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나에 미하루의 후회
⛓️ 오키타 소고 / 🐶 카나에 유리 / ✒️ 카나에 미하루 / ⚔️ 카나에 츠루시
언쟁이라….
츠루시…는 딱히 안할것 같고.
미하루가 하겠네요.
✒️ 엄마는 아무것도 이해 못하잖아. 아빠면 몰라, 집에서 뒹굴면서 게임이나 하는데 알겠어? 내가 작전 짤 때마다 얼마나 피눈물 흘리는지!
🐶 …엄마가 왜 몰라.
✒️ 엄마는 평생 편하게만 살아왔으니까 당연히 모르지! 됐어. 자꾸 묻지 마. 머리 아프니까.
미하루가 휙 뒤돌아버리네요. 옆에서 듣고 있던 소고가 미하루 어깨를 덥석 잡아요.
⛓️ 카나에 미하루. 네가 한 말 처음부터 끝까지 다 틀렸다. 엄마한테 사과해.
솔직히 소고는 따귀라도 날리고 싶은 심정이었어요. 유리가 얼마나 힘들게 살아왔는지, 무슨 일을 겪어왔는지, 그럼에도 밝게 빛나고자 하는 사람임을…가장 잘 아는 사람이 소고였거든요. 망언을 듣고 있기 힘들었죠.
✒️ 하지만 아빠,
⛓️ 사과해.
🐶 소고, 됐어.
⛓️ 아니. 이건 내가 못 참아.
유리도 화가 난 것은 마찬가지였지만, 굳이 아이들에게 힘들게 살았다고 뻐기고 싶진 않았어요. 하지만 소고의 분노가 식을 줄을 모르네요.
⛓️ 책상에 앉아서 저울질만 하면서, 뭐? 편하게 살아? 너희 엄마. 하…. 9살에,
🐶 소고, 여보! 됐어, 됐어. 그만해. 나 그 얘기 하고 싶지 않아.
그제서야 소고가 말을 멈췄어요. 답답하다는 듯이 유리를 보았지만, 유리는 고개를 저었죠. 소고는 한숨 쉬며 미하루에게 축객령을 내렸어요. 그러나 미하루, 이 똑똑한 아이는 이미 키워드를 잡았어요.
9살. 9살….
미하루는 뒷목이 싸늘했어요. 그것을 애써 무시하고 곤도에게로 향했어요.
✒️ 곤도 삼촌.
🦍 아이고, 미하루냐? 어쩐 일이야.
✒️ 저, 삼촌. 엄마 어릴 때 무슨 일이 있었던 거예요?
🦍 음? 갑자기 그건 왜?
✒️ 어린 시절을 물으니까 말을 돌리셔서요. 무슨 말 못할 일이라도 있었나....
미하루는 천연덕스럽게 거짓말을 했어요. 곤도는 아아, 그거? 하고 가볍게 응수했고요.
🦍 으음. 하긴 그래, 너희도 다 컸으니까. 유리는 어릴 때 가족을 전부 잃었거든.
✒️ 그건 알아요. 매년 성묘도 같이 가는걸요.
🦍 음, 그래. 그래도 이건 모르지? 유리는 눈앞에서 엄마가 총을 맞고 죽었어.
✒️ 아….
미하루는 자신 품 안의 총을 더듬었어요. 묵직한 그 감각을.
🦍 그리고…그 시신을 끌고 집으로 돌아가 맨손으로 가족들을 전부 묻었다. 9살이었다지....
✒️ 엄마 혼자요?
🦍 음. 혼자 살아남았으니까. 시신 꼴이 말이 아니었다고 하더구나. 뭐, 천인 용병 중에서도 잔혹한 놈들이었을 테니까. 그런 시대였지.
미하루는 상냥해서, 쉽게 상상할 수 있었어요.
맨손으로 흙을 팠을 거예요.
보드라운 아이의 손은 그에 걸맞지 않았을 거고요.
토막나고 지져진 시체들을 가르고 제 몸만한 삽을 들었겠죠.
아득바득 구덩이를 파고….
아아.
밥은 먹을 수 있었을까요?
씻는 건?
건물은 남아 있었을까요?
엄마는 어떻게 그 시간들을 견뎠을까요?
죽음의 무게를 가장 잘 아는 건 우리 중 그 누구도 아니고 엄마야.
나…무슨 말을 한거지?
미하루는 자기 발언이 가시덩굴이 되어 발을 붙잡는 것을 느꼈어요.
엄마한테 뭐라고 말을 해야 하지?
미하루는 그 똑똑한 머리로도 아득해져서, 동생 츠루시를 찾아갔어요.
⚔️ 어? 누나, 여긴 어쩐 일이야?
진선조 단련장에서 훈련을 하고 있던 츠루시가 미하루를 맞이했어요. 미하루가 그 앞에서 마른 세수를 했죠.
✒️ 츠루시, 나 어떡하지. 실수...아니, 잘못을 해버렸어.
⚔️ 응? 갑자기 와서 그게 무슨 소리야.
츠루시는 입을 삐죽이며 목도를 어깨에 탕탕 내리쳤어요.
쌍둥이는 마주 앉았어요. 미하루가 그동안 있었던 일을 얘기했어요. 응, 응. 하며 듣던 츠루시가 으음, 침음을 삼켰어요.
⚔️ 누나가 잘못했네~.
✒️ 누가 그걸 몰라? 그래서 지금 어째야 좋겠느냐는 거잖아, 지금.
⚔️ 어~. 하지만~. 아빠도 잘못했는걸?
✒️ 그거야…내가 먼저 심한 말을 해서 그렇지.
⚔️ 뭐, 그래. 그건 지금 넘어가고. 그냥 가서 사과해!
✒️ 하지만 엄마가 안해준 얘기를 내가,
⚔️ 아우! 곤도 삼촌이 어련히 알아서 말해준거겠지!
✒️ 그걸 누가 몰라? 그래도 면이 안 서잖아.
⚔️ 누나는 그놈의 빌미에 집착해서 탈이야. 나라면 그냥 탁! 가서! 어!
✒️ 됐다. 네 방법은 나랑 안 맞아.
⚔️ 누나는 매번 알면서 찾아오더라! 내가 편해서 그렇지?
✒️ 그럼, 평생을 같이 자라왔는데 안 편하겠니? 됐어, 나 가.
⚔️ 아빠한테나 가보셔~.
안 그래도 그러려고 하고 있었어.
미하루는 외투를 다시 걸쳐 입으며 중얼거렸어요. 츠루시는 목도에 대충 기대 미하루를 마중했고요.
미하루는 소고가 있는 곳으로 향했어요. 소고는 유리 없는 거실에서 창밖을 보며 미하루에게 물었어요.
⛓️ 듣고 왔지?
✒️ 네.
⛓️ 왜 화냈는지 알겠고?
✒️ 네.
미하루의 고개가 수그려졌어요. 소고가 뒤돌았어요. 그리고 생각했어요.
너는 나를 참 많이 닮았지. 다들 츠루시가 내 판박이인 줄 알지만, 아니야. 속이 꼬였고, 남을 재단하는 버릇이 있고, 생각이 많아. 젊을 때의 나를 보는 것만 같아. 그때의 나는 곤도 씨가 한방 먹여줘서야 정신 차렸지만, 너는 그럴 필요 없이 똑똑하다는 게 다를 뿐.
⛓️ …아빠도 심한 말해서 미안하다.
✒️ 네.
소고는 미하루의 어깨를 두드리고 말했어요.
⛓️ 엄마는 본가 갔어. 국화나 사가라.
✒️ 네.
미하루는 소고를 한번 꼭 껴안고 얼른 집을 나섰어요. 그 뒷모습을 보던 소고는 나도 많이 유해졌군, 이라고 생각했죠.
미하루는 국화를 한 다발 사들고 기차에 몸을 실었어요.
덜컹덜컹.
저녁이 되어서야 이바라키현의 본가에 도착했고, 미하루는 빠르게 숲을 가로질렀어요. 웅장한 대문을 지나, 조금 허한 집 터를 지나, 거대한 본관에 도착했어요. 유리는 마당을 거닐고 있었죠.
유리는 미하루를 발견하고 눈을 둥그렇게 떴어요. 미하루가 들고 있는 흰 국화 한다발을 보고 눈치를 챘고요. 유리는 피식 웃었어요.
🐶 누구한테 다녀왔니?
✒️ 곤도 삼촌이요.
🐶 곤도 씨도 참, 은근히 입이 가볍다니까.
미하루는 머뭇거렸어요. 유리가 그런 미하루를 이끌었어요.
🐶 응. 아빠 젊을 때 무슨 일이 있었냐면…….
유리가 간만에 옛날 생각을 한 날. 미하루가 조금 더 넓은 시야를 배운 날. 그날은 여자들끼리 밤새 이야기꽃을 피웠답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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