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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에나
심해 by 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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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에나(을)를 위한 소재키워드 : 내일은 다같이 놀러가자 / 정장을 차려입고 / 갇히다
#shindanmaker
https://kr.shindanmaker.com/302638
‘내일은 다같이 놀러가자. 나는 텐트를 챙기고 너는 요리도구를 챙기자. 불 앞에 둘러앉아서 고기와 버섯을 굽자. 불 아래는 감자와 고구마를 넣고 불 위에는 막대에 꽂은 마시멜로를 내밀자…’
어린 무에나가 기분이 좋지 못할 때마다 가만 도닥이던 스니츠의 목소리를, 어른이 된 그는 잊지 못한다. 호기롭게도 저택 마당에서 불을 피우는 걸로 시작된 두 형제의 일탈은 그들이 자라날수록 친구, 동료, 때로는 연인의 손을 잡고 멀리로 뻗어 갔다. 시냇가가 멀지 않은 평지에 텐트를 세우고 장작을 줍는다.
그 때는 지금이 영원할 줄 알았다. 무엇도 그에게 고삐를 채우지 못하고 그에겐 강제당한 것이 아닌 자의로 벼린 신념이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목에 들어오는 칼은 피했지만 그뿐이다. 책임과 실망에 짓눌려, 그는 평생 한 번이나 입을까 싶던 정장을 차려입고 거울 앞에서 넥타이를 매도록 떠밀린다. 아스팔트 위에서는 낙엽이 바스라지지 않고, 녹음의 숲이 아닌 빌딩의 산이 그를 마주한다. 그는 작게 한숨을 쉰다. 그러나 무엇도 바뀌지 않으며, 그는 다만 그와 같은 무채색의 사람들 사이에 섞일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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