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여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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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이 흐렸고, 온몸이 아팠다. 주변은 시끄럽기까지야 했다. 일정한 박자로 떨어지는 빗소리, 충격과 걱정이 뒤섞인 사람들의 웅성거림 그리고 뒤늦게 멀리서부터 가까워지는 사이렌의 비명. 얼음장보다 차가워진 손으로 귀를 막으려 애썼으나 도무지 팔에 힘이 실리지를 않아 손끝을 움찔거리는 것이 다였다. 그 아이한테 가야 하는데…. 문득 미로는 등에 닿은 바닥이
살아온 햇수보다 턱없이 얄팍한 삶의 굴곡을 지나왔다. 걸어온 족적을 돌이켜보면 세상이 저를 외따로 두고서 자기네들끼리만 성큼 자랐다. 육의 생장만 소실된 건 아니었다. 사유를 관장하는 정신마저도 미숙한 채로 여물지를 못하더랬다. 어제보다 더 나은 나날을 보낼 수 없어서 언제부턴가 정지하고야 만 성장. 실로 어리석은 면면을 수두룩이 내비쳤으니 부정 못 할 명
一四〇三年 과거 그토록 나를 위해 주던 고마운 이에게 빚 하나 또 지기로 하였다. 물론 이 잘난 나로서는! 응당 지어져야 할 사당이지만 말이야? 장정 열댓이 나무를 고르고, 벽과 바닥에 흙과 회를 바르고, 기와를 굽고 기둥을 세우더니만, 주련 짓기까지가 몇 달이나 걸렸더라. 날 모시는 신도 아무개들 집 아무 데나 불쑥불쑥 들어가 툇마루에 앉아 밥이나 한
煝露 나는 너를 생각하기에 귀히 배운 어리석음으로 답한다. “네 옛 귀인들은 화를 낼 때 그리 내라고 가르쳤나 보구나. 귀인이라 칭하기엔 부족함이 있는 분들이었나 본데. 허면 너희가 인간이니? 심장도 뛰지 않으면서.” 창자가 꼬였다. 심장이 성냈다. 골치가 아팠다. 그 말마따나 도구에게 없는 기관이었다. 학습에 불과한 착각이었다. 제 어깨 위로 얹혀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