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일방주

대청소

이그제큐터&인사이더 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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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데리코네 집에 놀러 가는 리켈레.

금요일 오후의 공증소 사무실.

"주말에 뭐 하냐?"

"왜 물으시죠?"

일반적으로는 냉랭한 비난이겠지만 이 녀석은 순수하게 의아해하는 것뿐이다.

“훈련장에서 주말만이라도 너 좀 쫓아내 달라고 빌어서. 한 번 쓸고 가면 온 시설이 남아나질 않으니."

"이번 주말 동안은 숙부님이 여행을 가시기 때문에 집이 빈 동안 대청소를 할 계획입니다."

"오. 그럼 도와줄까? 나 청소 좋아해."

리켈레는 라테라노에 왔을 때 자기만을 위한 청결하고 독립된 공간이 생겼다는 사실이 너무 기뻐서 계속 예쁘게 쓸고 닦는 버릇이 들었을 것 같지.

"도와 주신다면 용역 제공에 따른 보상을,"

거절하지 않는 걸 보니 일이 많긴 한가 보군. "으윽. 누가 아르바이트 하러 간대? 정 보상하고 싶으면 식사나 한 끼 사. 근데 가도 되는 것 맞아? 역시 가족이랑 사는 집이니 좀 그러려나."

"몇 번 지인을 초대했을 때 숙부님이 크게 반기신 전례를 생각하면, 문제는 없을 듯합니다."

고쳐 앉으며. "안 믿기는데. 네가 초대를 한 적이 있다고? 초대 요청을 당한 게 아니라?"

"…호응되지 않는 사동 표현이지만 화용론적으로는 그쪽이 적절한 표현인 듯하군요."

"그럴 줄 알았다. 그럼 진짜 간다? 평소 청소 스타일 있어? 도와주러 가는 사람이 맞춰야지."

"일단 큰 쓰레기를 분해 아츠를 이용해 입자화합니다."

"제발 제 스타일로 청소하게 해 주세요."


그래서 정말로 주말에 청소를 도우러 간다. 카프리치오 코믹스에서 나왔던 넓고 방 많고 우아한 집… 마르첼로는 루치아나가 죽은 뒤로 차마 이사를 하지 못했을 것 같지. 사용인은 따로 없거나 며칠에 한 번 정도 들를 뿐이고 실제로 생활에 쓰는 공간도 한정되어 있어서, 한참 걸어다녀도 두 명만으로는 좀처럼 사람의 온기가 스미지 않는 집. 페데리코는 그 잠잠함에 익숙해 보인다(그가 어색해하는 일이 있기는 하겠느냐만).

"…이제 필요 없는 오래된 책들을 버릴 차례입니다. 숙부님이 장서 수집을 다시 시작하셨으니 공간을 내려 합니다."

"꺼내 두면 내가 옮길게. 우와, 중학교 교과서. 여기 몇 년 산 거야?"

"올해로 12년째군요. 중도에 기숙 생활을 했으니 실제 거주 기간은 그보다 짧습니다만.“

“한 곳에서 살면서 흔적이 차곡차곡 쌓이는 거 뭔가 낭만이 있네." ☜ 남들 앞에선 안 할 말

페데리코가 가치판단하지 않는다는 걸 알기 때문에 남들 앞에서는 안 해도 페데리코랑은 툭툭 편하게 나눌 수 있는 말들이 있지 않을까 싶어.

"안정적인 정주 생활을 선호하신다면 집행자는 적절한 직업 선택이 아닙니다."

"선배한테 직업을 조언하는 이 익숙한 패기에 마음이 따뜻해지는구만…… 사실 낭만'만' 있는 쪽이야." ☜ 남들 앞에선 안 할 말 2

"선호와 실제 적성이 일치하지 않는다는 의미인가요?"

"이상하지? 그렇더라고."


"무슨 고민을 그렇게 해?"

"이쪽의 책들은 다시 읽힐 가능성이 거의 없습니다. 하지만 제가 이것을 버리거나 양도할 권한이 있는지 판단하기 어렵군요."

"악보집… 아아. 대충 알았어. 숙부님 돌아오신 뒤에 물어봐야 되나?"

"아르투리아의 화제를 꺼리시는지라."

그야 딸이 지명수배자면 아무래도 심란하겠지. "그도 그렇긴 하겠는데…… 아니 잠깐, 네가 다른 사람이 꺼리는 화제를 피하는 기능도 있었다니."

"반복되는 유형이라면 기억할 수 있습니다."

"…혹시 그 유형 언제 갱신했어?"

"마지막으로 확인한 것은 약 3년 전입니다."

"음… 패턴도 변할 수 있지. 내 생각엔 요번에 돌아오시면 한번 여쭤보는 것도 가능할 것 같은데. 여행을 다니고 그만뒀던 취미도 재개한다, 여러모로 좋은 방향으로 심경의 변화가 있으신 모양이고. 물론 가족인 네 판단이 제일 정확하겠지만."

"확실히 몇 년 전에 비해 외부활동 빈도, 수면 패턴 같은 여러 지표가 숙부님의 신체와 정신의 건강을 시사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렇다 해서 아르투리아의 화제에 대한 정서적 반응에 변화가 생길 이유가 있을까요? 아르투리아는 여전히 수배 상태이고 숙부님과 아르투리아 사이의 관계에는 차이가 없는데요."

"……"

"리켈레?"

"아… 그렇지. 너 기억력이 너무 좋아서 그렇구나. '시간이 해결한다'는 개념이 너랑은 관련이 없구나. 이거 신기하네."

"시간은 스스로 사건을 해결하지 않습니다. 많은 경우 악화시키죠."

"사람이 같은 일에 대해 같은 감정을 꾸준히 느낄 수는 없다는 얘기야. 체념할 수도 있고 용서할 수도 있고 아예 더 격해지는 경우도 있고... 그래 내가 참견할 일은 아니지. 어쨌든 어떠신지 잘 지켜봐봐."

"…오랫동안 유지되던 정서적 반응이 그저 오래 되었다는 이유로 변할 수 있다. 난해하군요."

"……"

"제 이해가 잘못되었을까요?"

"아니, 대충 맞아. 그냥, 지금 처음으로 네가 어리다는 생각이 들어서."

"이 대화의 어느 맥락으로부터 도출된 결론인지 모르겠군요. 저는 법적 성인입니다."

"알아 알아. 그럼 이 칸은 일단 냅두고 다음… 오 앨범이다. 봐도 돼?"

"예."

"그럼 감사히… ㅋㅋㅋㅋㅋ똑같아"

"똑같지 않습니다. 11세경의 사진이니 당시 제 신장은 147cm 전후입니다."

"147cm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청소가 끝나고 약속대로 식사를 하러 간다. 페데리코는 리켈레의 파괴적인 단맛 취향에 불평 없이 어울려 주는 몇 안 되는 사람일 것 같지.

념념… "이 열량을 소모하려면 추가 훈련이 필요하겠군요."

"기껏 훈련장에서 떨어뜨려 놨더니! 그리고 방금까지 일했잖아!"

"청소는 제가 원래 정해 두었던 일정이니 당신이 저를 ‘훈련장에서 떨어뜨린’ 것은 아닙니다. 그리고 중도부터는 앨범을 읽느라 앉아 있었잖습니까.“

페데리코 앨범 구경하기 엄청 흥미진진할 것 같다. 사진 한 장을 짚으면 당사자가 당시의 날짜, 날씨, 상황, 촬영자… 모든 정보를 출력하는 완벽한 가이드 제공.

앨범의 화목한 사진들은 특정 시점에 일제히 끊겨 있었고, 그 의미는 둘 다 뻔히 알고 있지만, 그 사실이 식사의 맛에 영향을 미치지는 않는다. 그런 이상하고 편한 선후배.


그리고 여행에서 돌아온 마르첼로 씨는 아들이나 다름없이 키운 조카가 그새 집에 친구를 초대한데다 인생 조언까지 받았다는 이야기에 감격을 금치 못했다고 합니다.

"그 친구가 괜찮다고 하면 다음에 한번 내가 있을 때 데려오렴. 같이 식사라도 하고 싶구나."

"…그것은 숙부님의 건강을 고려하면 권장하기 어렵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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