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시묀히] 전해지지 못한
노시스 안나옴
노시스 님께.
펜을 든 묀히의 손이 허공에서 멈췄다. 글로 자신의 생각을 전하는 건 익숙하지 않다. 자신은 펜보다는 석궁을 드는 것이 익숙한 쉐라그의 전사였으며, 글을 쓰는 건 자신이 아니라 노시스 님에게나 어울리는 일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이럴 때도 자신은 노시스 님 생각뿐이구나. 책상 앞의 묀히가 무심코 조소했다.
펜촉이 종이를 지그시 눌렀다. 작별을 하고 싶다고 생각했다. 그를 마주한 채로 작별을 고할 자신은 도저히 나지 않아서 대신 펜을 손에 들었건만, 한참이 지나도 흰 종이에 적힌 건 기껏해야 노시스의 이름 세 글자가 전부였다.
자신의 전부라고 생각했다. 그 생각은 작별을 결심한 지금 이 순간에도 변함이 없다. 이용당해서 버려지는 체스 말이라도 상관없다고 한 말은 한 치의 거짓이 없는 진심이었다. 하지만 노시스 님은 체스 말이 아니라 파트너가 필요하다고 하셨잖아요.
“…그게, 묀히가 될 수는 없었던 건가요.”
터무니없는 욕심이다. 감히 그와 나란히 서고 싶다는 생각은 해본 적도 없었다. 하지만, 하지만 당신의 체스 말도 파트너도 되지 못한다면 묀히는 노시스 님의 무엇이 될 수 있나요.
펜촉에서 번진 잉크가 종이를 물들인다. 결국 한 자도 적지 못한 묀히가 펜을 내려놓았다. 아까운 종이를 버렸다는 생각을 하는 대신 묀히는 신발 속에 숨겨두었던 단검을 꺼냈다. 검집에 새겨진 섬세한 무늬를 손끝으로 쓸어본다. 이 단검을 받은 순간부터 묀히는 자신의 목숨까지 노시스를 위해 바치겠다고 맹세했다. 그러나 그는 묀히에게 그것조차 허락하지 않았다. 이조차 그에겐 아무것도 아니었던 것이다.
검집에서 꺼낸 단검의 날에 음울한 이트라의 얼굴이 비쳤다. 묀히는 그날 엔시오데스에게 암살을 시도한 혐의로 갇혀 노시스의 진의에 대해 의심하고 있을 때보다 노시스가 자신을 찾아와 모든 것을 털어놓은 순간 더 끔찍한 기분을 느꼈다. 그때에 비하면, 지금은 정말 아무렇지도 않았다. 정말로 아무렇지 않았다.
결국, 남은 것은 이 단검 하나였다. 묀히의 미련 역시 이 단검 하나 정도의 무게일 것이다.
단검을 탁자에 내려놓으면 놀라울 정도로 몸이 가벼워졌다. 처음부터 글로 적을 필요는 없었던 것이다. 잉크로 엉망이 된 종이를 갈기갈기 찢은 묀히가 창을 열었다. 창밖은 또 언제나처럼 눈보라가 불고 있었다. 종잇조각이 바람을 타고 흔적도 없이 흩어졌다. 묀히는 그 풍경을 보며 바보같이 또 그에 대해 생각했다.
“…노시스 님.”
눈보라가 지나간 자리엔 발자국조차 남지 않을 테다. 하물며 그곳에 꽃이 피어날 리는 만무해서, 묀히는 이제야 자신은 그를 미워한다는 사실을 인정하기로 했다. 탁자 위의 단검을 한 번 쥐어본 묀히는 곧 몸을 돌렸다. 열린 문틈 사이로 파고들던 눈발도 다시 문이 닫히자 더는 그곳을 침범하지 못했다. 그곳에 묀히가 남기고 간 단검만이 남아 있었다. 그게 묀히가 노시스에게 고한 결별이었다.
노시스 성격에 단검을 주면서 이게 가문 전통의 우정의 표식이란 말을 굳이 하진 않았을 거 같고 박사도 한참 후에야 눈치챈걸 묀히가 눈치챘을거 같진 않아서 묀히는 아마 단검을 받으며 노시스가 자신을 위해 목숨을 바치라고 하는 거라고 생각했을거 같죠
묀히가 노시스가 자신을 믿어주길 바란 것도 노시스가 나름대로 묀히를 소중하게 생각한 것도 결국 서로에게 전해지지 않은 것 같아서 안타깝다고 생각합니다
묀히 그런 남자... 묀히 실장할 때까지 노시스한테 정권찌르기 1일차 흐압
https://twitter.com/NOSARU_SYMBOL/status/16693257461612052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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