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의 말

 해당 소설집은 제가 입시 준비를 하며 썼던 수많은 글들 중 제 마음에도 들었고, 다른 사람의 평도 나름대로 괜찮았고, 어딘가에 투고를 한 작품들을 추린 것입니다. 인간은 너무나도 불완전하기 때문에 덧없는 감정이 아름답다고 생각합니다. 그렇기에 제 글들은 대체로 사랑과 애정 어린 순간들을 담고 있고, 그것이 이 소설집입니다. 모아놓은 글 중에는 지금 마음 깊이 사랑하는 두 사람도, 이미 떠난 이를 그리워하는 사람도 있지만, 인간의 짧은 시간에도 누군가는 '영원'을 맹세한다는 점이 사랑의 아름다움이라고 생각합니다. 누군가의 평범한 일상을 잘라와 글로 만들고 싶었습니다. (의도된 대로 보였을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입시 준비를 하면서는 세상에 천재가 참 많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친구들은 제게 글을 잘 쓰니 어쩌니 했지만 결국 글쓰기로 상을 받은 적은 한 번도 없었고, 대학의 문턱은 너무나 높았으며 저는 실기 전형으로 지원한 5개 대학중 1개에 겨우 붙었을 뿐입니다. 그렇기에 난 평생 내가 천재라 생각한 적이 없었습니다. 글을 읽다 보면 어떤 문학인을 닮았는지 선명히 보이는 문체가 때로는 역겨워 보이기까지 했습니다. 그럼에도 전 글을 썼습니다. 

 여태 여러 플랫폼을 전전하며 글을 팔고, 대신 써 주며 간식벌이를 하고는 했지만 그건 온전히 취미였습니다. 그저 간식이라도 벌어먹으려면 이렇게라도 해야 되겠다는 생각. 여태까지는 돈을 위해 글을 썼지만, 이제는 나를 위한 글을 써 보고 싶었습니다. 때로는 내가 영화고등학교가 아니라 문예창작과가 있는 다른 예술학교에 갔으면 어땠을까 고민했고, 만약 내가 글을 사랑하지 않는 인간이었다면 어땠을까 생각하기도 할 정도로 문학을 사랑하는 인간이었습니다. 그럼에도 전업 작가는 꿈에도 꾼 적 없습니다. 천재는 세상에 몇 없기 때문에 천재라는 사실을 저도 꽤나 잘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문예창작과에 가게 된 이유는 제가 늘 '돈을 사랑한다'고 했던 것보다 글을 더 사랑하기 때문입니다.  

 영화고등학교에 오게 된 것은 제가 영화를 꽤 좋아하는 줄 알았기 때문입니다. 역사를 공부하면서는 소련의 선전영화도 보았고, 나치 독일의 선전 영상도 보았습니다. 흑백 영화도, 무성 영화도 흥미롭게 보았습니다. 그래서 인문계 고등학교에서 영화고등학교로 전학을 오게 되었습니다. 전학을 오고서는 이제야 적성을 찾았다 싶었지만, 전혀 그렇지 않았습니다. 영화를 보는 것을 좋아했던 것이지, 영화를 만드는 것은 고통이었습니다. 이 길이 전혀 아니구나. 그럼에도 다시 전학갈 수는 없었고 자퇴는 더욱이 할 수 없었습니다. 그리고 그럴 때마다 밤마다 진지하게 고민을 했습니다. 

 '내가 좋아하는 것이 무엇인가?' 

 내가 여태 살아오며 유구하게 사랑한 것은 역시 책이고 문학이었는데, 난 왜 잊고 살았을까. 사실은 초등학생 때, 다독상을 타고 집에 돌아가 작가가 되고 싶다고 부모님께 말한 적이 있었습니다. 돌아온 답은 글로는 돈을 벌 수 없다는 말이었습니다. 더불어 세상에는 천재가 너무 많다는 말도. 그러니 '진짜 꿈'을 찾는 게 어떠겠느냐는 말도.  

 저는 어릴 때부터 저를 의심하는 것에, 포기하는 것에도 너무나 익숙해져 있었습니다. 그런 말을 계속해서 들은 이후로는 작가가 아닌 다른 꿈을 찾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그럼에도 문학, 사학, 철학, 종교들과 같은 인문학은 여전히 저를 즐겁게 했고, 영화나 연극의 예술은 무척이나 아름다워 보였습니다. 어쩌면 세상에는 운명이라는 것이 있어서, 인간의 힘으로는 어찌 할 수 없는 것도 있는 모양입니다.  

 그렇게  운명을 따라 작가라는 꿈을 접은 이후 7년만에 다시 문예창작과에 도전하여 합격하게 되었습니다. 저는 글을 잘 쓰지는 못 하지만 여전히 글을 사랑합니다. 글이 잘 써지지 않으면 힘들었고, 글을 쓰지 않으면 불행한 인생이었습니다. 그러니 마지막으로 제가 좋아하는 작가인 '프란츠 카프카'의 편지에서 말을 인용하려 합니다.  

신은 내가 글을 쓰길 원하지 않는 거야. 하지만 내가 원해. 그러니 해야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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