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지나가던
매미는 기억한다. 아니, 기억한다기보다는 잊을 수가 없는 것에 더 가까운 부류의 것일 테다. 그림이라는 것이, 예술이라는 것이 그저 존재하는 것 만으로도 이렇게나 압도적인 폭력성을 가질 수가 있는가? 터무니없는 질문이나, 그런 질문을 감히, 무심코 하게 될 정도로 압도적인 예술의 폭력성을 매미는 안다. 새하얀 캔버스를 가득 채운 물감과 붓질의 흔적들은 모두
8월, 거진 여름의 절정. 세상의 열이 절정으로 치달아오르고 매미의 울음소리도 짜증스러울 지경으로 시끄럽게 울어댈 때. 분명 그건 찝찝한 습기와 빌어먹을 열기의 범벅일 것일텐데. 후우, 하고 내뱉는 숨에는 새하얀 것이 칠해지고 몸은 겪어야 할 열기 대신 시린 것만. 발에 밟히는 것은 아스팔트도 바닥재도 아닌 새하얀 눈의 촉감. 시야를 메우는 것 또한 자연물
세상이 망했다. 이유가 크게 거창한 것은 아니었다. 지구온난화와 그로 인한 합병증이 심화되고 심화된 끝에 거진 종말을 불렀다. 엄연히 따지자면 세상이 망한 것은 아닐 테다. 온도가 높아지니 해수면이 높아지니 해봤자 정작 지구라는 별이 입을 피해가 뭐가 있다고. 단지 인간의 세상이 망했고, 인간의 문명이 망했고, 그에 휩쓸린 여러 동물만이 있을 것이라고. 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