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도피아] 희미한 광륜, 꺼지지 않는 불꽃

설정 오류가 있어요...

#5F4B5D by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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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장?”

자신을 부르는 목소리에 안도아인이 상념에서 깨어났다. “무슨 생각을 그렇게 심각한 표정으로 하고 있어?” 의아한 피아메타의 말에 안도아인이 머쓱하게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모처럼 사 온 음료의 얼음은 다 녹아서 컵 표면에 생긴 물만이 그의 손을 차게 적시고 있었다.

“그거 새로 생긴 카페에서 사 온 아이스초코 아니었어? 입에 안 맞아서 그래?”

“…음, 조금 더 달게 할 걸 그랬나.”

“난 산크타들이 먹은 당이 다 어디로 가는지 가끔 정말 궁금해.”

컵이 넘칠 정도로 올라간 휘핑크림과 그 위에 뿌려져 있던 자바칩의 모습을 떠올리던 피아메타가 질린 표정으로 고개를 설레설레 저었다. 다 마신 지 오래였겠지만, 그녀가 골랐던 음료는 분명 평범하게 아이스 아메리카노였을 터였다.

“단 걸 먹으면 머리가 잘 돌아가는 느낌이 들어서. 기분 탓일지도 모르지만.”

“흐응, 뭘 말하는지 알 것도 같네. 대장의 말대로 기분 탓일지도 모르겠지만.”

처음엔 라테라노의 어디를 가도 풍기는 설탕 냄새에 넌더리를 떤 적도 있었다. 시럽을 넣지 않은 커피를 찾는 것조차 어려워 죽을상을 하고서 억지로 디저트를 먹었을 때도 있었지만, 어느 순간부터 자신이 먼저 시럽을 찾고 있었다는 걸 알게 된 것도 지금 와서는 새삼스러운 화제였다. 

사실 피아메타는 그 사실이 조금은 기뻤다.

그들의 ‘감정’을 알 수 없는 피아메타라도 그들과 ‘공감’할 수는 있다. 그들이 산크타이고 자신이 리베리라도 상관없다. 그것이 신뢰하고, 소중한 이들과 나란히 걷고 있다는 확신을 준다. 그래서 피아메타는 그 사실이 마음에 들었다.

피아메타가 동의해 줄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해 동그랗게 뜬 안도아인의 시선과 눈이 마주친 피아메타는 괜히 멋쩍어 헛기침을 하며 화제를 돌렸다.

“…대장, 정말 무슨 일이 있는 건 아니지? 르무엔이 걱정하던데.”

거짓말이다. “대장? 사무실에 심각한 표정으로 앉아있던데?” 가볍게 말을 흘린 르무엔은 모스티마를 끌고 광장에서 열린다는 사격 경기를 구경하러 갔고 걱정하고 있는 건 피아메타 자신이었다. 피아메타는 아닌 척 눈치를 살피며 안도아인의 맞은편에 앉았다. 의자가 삐걱대는 소리를 내자 그제야 안도아인은 여태껏 손에 쥐고 있던 컵을 내려놓았고 젖은 손을 들고 허둥거리는 것을 본 피아메타가 근처에 있던 티슈를 두어 장 뽑아 그에게 건넸다. 멋쩍게 웃은 안도아인이 가볍게 감사의 말을 건네며 티슈를 받아 젖은 손을 닦았다.

“요즘 이것저것 일이 많으니까. 당장 내일만 해도….”

“아, 위쪽에서 또 일을 떠넘겼다면서?”

“응, 간단한 임무이긴 한데 기존 임무 장소와는 거리가 있어서. 아무래도 거절해야겠지.”

안도아인이 다 녹아 빠진 음료를 휘핑크림과 함께 빨대로 휘저었다.

“간단한 임무라면 내가 다녀오면 되잖아.”

“아니, 그럴 필요까지는…….”

“아하, 대장한테는 아직도 내가 미덥지 않은가 봐?”

“그런 뜻이 아니라는 거 알잖아, 피아메타…….”

안도아인이 저렇게 곤란한 표정을 지을 때는 못 이기는 척 소대원들이 원하는 대로 하게 해준다는 것을 피아메타는 알고 있다. 그 증거로 잠시 미간을 좁히고 고민하는 것 같던 안도아인는 조심하라는 말과 함께 피아메타가 맡을 토벌 임무에 대한 개요를 전해줬다. 그것을 들으면서도 피아메타는 자신이 다녀올 장소와 다른 소대원이 향할 장소의 거리를 가늠해 봤다. 다행히 몇 시간 안으로 합류할 수 있는 거리였다.

그건 정말 별것 아닌 임무였으므로. 

어쩌면, 안도아인의 ‘감정’을 피아메타가 알 수 있었다면 피아메타는 그날 그곳으로 향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내내 고민하고 고뇌하던 안도아인이 그날 결심한 것이 무엇인지 모른 채로 넘어가지도 않았을 것이며, 적어도 그날 소대의 곁에서 떠나려 하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어떠한 순간에도 피아메타는 자신이 산크타이길 바란 적이 없었다. 악의 없는 소외감이 밥 먹듯이 찾아왔을 때도, 리베리에게만 높은 문턱을 안간힘을 써서 뛰어넘었을 때조차 피아메타는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했다. 광륜이 없다면 자신도 꺼지지 않는 불꽃이 되면 된다.

그러므로 피아메타는 안도아인에게 질문을 던지는 존재이다.

“집념, 그렇군. 이게 너의 집념인가…….”

“그래, 집념이야. 안 될 거 뭐 있어?”

다시는 돌아갈 수 없는 과거의 기억에서도, 그날 대성당 위에서도. 안도아인에게는 그녀가 그 어떤 산크타의 광륜보다도 눈이 부시게 느껴졌다. 결코 꺼지지 않는 불꽃을 보며 안도아인은 언젠가 죽는다면 이 불꽃에 먹혀 죽고 싶다고 생각했지만, 생각해보면 그녀의 불꽃은 언제나 그를 살게 했다.

과거에도 현재에도. 아마 언젠가의 미래까지.


안도>피아의 감정선이 너를 위해서라면 세상을 적으로 돌리겠어 정도의 감정선은 아니라고 생각하지만 피아메타의 존재가 고요함 이후로 자포자기했을 안도아인의 결심에 영향을 줬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비록 피아메타는 원하지 않겠지만(오히려 좋음)

+) 완성하고나서 설정 오류를 발견했어요... 피아메타 캐릭터파일에 의하면 피아메타는 따로 다른 임무를 간 게 아니라 원래 임무에 나갔다가 혼자 잠깐 떨어진 거였다고 합니다 피아메타를 늦게 뽑아서 그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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