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일 축하해, 그리고… 미안해. 총성이 울려 퍼진다. 탕! 총성이 계속 이어진다. "─!" 주정재는 침대에서 벌떡 일어났다. 숨이 헐떡이고 식은땀이 등을 적셨다. 머리부터 차갑게 식어가는 기분. 이불을 쥐고 있는 손이 달달 떨렸다. 급히 휴대폰을 들어 시간을 확인했다. 새벽… 2시. 8월, 26일. 연도까지 꼼꼼하게 확인하고 나서야 크게 숨을 내뱉었다.
"아저씨, 다음달이면 졸업식이 있는데, 와주실 수 있으세요?" 아버지 손에서 자란 권혜연에게는 친척이 없었다. 정확히는 어머니가 살아있었지만 그는 부녀와 연을 끊고 이뤄놓은 가정이 있었고, 구태여 그를 돌봐줄 필요성을 느끼지 못할 것이 분명했다. 어떻게 대답해야 하나 고민하던 주정재는 문득 중학교 졸업식 때에도 혼자였던 건 아닌가, 생각했다. 그가 권혜
주정재, 거의 등장하지 않습니다. 엔딩 요소 있음. 노래 들으면서 썼답니다. 남자의 집은 어느새 두사람의 집이 되었다. 서랍장에 그의 옷이 하나씩 채워졌다. 욕실엔 칫솔 두 개가 나란히 걸리고, 홀수였던 그릇과 수저도 짝수가 되었다. 하나였던 것이 둘이 되며 완전해진다. 맨발로 바닥을 걸을 때마다 쩍쩍 달라붙던 노란 장판 위로 카펫이 깔렸다. "이
“우리, 이제 그만할까.” 끝을 선고하는 그 말은 평소와 다름이 없어서 멍하게 너를 바라봤다. 이쪽으로 시선 하나 주지 않는 너에 억지로 시선을 맞췄다. 깨달았다. 진심이라는 것을. “…그래.” 옅은 죄악감을 가지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우리는 헤어졌다. 치기어린 나이의 우리들이었다. 아, 더워. 시부럴─ 존나게 덥네! 길바닥에서 에어컨을 바랄 수
자정이 넘은 시간, 누군가 현관문을 두드린다. 쾅쾅! 부술 듯 위협적인 소리에 남자는 늘 품에 넣고 다니던 나이프를 펼쳐 쥐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1초, 2초…. 소리 없이 숨을 죽이고 있자 성격 급한 목소리가 문 너머에서 들린다. 안에 있는 거 다 알아 새끼야! 그 목소리가 들리자 남자는 참았던 숨을 몰아 내뱉는다. 빌어먹을 새끼. 나이프를 꽉 쥐고 문을
늙어간다는 것은 살아있다는 증거다. 살아남았기 때문에 죽은 자는 느낄 수 없는 노화를 신체적으로 경험한다. 기억 속의 이들은 나이를 먹지도 않고 여전히 20대에 멈춰있는데 주정재만은 달랐다. 거울 속의 자신과 시선을 마주한다. ‘늙었구만….’ 피할 수 없는 사실이다. 이것은 과연 축복인지, 저주인지 속으로 가늠하다가 시선을 돌렸다. 다친 게 언제인데 아직도
너무 구태의연한 표현이라 몇 번이고 삼켰던 말임에도 불구하고, 소화불량을 야기하는 느낌에 뱉어내고야 말았다. 제 입에서 내뱉어진 단어와 문장들에 잠자코 듣고만 있던 너의 표정이 굳어짐을 마주하지 못하고 고개를 돌리고 말았다. 뒷머리를 쓸었다. “지금 방금…?” “…하아.” 낮은 한숨이 절로 나왔다. 안다. 믿기지 않겠지. 아니면 믿고 싶지 않은 걸지도 모른
- 권현석이 유상일 대신 잠입요원으로 투입되고, 수사팀엔 유상일 경위가 중심을 잡고 있습니다. - 주정재 또한 잠입팀으로 자원하고자 했으나 '꿈'으로 인해 핸들을 급하게 틀었습니다. 수사팀에 주정재 경사가 있고 권현석의 백업을 하고 있습니다. 남자가 있었다. 낡은 담벼락에 등을 기대고 담배를 피우다가도 몇 번이고 손목의 시계를 바라본다. 작은 소리가 들
처서가 지나고 기온이 뚝 떨어졌다. 낮엔 여전히 땡볕 같은 더위가 이어지는데 해가 지기만 하면 쌀쌀해지는 기온 차에 옷 입기 참 애매하다고 생각하며 주정재는 옷장을 열었다. 유행이 한철 지나간 칙칙한 색상의 옷이 한가득이었다. 오늘은 무슨 옷을 입어야 하나, 걸린 옷을 뒤적거리고 있으려니 뒤에서 남자가 말했다. "…쥐새끼야?" 회색, 아니면 검은색 밖에 없
회도2 엔딩 이후 주정재와 어느새 그와 손을 맞춰 일하고 있는 누아남 이야기 씨이팔. 부러워 죽겠네. 금요일, 평소 퇴근 시간보다 조금 더 이르게 밀리기 시작하는 도로에 괜히 핸들을 내려친다. 불금도, 금요일 이른 퇴근도 없는 경찰 나부랭이가 도로에 발이 묶여 혼자 성질을 부리자 옆 좌석에 앉아있던 동료 경찰이 휴대폰을 보며 시큰둥하게 대꾸했다. 부러우
"비가 오려나." 옆에서 들린 목소리에 남자는 무심코 고개를 들었다. 먹구름이다. 비구름이 몰려온다. 남자의 시선은 하늘에서 다시 옆으로 내려간다. 담배를 꼬라물고 있는 녀석과 눈이 마주친다. "왜." 아니. 남자는 그렇게 대답하며 고개를 돌렸다. 비가 온다. 불판 위에 올라간 고기가 열기에 빠르게 익어간다. 달궈진 철판에 닿으며 살이 익는 소리는 마
주정재는 쉴 틈이 없었다. 경찰일을 할 때도, 표면적인 업무가 끝나고 나서도 일, 일, 일. 계속 일이었다. 누군가는 저 놈만큼 느긋하고 뻔뻔하게 일하는 놈도 없을 거라는 평가를 내리기도 했지만 본인 앞에서는 말하지 않았고, 그럼에도 주정재의 귀에 그런 말이 들어오는 날이면 네까짓 놈이 내가 하는 일들을 다 아느냐고 속으로 욕을 퍼부어주는 게 일상이었다.
"젠~장할, 눈 오는 빨간날 크리스마스면 뭐하냐고! 나 혼자인데." "야, 주! 네 목소리 복도 끝까지 다 들린다!" "뭐야 촐싹이 아냐." "얌마, 내가 한 촐싹 하는 건 맞지만 아무리 그렇다고 해서 촐싹이라고 부르면 섭하다고." "내참, 그럼 뭐라고 불러줘?" "네가 성 따서 주, 하고 불리는 것처럼 나도 '소' 나 '소 형' 쯤은 되지?" "됐네요.
남자는 형사와 함께 종종 밥을 먹곤 했다. 매일 먹는 것은 아니었고, 일이 있을 때만이었다. 그마저도 점심 쯤이었고 형사의 경우 본 업무로 곧장 복귀해야 하곤 했어서 배를 채웠으니 술을 마시자! 는 상황은 두 사람 사이에서 거의 없는 일과 같았다. 밤에 '일' 이 떨어지지 않는 한에는. 하지만 백반집에서 배를 채우고 나오는 길에 담배를 물며 나오는 상황은
-나는, 권현석 경감님의...친구란다. 여자아이는 눈물을 그득 담은 얼굴로 남자를 보다가 고개를 숙였다. 하얀 빗살 섞인 눈물은 희게 흐드러져 볼을 타고 방울져 떨어졌다. 남자는 다른 사람들처럼 무어라 위로의 말조차 건네지 못 했다. 여자아이에게 위로가 되지 않을 것임을 알고 있을 뿐만 아니라, 자신이 그런 위로를 겉치레로도 건넬 자격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빗줄기가 사방에서 쏟아져내렸다. "두 사람, 내게는 각별했어." 그러나 그렇게 말하면서도 주정재는 내게 겨눈 총구를 치우지 않았다. "...정말이야." 쓴맛이 배어나올 것 같은 얼굴을 하면서도 정말로 나를, 경감님을, 처리해 버리기로 마음 먹은 것이었다. 그렇게 마음먹었다면 소중했다느니, 각별했다느니 하는 이야기는 하지 않아도 된다. 진정 그랬을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