또한 아니었다. 물론, 그 감정 안에 너를 친구로 여긴다는 감정은 분명 포함되어 있었겠지만, 그것은 알 바가 아니었다. 아쉽게도, 이 감정에 대해 제대로 느끼게 되는 것은 적어도 반년이 더 지나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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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변의 모두가 연갈색 강아지를 데리고 다니는 진갈색 늑대를 의문스럽게 여겼다. 강아지가 혹시 늑대와 너무 어울린 탓에 그 둘을 무리라고 생각하는 것인가, 혹시 강아지가 늑대의 곁에서 떨어지지 않는 것은 아닌가. 

 하지만 실상은 가벼웠다. 정확하게 말하면, 늑대가 강아지를 가만히 두지 않았다. 어디로 가려고 하면 막아서거나 뒤에 따라붙어 강아지가 가는 곳을 듣고 자신이 앞서 수풀을 한참 제치며 걸어가는 것이었다. 그런 탓에 모두가 착각하고 오해를 했지만, 강아지는 문득 깨달았다. 

 민아. 

 늑대의 이름이었다. 

 왜 은솔아. 

  강아지의 이름이었다. 

 너 나 좋아하지. 

 늑대에게 도달한 질문은 늑대를 멈춰 세우기에 충분했다. 하지만 늑대는 별생각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친구잖아. 

 맹렬한 질문과는 다르게 느릿하게 도착한 대답은 썩 강아지의 마음에 들지 않았다. 됐어, 짤막한 말을 던지고 강아지는 앞을 향해 무뚝뚝하게 걸었다. 늑대는 그사이에 강아지의 마음을 알아차리지도 못하고 곰곰, 생각을 시작했다. 좋아한다. 좋아한다는 정의는 어느 부분인가. 사랑인가, 애정인가. 혹은, 둘 다.

 어느 순간부터 강아지를 쫓던 것은 자신인가. 문득 그런 생각에 도달했을 때 자신이 느낀 것은 부끄러움인가 감탄인가 걱정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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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 밤이었다. 어둑어둑하지만 보름달이 훤하게 떠 둥글었을 때, 민은 조곤조곤 은솔의 귀에 속닥였다. 

맞아, 좋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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