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다른 집

명지전문대 합격 수기 - '해당 제시어를 제목으로 2000자 내 글을 작문하시오.

 늦은 밤이 다 되어서야 일이 끝나, 발을 질질 끌며 지친 몸을 이끌고 침실로 향했다. 그는 잠들었을 것이 분명한 시간에 침실에는 침대 옆 희미한 등이 빛을 발하고만 있었다. 탁자에는 읽던 책이 엎어져 있어서 그가 날 기다리다 잠들었을 것은 당연하게도 알 수 있는 사실이었다. 잠시 바라보다 희미한 웃음을 흘리고는 몇 번 몸을 움직여 그의 옆으로 몸을 뉘였다. 체온으로 따스해진 침대의 포근함을 느끼며, 잠든 그의 얼굴을 가만히 바라보았다. 편히 감은 눈 하며, 규칙적으로 내뱉는 나즈막한 숨을 느꼈다. 그는 마치 외딴 곳의 집 같다. 길을 잃고서야 발견한 막다른 골목 끝의 외딴 집. 처음부터 나를 위해 존재한 것만 같은 느낌이 들었다. 이것이 바로 운명일까. 나는 살면서 여태 한 번도 욕심내지 않은 것을 그에게서 찾았고, 여태 느끼지 못 했던 결핍을 그와 만난 이후로 처음 느꼈다. 그만이 이 결핍을 채워줄 수 있겠다고, 내심 생각하고 있었다. 깨지 않게 조심스럽게 뺨을 두어 번 쓰다듬어 주고는 빙긋 미소지었다. 나는 당신의 곁에서만 숨을 쉴 수 있는 인간이었다. 어쩌면 찰나일지도 모르는 행복에 온 삶을 기대어 버리는 것은 경솔한 일이라고 늘 생각했지만, 그럼에도 감정을 제 마음대로 할 수 없는 것이야말로 인간이라 어쩔 수 없는 노릇이었다.  

 집이란 곳이 이렇게나 마음이 편한 곳이던가. 내게 집이란 고통의 장소였다. 언제나 고독했고, 도망치고 싶었다. 나는 집에 있으면 불행한 사람이었다. 매 순간이 숨을 옭아매고, 마치 물에 빠진 듯이 숨이 턱턱 막혀왔다. 철창에 가두어진 작은 짐승과 같은 기분을 느꼈다. 늘 저 밖으로 나가고 싶었지만, 이 곳이 아니라면 어느 곳에도 정착할 수 없을 것이라는 생각을 내심 지울 수가 없었다. 끔찍한 유년시절이었다. 줄곧 방황하고 있었다. 그런 인생이었다. 매 순간 익사하는 것만 같은 느낌을 받으면서도 이것이 내게 주어진 운명이라고 생각하고 받아들일 생각이었다. 그러던 중에 당신과 만난 것은 큰 행운이었다. 나는 언제나 길 잃고 헤매고 있었고, 그 때 만난 유일한 구원은 당신이었다. 막다른 장소의 아늑한 쉼터처럼 느껴졌다. 이 곳만이 내게 유일한 집이었다. 길 읽고서야 발견한 외딴 장소, 마치 나만을 위해 존재하는 것만 같은 체온과 따스한 애정. 

 뺨을 살풋 쓰다듬었다. 손끝으로 따스한 체온이 다가온다. 포근한 체온에 웃음이 절로 새었다. 혹여 그가 잠에서 깨어나기라도 할까 가볍고 느린 손길로 한참을 쓰다듬다가, 곧 깨어날 듯 뒤척이는 모습을 보면 마침내 손을 거두는 것이다. 그는 집 같은 사람이다. 그의 곁에서만 몸과 마음을 편히 뉘여놓고 쉴 수 있을 것만 같은 느낌이 들었다. 편히 감은 눈과 표정의 얼굴을 가만히 바라본다.  

 침실을 희미하게 밝히던 전등을 꺼버리고 몸을 두어 번 뒤척여 그의 곁으로 몸을 기대었다. 몸 가득히 따스한 체온이 다가온다. 다행히 그도 깨지는 않은 느낌이었고, 나는 나를 꼭 껴안아주는 것을 느끼며 눈을 깜빡였다. 방 안이 어두워 희미하게 들어오는 달빛 말고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지만, 이 따스한 체온과 체향이 여실히 느껴져 안심이 되었다. 이 존재만으로 숨을 이을 수 있을 것만 같은 느낌이 들었다. 이곳이 나의 유일한 쉼터라면 앞으로도 영원히 놓아서는 안 되겠다.  

 규칙적으로 들려오는 고동소리며 숨결에 마음을 편히 놓았다. 창 밖으로 스며드는 달빛에 점점 시야가 넓어지는 것만 같다. 이제는 이 어둠이 전혀 무섭지 않았고, 되려 마음의 안정을 불러오는 느낌이라. 혼자인 시간이 주던 공허와 외로움이 얼마나 짙었던가 새삼 생각이 들 정도였다. 그래서 마지막으로 잠시 잠들 그의 얼굴을 바라보다 짧게 입을 맞췄다. 잘 자라는 인사를 건네어 주고 품으로 몸을 파고들었다. 따스하게 느껴지는 체온에 눈을 감고 천천히 숨을 내쉬었다.  

 내겐 그만이 유일한 쉼터이며, 세상의 외진 곳에 있는 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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