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오전
살짝 감았던 눈을 뜨자 내려앉은 눈꺼풀이 보였다. 시선을 내리면 작은 손이 졸업증서가 든 통을 쥐고 있는 것도 보인다. 몸에 딱 맞는 교복, 한 줌이나 될까 싶은 어깨, 추운 공기 때문에 열이 오른 건지 붉어진 목덜미. 조용한 복도 너머에서 발소리가 들려오자 히나타는 천천히 입술을 떼고 고개를 들었다. 책상을 짚으며 지탱하던 팔을 내리자 발소리는 교실 방
"그 옆에 있는 옷은 안 입는 거야?" 의자에 반대로 걸터앉은 채 턱을 괸 레하트가 눈짓으로 한쪽에 걸려있는 드레스를 가리켰다. 슬쩍 봐도 화려한 색의 얇고 부드러운 재질의 천이 몇 겹이나 겹쳐 하늘하늘한 드레스였다. 요컨대, 바일이 절대 입지 않을 것 같은 옷이다. 그 증거로 레하트의 시선을 따라 고개를 돌린 바일의 미간이 단숨에 구겨졌다. 필사적이다
노시스 님께. 펜을 든 묀히의 손이 허공에서 멈췄다. 글로 자신의 생각을 전하는 건 익숙하지 않다. 자신은 펜보다는 석궁을 드는 것이 익숙한 쉐라그의 전사였으며, 글을 쓰는 건 자신이 아니라 노시스 님에게나 어울리는 일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이럴 때도 자신은 노시스 님 생각뿐이구나. 책상 앞의 묀히가 무심코 조소했다. 펜촉이 종이를 지그시
“대장?” 자신을 부르는 목소리에 안도아인이 상념에서 깨어났다. “무슨 생각을 그렇게 심각한 표정으로 하고 있어?” 의아한 피아메타의 말에 안도아인이 머쓱하게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모처럼 사 온 음료의 얼음은 다 녹아서 컵 표면에 생긴 물만이 그의 손을 차게 적시고 있었다. “그거 새로 생긴 카페에서 사 온 아이스초코 아니었어? 입에 안 맞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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