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가, 상세는 각주 참조
이그제큐터 중심 단편
츠빌링슈튀르메 이후 시점.
페데리코가 미하엘의 부탁을 받아 아르투리아의 곡을 연주합니다.
커플링 없음. 28000자.
*제목은 연출이며 이 글에는 각주가 없습니다.
*면책 사항: 저는 음악에 대해 전혀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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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종 읽으시는 그건 혹시 악보인가요?”
그 지나가는 질문이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베이스라인은 알지 못했다.
뭇 사람들이 ‘역동적인 감정 표현’, 하다못해 ‘음악적 표현’이라는 말로 가리키는 섬세하거나 거칠거나 우아한 기교들은 페데리코에게는 어떤 경중의 차이도 없는 파동으로 지각된다. 그것은 인공적인 소리이다. 음계와 강약과 길이가 있다. 악기의 물리적 특성에 따라 다른 음색이 난다. 끝.
그가 집행자가 아니었다면 이런 관점은 그의 삶에 아무런 지장이 되지 않았을 테다. 하지만 그는 집행자가 되었고, 아르투리아 잘로의 추적을 전담하게 되었으며, 아르투리아 잘로는 첼리스트였다. 손에 쥐는 모든 물건을 악기로 만들 능력이 있었지만 아르투리아의 능력을 가장 위협적으로 만드는 악기는 그 첼로다. 페데리코는 동요와 장송곡의 차이를 느끼지는 못하더라도 아르투리아의 연주를 구분할 수 있는 능력만은 갖추어야 했다.
그는 그에게 가능한 접근법을 동원했다. 먼저 아르투리아의 음악 활동 중 녹음되거나 녹화된 모든 자료를 모아들였다. 그리고 그것을 자신이 이해할 수 있는 방식으로 분석하기 위해 음악이론에 없는 여러 기호들을 고안했다. 그가 자신의 목적에 적합한 도구를 종전의 기보법에서 찾기 어려웠던 이유는 음악이론가들의 창의력이나 기록정신이 부족했기 때문은 아니었다. 그저 그런 것이 대부분의 사람들에게는 불필요했기 때문이다. 페데리코는 악보에 ‘굳이’ 기록되지 않는 미세한 소리의 변화를 프레파라트를 만들듯 모조리 분절하고 거기서 반복되는 경향성을 찾아 다시 분류했다. 말소리를 음운으로, 발음기호로, 파동으로 쪼갠다면 낱낱의 파형에서 시가와 웅변을 떠올릴 수는 없다. 마찬가지로 페데리코가 채록한 악보를 읽는 방법을 모르는 사람이 거기에서 아르투리아의 곡조를 한눈에 알아보기는 거의 불가능하다. 오선이 있으니 악보는 맞겠지, 아마도.
물론 페데리코는 그 기록체계에 대한 정연한 설명을 가지고 있다. 음악에 정통하며 아주 끈기있는 누군가가 그의 기묘하고 빽빽한 악보를 보고 해설을 부탁한다면, 배움에 내리 며칠이 소요되긴 하겠지만 결국 그것을 더듬더듬 읽을 수 있게 될 것이다. 그리고 그 끈기있는 음악가는 페데리코가 고안했던 몇몇 기호가 일부 비주류 현대 음악 이론에서 어떻게 표기되고 있는지 정중하고 친절하게 알려준 뒤, 페데리코가 예술적 논의의 상대가 될 수 없다는 사실에 크게 애석해할 것이다.
“지금까지 이 악보들을 다른 음악가에게 보여준 적이 정말 없으시다고요?”
“업무 관련 자료이니 공증소의 데이터베이스에는 등록했습니다만.”
“……혹시 이 악보를 반출해도 괜찮다면, 제가 몇 곡을 복사해서 다른 분들과 이야기를 나누어도 될까요?”
“괜찮습니다. 대부분은 아르투리아의 공연 기록 중 사건성이 없거나 이미 공개된 자료를 수집한 것에 불과하니까요. 필요하시다면 해당하는 음원 파일도 가져가시죠. 파일에는 아츠의 효과가 남아 있지 않으니 문제는 없을 겁니다.”
그것이 어느 날 로도스 아일랜드 본함에서 오퍼레이터 이그제큐터와 베이스라인 사이에 있었던 일이었다.
그리고 며칠 뒤부터 로도스 본함 음악실에서는, 음악 전공자가 두 명 이상 모이는 모든 순간마다 ‘음악의 신비와 자유를 무참히 해체하는’ ‘만찬을 분자식으로 기록하는 것과 진배없는’ ‘그치만…… 꽤 흥미로운’ 기보법의 개선 방안에 대한 뜨거운 난상토론이 벌어졌다.
많은 사람들은 죽었다 깨어나도 악상과는 연이 없어 보이는 이그제큐터가 수 년에 걸쳐 독자적인 기보법을 고안했다는 이야기에 반신반의했지만, 그들도 베이스라인의 설명을 조금 들은 뒤에는 곧 진지해져 토론에 뛰어들었다. 체르니는 그 기보법이 음악을 듣는 훈련이 필요한 학생들에게 유용하게 쓰일 가능성을 타진하며 즐거워했다. 사흘째에는 해설 책자까지 몇 권 비치되었다. 베이스라인이 이그제큐터의 설명을 바탕으로 만든 것이다. 표지도 없이 시원스럽게 ‘제1장. 셈여림 표기 확장’ 부터 시작되는 책자는 금세 너덜너덜해졌다. 해설을 옆에 놓고 계속 뒤적이지 않으면 한 마디를 내리 읽기도 어려웠으니까.
온갖 악기의 케이스가 열린 채 놓이고 종잇장들이 가득 쌓여가는 음악실에서, 베이스라인은 함내 단말로 이그제큐터에게 통신을 걸었다.
“혹시 이 기보법 전반을 아우르는 이름이 있나요? 계속 이야기하다 보니 논의를 편하게 하려면 명칭이 필요할 것 같아서요.”
“따로 없습니다.”
“……네, 그럴 것 같았죠.”
통화 너머에서 산뜻한 라테라노어로 무언가 묻는 목소리가 들렸다. 이그제큐터는 비르투오사를 감시하는 중이었던 모양이다. 감시 대상 본인이 듣는 곳에서 이 화제로 대화를 해도 괜찮은지 베이스라인은 혼란스러웠다. 이그제큐터가 그래도 된다고 판단했다면 문제는 없겠지. 아마도. 아마도……?
이그제큐터는 비르투오사의 질문을 무시하며 답했다.
“이름이 필요하다면 임의로 정하시면 됩니다.”
베이스라인은 한숨을 쉬고 싶어졌으나, 동시에 그게 무슨 소용이 있나 싶었다.
“집행자 씨 당신은 물론 개의치 않겠지만, 아무래도 우리 음악가들은 무형의 지식이나 개념에 명명을 함으로써 고안한 사람의 권리를 명확히 하는 일에 익숙해서요. 우리가 마음대로 이름을 지으면 당신의 권리를 빼앗는 셈이 되거든요.”
“저는 그런 권리를 주장할 필요를 느끼지 않습니다. 그 기록체계는 아르투리아의 음악을 정량화하여 분석하기 위한 도구일 뿐입니다. 명명에 관련자의 의견이 필요하다면, 아르투리아는 여러분이 원하는 용도에 적합하면서 기존의 기보법 이론과도 괴리되지 않을 이름을 붙일 수 있을지도 모르겠군요. 지금 옆에 있습니다만, 연결해 드릴까요?”
맙소사. 통화 뒤편에서는 이제 재미있어하는 웃음소리가 들렸다.
“당신이 얼마나 대범한 사람인지 웬만큼 알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나무에게 도끼의 이름을 지을 권리를 주겠다니, 이제 더 감탄할 힘도 없네요.”
짧은 침묵 뒤. “비유입니까?”
“네에, 왜 갑자기 벌목을 하냐고 묻지 않아 줘서 고마워요. 음……만약 아르투리아 씨에게 의견이 있다면 그쪽을 따를게요. 딱히 없다면 그때는 우리가 후보를 몇 가지 정할 테니 고르기만이라도 해 주세요. 이건 괜찮겠죠?”
“그렇게 하시죠.”
낭랑한 목소리가 따라붙었다. “나는 신경쓰지 마. 이제부터 페디에게 설명을 들어야 하거든.”
통화를 끝낸 베이스라인은 음악실의 일행들을 향해 으쓱했다. “그러시다네요.” 그들은 절레절레하며 쓴웃음을 나누었다. ‘누가 말리겠어.’
페데리코의 기보법은 철저하게 첼로의 주법만을 기록하기 위한 용도였기에, 여러 악기에 폭넓게 적용하려 한다면 상당한 재창조를 거쳐야 했다. 그 최종적인 결과물은 몇몇 전위적인 음악 이론에서 쓰이는 기보법들에서 그렇게까지 유리되지는 않을 것이다. 천 년 넘게 최고의 지성들이 정련해 온 시스템은 음악가가 아닌 사람이 홀로 혁신할 수 있을 만큼 호락호락하지 않다.
하지만 로도스에 모인 여러 배경과 경험을 가진 음악가들에게도 그 작업은 충분히 향후 몇 달간 모임에 활기를 더할 지적 도전이 되기에 충분했다. 어쨌든, 집행자 페데리코가 수 년간 이어온 집념도 호락호락하지는 않다.
머리를 싸맨 지성들은 며칠 후 마침내 이그제큐터의 설명 없이 프렐류드 하나의 악보를 처음부터 끝까지 읽어내는 일에 성공했다. ‘평범한’ 음악가를 위한 메모들이 덧붙으며 더더욱 어지러워진 악보를 가운데 두고 그들은 소박한 자축을 나누었다. 귀한 악기와 악보가 가득한 음악실에 감히 음식을 들고 오는 사람은 없으니, 쏟아지지 않도록 잘 밀봉된 음료 몇 잔만을 곁들인 정갈한 파티였다.
악보집을 좌우로 넘기며 도란도란 이어지던 대화가 문득 동시에 멎었다. 그들은 묘한 표정으로 서로를 돌아보았다. 그리고 서로가 너나할 것 없이 같은 생각을 떠올렸다는 것을 알았다.
“음…… 역시 부탁해 보고 싶어지죠?”
소라가 푹 웃으며 운을 떼자 체르니는 덩달아 웃고 말았다. 이 인원도 이그제큐터의 악보가 만든 즐거운 변화 중 하나였다. 라이타니엔의 피아니스트와 용문의 아이돌이 같은 주제로 대화를 나누는 광경을 로도스 이외의 장소에서 보기는 어렵겠지. 소라는 전자악기에 익숙한 상업음악계 종사자의 관점에서 이그제큐터의 악보와 최신 작곡 소프트웨어의 공통점에 대한 흥미로운 통찰을 나누어 주었다.
소라의 상당히 생략된 질문에 모두가 비슷한 으쓱임을 주고받았다. 곧 웃음을 수습한 체르니가 조심스럽게 지적했다.
“사실 저도 그렇습니다만, 이그제큐터 씨에 앞서 비르투오사 씨의 동의가 먼저 필요할 것 같군요.” 전자는 아마도 두말없이 응낙할 테니까.
비유하자면, 이그제큐터는 음악가들이 ‘여기부터 저기까지 걷기’라고 적을 법한 것을 이렇게 기록해 두었다. ‘왼발의 발꿈치를 뗀다. 오른발에 무게를 실으며 왼발의 발끝을 뗀다. 무게중심을 정면으로 기울인다. 넘어지기 전 조금 앞에 왼발을 딛는다. ……’ 출발 지점부터 목적지까지, 모든 걸음과 머뭇거림과 질주를 빠짐없이. 현기증이 날 정도로 환원적이다. 하지만 이그제큐터에게 이런 기록을 가능케 하는 인지가 있다면 그에게는 걷기라는 행위를 스스로 구사할 능력도 어느 정도 있으리라고 추측할 수 있다. 그런 지난하고 우회적인 방식으로 그는 첼로를 ‘안다’.
그렇다면…… 그는 아르투리아의 첼로 연주를 그가 기록한 만큼의 해상도로 모사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는 이 조밀한 악보를 한눈에 읽을 수 있지 않은가. 읽은 그대로 연주하면 된다. 연주보다는 재생이라고 불러야 할지도 모르지만.
‘악기의 주법을 구사한다’와 ‘악기로 음악을 표현한다’ 사이에는 글씨를 쓰는 능력과 서사시를 쓰는 능력만큼이나 거대한 간격이 있다. 페데리코의 악보가 암시하고 있는 것은 전자뿐이었으며 누구도 그에게 후자를 요구하지는 않았다. 그저…… 수렴과 통합에 익숙한 많은 사람들에게는 암호문에 가깝게 느껴지는 이 악보를 이그제큐터가 실제 연주로 옮긴다면 어떤 소리가 날지…… 솔직히…… 조금…… 궁금한데…….
베이스라인이 끄덕했다. “그러면 제가 두 분께 연락해 볼게요.”
그는 요며칠 이그제큐터의 악보에 얽힌 일련의 일들에서 총괄 비슷한 역할을 자처하고 있었다. 그는 자신이 참 이상한 짓을 하려 하고 있다는 생각을 지우기 어려웠지만, 학구열이나 책임감과 더불어 마음 한켠에서 도저히 외면할 수 없는 흥미가 말을 거는 목소리 또한 겸허하게 인정했다. 전자로 후자를 합리화하고 싶은 유혹을 끊어냈다는 점에서 그의 강직함은 실로 존경받을 만했다.
그날의 모임을 파하고 베이스라인도 숙소로 돌아갔다. 로도스에서 제공한 책장이 있는 선실을 잠시 정돈하고 튜바의 상태도 익숙하게 점검한 베이스라인은 곧 책상 앞에 앉아 단말을 켰다. 그러자마자 그는 꼬리가 떨어져나갈 듯 부끄러워졌다. ‘오퍼레이터 비르투오사 님께. 아시다시피 당신의 담당 집행자인 이그제큐터 씨가 업무상의 목적으로 당신의 공연을 해부한 악보가 있습니다만, 원곡자인 당신을 뻔히 두고 그에게 그걸 연주해 달라고 부탁해도 괜찮을까요?’ 여황을 섬기기 위해 갈고닦은 언변으로도 이 말을 무례하게 들리지 않도록 다듬을 자신이 없었다. 실제로 무례한 말이니까.
하지만 베이스라인은 영웅적인 노력 끝에, 이번에 진행코자 하는 ‘시연회’가 아르투리아 잘로의 음악적 성취를 폄하하고자 하는 것이 아니며 다만 집행자 페데리코가 고안한 독특한 기보법에 대한 학문적 탐구심의 발로일 뿐임을 정중히 설득하는, 그럭저럭 봐줄 만한 문면을 짜낼 수 있었다. 그는 눈을 질끈 감고 메일 전송 버튼을 눌렀다. 어쩐지 집행자 씨와 얽히는 일마다 평정을 유지하기가 참 어렵다는 생각을 떠올리며.
비르투오사의 답변은 십수 분만에 돌아왔다. 담백하고 우아했다.
‘녹음되며 얼어붙은 순간에 이미 그 곡들은 내가 그때 느끼고 표현한 감정들과는 아무 관련이 없어. 그 연주에 대한 진실된 기록은 오로지 그곳에서 그 연주를 들은 나와 다른 이들의 마음속에만 남았으니까. 그러니 녹음된 소리를 재현하는 일에 내 허락을 받을 필요는 없다고 생각해.’ ― 맞는 말이다. 어쩌면 채록된 연주가 그의 음악을 침범할 수 있다는 생각 자체가 그의 유일무이한 연주에 대한 무례였을지도 모르겠다. ― ‘그렇다 해도 당신이 건넨 진솔함과 배려를 기쁘게 받아들였음을 알리기 위해 답장을 보내. 당신과 친구들이 이번에 추진하고자 하는 행사의 학구적이고 건설적인 취지를 나를 포함해 누구도 잘못 듣지 않을 거야. 만약 누군가가 오해한다면 나는 이 행사에 이미 내 마음에서 우러난 응원을 건넸다고 몇 번이고 이야기할게. 모두 즐거운 시간을 보내기를.’
베이스라인은 ‘미력하나마 음악에 몸담은 사람으로서 당신의 관대함이 당연한 것이 아님을 알고 있으며, 베풀어 주신 이해와 지지에 깊은 감사를 표합니다’로 요약되는 답장을 보내고 한숨을 돌렸다.
다음은 이그제큐터에게 연락할 차례였다. 그를 상대로 복잡한 예절을 담아 메일을 보낼 필요는 없다. 물론 베이스라인은 라이타니엔과 라테라노 양측의 예법에 부합하고 성도 페데리코의 위에 걸맞는 유려한 부탁의 글을 쓸 수도 있다. 그것이 평소의 베이스라인의 방식이다. 그렇게 한다면 익숙하고 마음이 편하겠지. 하지만 그 메일을 받는 이그제큐터의 입장에서는, 용건에 대한 결론은 3초 안에 내리겠지만 왜 베이스라인이 그런 간단한 용건의 앞뒤로 내용과 무관한 수사를 붙였는지 추측하는 데에 훨씬 많은 시간을 들여야 할 것이다. 그는 공연히 이그제큐터의 수고를 늘리지 않기로 했다. 거기까지 떠올린 베이스라인은 멈칫했다.
페데리코 씨를 많이 아는 것처럼 생각하고 있네.
적어도 며칠 전보다는 그러했다. 이그제큐터의 기보법은 그의 사고체계나 그가 소리를 받아들이는 방식에 대해 다양한 면모를 암시하고 있다. 기보법 전체가 그가 이해할 수 없는 것을 아는 것의 영역으로 편입시키기 위한 노력의 산물이었으니까. 어느 면에서 그것은 일기나 연주보다도 직설적이고 투명한 자기표현이었다. 미하엘은 ‘페데리코 잘로가 무엇을 모르는지 알 수 있었다’, 적어도 그 중요한 일부를. 새삼스럽게 그는 자신이 몇 권의 악보 이상의 무언가를 건네받았음을 절감했다. 자신의 차이를 타인 앞에 이토록 흔쾌히 내보일 수 있는 사람은 드물다.
베이스라인은 이그제큐터의 그런 성정을 감정적인 표현으로 가리키지 않도록 스스로를 단속했다. ‘진실함’이 그나마 가장 근접한 수식일 것이다.
그는 선내 일정표에서 이그제큐터의 일정이 비어 있는 것을 확인한 후 적당한 시간에 통신을 걸었다. 역시 그의 대답은 3초 이상 지체되는 법이 없었다.
“제게 아르투리아의 아츠를 모사할 능력은 없습니다만.”
“물론 아츠는 논외입니다. 기보가 실제 연주에 어떻게 반영되는지 시연을 부탁드리고 싶을 뿐이에요. 가능하실까요? 아무래도 까다로운 곡들이지만…….”
“그의 모든 연주에 물리적으로 재현하기 어려운 기교가 쓰이지는 않습니다. 몇몇 난이도가 낮은 곡이라면, 예, 연주할 수 있습니다.”
시원스럽게 느껴질 정도의 확답이었다. 베이스라인은 안도했지만 역시 그의 괴멸적인 피아노 연주를 떠올리지 않을 수 없었다. 으음. 물론 악보에서 보인 그의 이해도로 미루어 그의 첼로 연주가 피아노 연주와 같지는 않겠지. 하지만 모여앉은 사람들 앞에서 이그제큐터가 신중한 몸짓으로 두 시간에 음표 하나씩을 연주하는 구도가 벌어진다면, 누구의 잘못도 아니라 해도 다소 난처한 상황이 될 것이다.
“……공개 일정을 정하기 전에 저와 둘이서만 리허설을 한 번 부탁드릴게요.”
“알겠습니다. 저는 따로 소지한 악기가 없습니다만 어떻게 할까요?”
“그건 제게 맡겨주세요. 그럼 일정이 괜찮으시다면 내일 저녁에 잠시…….”
라이타니엔으로 돌아가야 하는 날이 가까워지고 있었기에 베이스라인은 공무가 없는 시간마다 바쁘게 움직였다. 그냥 날짜를 잡고 이그제큐터를 불러 첼로를 쥐어 주고 끝, 같은 방식이더라도 불만을 가지는 사람은 없었을지도 모르지만, 아무래도 그런 일처리는 베이스라인 본인의 성에 차지 않았다. 그는 이 작은 행사를 꼭, 성공시키고 싶었다.
먼저 장소는 체르니의 음악실로 잡았다. 그 자체로 참관 인원을 제한하는 효과가 있었다. 물론 관객이 한 명이든 천 명이든 이그제큐터가 긴장하거나 불편해할 리는 없다. 설령 관객 사이에 여황이 섞여 있더라도 그라면 태연자약하겠지. 그래도 베이스라인은 이 일련의 전개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친 사람으로서 책임감을 느꼈다. 음악을 업으로 하지 않는 이그제큐터가 필요 이상으로 전문가들의 평가에 노출될 필요가 없도록, 베이스라인은 참관 음악가의 명수를 가능한 한 줄이고 녹화 장비를 빌렸다. 그 조치의 4할 정도는 비르투오사를 의식한 탓이기도 했다. 아무리 비르투오사가 로도스에서 여러 제약을 순순히 받아들이고 있으며 이번 시연회에 쾌히 허락까지 내주었다 해도, 한 명의 음악가로서 사람들이 자신의 음악의 ‘사본’을 듣기 위해 우르르 모여드는 상황을 경사로 받아들이기는 어려울 수도 있다.
그렇기에 약속된 날 비르투오사 본인이 음악실에 등장했을 때 베이스라인이 낭패한 표정을 지은 것은 당연했다.
“저……” 베이스라인은 한참 표현을 고르다가 체념했다. “괜찮으시겠어요?”
“쪼개지는 장작이 되어 보는 경험은 흔하지 않잖아?”
산뜻하게 대답한 비르투오사는 곧 이그제큐터를 발견하고 다가갔다.
체르니의 음악실은 공연 시설이 아니었기에 분리된 연주자 대기실 같은 것은 없었다. 사실 베이스라인은 가까운 다른 선실을 대기실로 쓰려 했으나 당사자인 이그제큐터가 굳이 그럴 필요를 느끼지 않았던 탓에 흐지부지되었다. 이그제큐터는 음악실 한쪽 구석에 앉아 첼로의 지판과 활을 주의깊게 만지며 물성을 손에 익히는 중이었다. 신중하기는 하지만 여타 연주자들이 악기를 어루만지는 애정어린 손길과는 거리가 멀었다. 도리어 저러다가 갑자기 수호총을 정비할 때처럼 첼로를 착착 분해하지 않을지 공연한 불안을 일으키는, 오묘하게 등속적인 움직임이었다.
복장도 평소 그대로다. 다만 사격에 편하도록 항상 끼고 다니던 반장갑만은 벗어두었는데, 그래서 손가락과 햇빛이 자주 닿지 않은 손등의 한중간에 희미한 경계선이 보였다. 어느 모로 보나 연주자의 손은 아니었다. 다행히 굳은살은 원래 있으니 현의 마찰에 통증을 느끼지는 않기를 바랄 따름이다.
비르투오사의 경쾌한 발소리를 들은 이그제큐터는 손길을 멈추고 가만히 고개를 들었다. 비르투오사가 드리우는 그림자는 다른 사람의 것보다 조금 더 검은 듯하다. 그것이 이그제큐터의 부연 백금발 위에 떨어질 때에는 더욱.
흰 성도는 검은 성도의 그림자 속에서 말했다. “오셨군요.”
“준비는 됐어?”
“보시다시피 미하엘의 도움을 받아 학생들이 사용하는 연습용 첼로를 빌렸습니다. 조율은 되어 있습니다.”
“악기가 아니라 네 이야기야, 페디.”
이그제큐터는 혼란스러운지 대답하기 전 잠깐 지체했다.
“……악기와 악보 이외에 따로 제가 준비해야 하는 요소가 있습니까?”
비르투오사는 소리내어 웃었다. “스스로에게 물었을 때 떠오르는 것이 없다면, 그걸로 됐어. 자.”
그리고 비르투오사는……놀랍게도 그가 항상 몸에서 떨어뜨리지 않는 흑백의 첼로를 반 바퀴 핑글 돌리더니 이그제큐터가 앉은 쪽으로 기울였다. 조금 떨어진 자리에서 둘의 대화를 주의깊게 지켜보던 베이스라인은 경악했지만, 이그제큐터는 다만 의도를 묻는 시선으로 그것을 마주보았다. 비르투오사는 고갯짓으로 채근했다.
“잠금장치는 너라면 해제할 수 있지? 이걸로 연주하렴.”
“왜죠?”
“장비가 연주에 변수가 되는 건 너도 원하지 않을 테니까?”
이그제큐터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가, 이윽고 가지고 있던 첼로를 조용히 치운 뒤 비르투오사의 손에서 우아한 첼로와 활을 넘겨받았다. 그는 그것을 무릎 위에 바르게 올리고는 비르투오사의 연주를 금하는 고정 장치들을 차근차근 조작해 풀어냈다.
베이스라인은 정수리에 불이 붙기 직전까지 고민한 끝에 둘에게 다가갔다. 행사에 문제가 생길 가능성은 최대한 줄이고 싶었다.
“페데리코 씨? 갑자기 악기를 바꾸어도 괜찮으시겠어요?”
이제 이그제큐터는 자리에서 일어나 첼로와 바닥이 접하는 엔드핀의 길이를 조정하고 있었다. 일반적인 첼로는 의자에 앉아서 두 무릎 사이에 두고 연주하지만 비르투오사의 것은 선 채로 연주하는 쪽이 악기 제작자의 의도에 부합한다. 그러니 두 사람의 신장차를 고려해 페데리코의 선키에 맞추어 엔드핀을 연장해야 했다. 첼로의 구조에 대한 분명한 이해가 담긴 주저없는 손길이었다. 비르투오사는 딱히 돕지 않고 한 걸음 물러서서 동생이 자신의 악기를 조정하는 양을 여유롭게 지켜보았다. 이그제큐터는 곧 적당한 높이를 정하고 핀의 고정쇠를 조이며 대답했다.
“아르투리아의 아츠의 위험성은 악기 자체가 아니라 연주에 있습니다. 이미 실험으로 검증된 사항입니다. 일반적인 연주를 위해 아르투리아의 악기를 사용하는 일에 문제는 없습니다.”
그 의미가 아니라……. 베이스라인은 무어라 이어 말하려 했지만 정지했다. 이그제큐터가 자신의 공언을 확인시키듯이 활을 들어올려 현에 얹었기 때문이다. 현 위로 보이지 않는 곡면을 따르듯 활이 미끄러졌다.
C2― G2― D3― A3.
첼로가 낼 수 있는 가장 낮은 소리가 음악실을 깊숙이 관통했다.
일찍부터 자리를 지키고 있던 몇몇 음악가들이 일제히 움찔했다. 베이스라인이 신중히 고른 인선답게, 연주가 시작되기 전 연주자의 주의를 흐트리는 일을 삼가고 있었던 그들은 드러나게 반응하지는 않았다. 그래도 표정까지 숨길 필요는 없었다. 체르니는 그 깨끗한 소리에 깊은 인상을 받은 기색이었다. 선내에서 아르투리아의 첼로는 줄곧 침묵해야 했으니까. 곧이어 체르니는 무언가를 떠올리는 듯 모호한 방향으로 시선을 떨어뜨렸다. 우르티카 영지의 일로 이함한 에벤홀츠? 아니면 다른 누군가? 순간 그 사연 많은 피아니스트에게 몰입할 뻔한 베이스라인은 다시 주최자의 책임을 다하기 위해 근경으로 주의를 당겼다.
이그제큐터의 평은 무덤덤했다. “조율은 필요하지 않겠군요.”
비르투오사는 잘게 웃었다. “물론이지. 연주 기대할게.”
“……자리를 안내해 드릴게요.”
베이스라인은 간신히 개입할 시점을 잡았다. 그러나 비르투오사가 그의 손짓을 따라 몸을 돌리려 하는 때 이그제큐터가 첼로를 내려놓으며 제지했다.
“아르투리아, 이 음악실에는 당신의 무기가 될 수 있는 악기가 너무 많습니다. 참관을 원하신다면 만약의 사태를 방지하기 위해 손을 결박하겠습니다.”
베이스라인은 다시 한 번 경악했다. 지금 목숨이나 다름없는 악기를 기꺼이 빌려준 사람에게? 하지만 비르투오사의 위험성을 생각하면 합리적인 조처라는 점 또한 사실이었다. 누구를 도와야 할지 난감해하는 베이스라인을 보고 비르투오사는 으쓱했다.
“괜찮아. 순순히 보내 줬다면 더 놀랐을 거야.”
그는 동생이 손목에 채워 주는 한 쌍의 팔찌를 받아들였다. 두 손을 동여매지는 않았지만 대신 손목에 무작위하게 약한 전류를 흘려 손가락을 섬세하게 통제하지 못하도록 하는 장비였다. 협조적인 상태의 비르투오사에게는 이 정도로도 충분하다고 판단한 듯했다. 그것을 너그러움이라고 보아야 할지 혼란스러워하며 베이스라인은 비르투오사에게 적당한 자리를 안내했다.
베이스라인은 시연회 중 사고가 일어날 걱정은 하지 않았다. 이그제큐터가 첼로를 적절히 다룰 수 있다는 사실은 이미 리허설로 한 번 확인했고 비르투오사의 호의는 그의 다른 모든 행동만큼이나 진실했으니까. 다만 아스라한 위통이 올라오기 시작했다. 그는 같은 성을 공유하는 두 산크타가 방금 무엇을 주고받았는지 어떤 설명으로도 소화할 수 없을 것 같았다.
곧이어 이그제큐터와 평소 친분이 있는 ― 물론 이 표현에는 상당히 유연한 확대해석이 필요하다 ― 오퍼레이터들도 음악실에 하나둘 얼굴을 내밀기 시작했다. 낮은 두런거림만이 드물게 오가던 공간에 점차 활기가 돌았다. 베이스라인은 그런 단순 방문객은 굳이 막지 않았다. 이그제큐터 본인이 용인한 이상 그럴 권리도 없었다. 그들은 기보법의 음악이론적 성취나 아르투리아의 곡의 재현도보다는 ‘첼로? 그 페데리코가?’라는 무해한 호기심과 호의로 찾아왔을 뿐이니까.
이그제큐터에게 인사를 건네려 다가온 오퍼레이터들은 그가 비르투오사의 첼로를 돌보는 모습에 놀라워했지만, 또 저 복잡살벌한 남매답게 알면 알수록 머리 아플 만한 사연이 있겠거니, 굳이 자초지종을 묻지는 않았다. 이그제큐터는 알은체를 하는 방문자들과 음원처럼 똑같은 고저로 짤막한 인사를 주고받았다. 오랜만이군요, 버메일. (그 아가씨는 별 신기한 광경을 다 보겠다는 투로 이그제큐터를 위아래로 훑어보았는데, 피차 그런 행동을 무례라고 여기지도 않는 듯했다.) 안녕하세요, 클로저. (수석 엔지니어와 동명이인인 오퍼레이터가……) 예, 드론은 객실에 두고 왔습니다. (잠깐, 정말 클로저 본인이잖아. 라테라노의 성도가 뱀파이어와 친구여도 율법적으로 문제가 없나?) 그러던 중 이그제큐터는 음악실로 들어서는 한 명을 향해 의아해하며 말을 걸었다.
“리켈레? 당신은 카시미어에서 공증소 임무를 맡고 있지 않았습니까?”
인사이더는 의기양양한 몸짓을 했다. “그래서 다행이었지. 고작 이틀 거리잖아. 타이어에서 탄내가 날 정도로 밟아서 어떻게든…… 페데리코, 그렇게 째려보지 말라고! 일은 확실히 마무리했으니까.”
저게 이그제큐터의 책망하는 표정인가? 베이스라인의 눈에는 영 평소와 똑같아 보였다.
인사이더는 이그제큐터가 묻지도 않은 무용담인지 변명인지 모를 말을 늘어놓았다. 그는 카시미어에서 모종의 파견 업무를 처리하던 중 지역의 로도스 사무소에 안부 인사나 하러 들렀다가 우연히 이그제큐터의 소식을 들은 모양이었다. 그는 그 길로 벼락같이 일거리를 끝장내 버리고는, ‘임무는 완료했으나 협력 기관인 로도스 아일랜드에서 휴식과 재정비를 거친 뒤 라테라노로 복귀하겠다’ 라는 핑계를 공증소에 발송하기 무섭게 본함을 향해 달려 오늘 낮 도착했다고 했다.
이그제큐터는 (인사이더의 표현을 빌리면) ‘째려보며’ 촌평했다. “충분히 일정을 단축할 수 있는 임무를 지연하고 있었다는 의미군요.”
“시기적절한 동기부여가 불러온 쾌거라고 표현해 줘. 사실 마침 어찌어찌 운이 겹친 덕분이지만.”
라테라노인다운 저돌성이라고 할까. 베이스라인은 웃어야 할지 어이없어해야 할지 헷갈릴 지경이었다.
“……이번 일이 그 정도로 놀라운 사건인가요?”
자리를 찾아 앉는 인사이더에게 조심스럽게 다가가 물었다. 인사이더는 낄낄거렸다.
“놀랍다뿐이겠어. 네가 총대라며?”
베이스라인은 이 지극히 산크타적인 관용어에 도리없이 마주 웃으며 끄덕였다. “맞아요.”
“운이 좋았네. 만약 로도스가 라테라노 근방에 있었으면, 공증소 사람들이 단체로 연차 내고 달려오는 바람에 파업 사주로 외교 문제가 됐을 걸.”
이미 옆자리에 앉아 있던 스푸리아는 흥겹게 카메라까지 꺼내들며 맞장구쳤다. 베이스라인은 알지 못했지만 이런 자리에 드론이 아니라 스푸리아 본인이 등장했다는 사실 자체가 상징적이었다.
“이런 재밌는 기회를 어떻게 넘어가? 난 선배한테 자랑하려구.”
“그거 보내 주라. 나도 에젤이랑 사무소 애들한테 자랑하게.”
베이스라인은 자신의 실수를 깨달았다. 이그제큐터가 사교와 연이 없는 사람이었기에 그의 교우관계의 규모를 제대로 가늠하지 못한 것이다. 비록 이그제큐터 본인은 친구를 소개해 달라는 말을 듣는다면 곤란해하며 친구라는 단어의 정확한 범주를 되묻겠지만, 그의 주변에는 ‘그 페데리코가?’라는 호기심 하나만으로 열 일 제치고 걸음할 만한 이들이 결코 적지 않았다. 십여 분 후 급기야 박사와 아미야가 객석에 앉은 오퍼레이터들과 인사를 나누는 모습을 목격했을 때 베이스라인은 자신의 실수가 치명적인 수준이 아니었는지 고뇌하고 있었다.
다행히 방문객은 음악실의 조촐한 면적이 수용할 수 있는 선에서 그쳤다. 의자는 두 개 더 가져와야 했지만.
베이스라인은 안도했으며…… 그 안도에서 맑은 투명감을 느꼈다. 자신은 걱정하고 있었으나 ‘그렇게까지’ 걱정하고 있지는 않았던 모양이다. 그는 이 작은 계산 착오를 어쩐지 기꺼워하는 스스로를 들여다보았다. 흐르는 감정을 직시하고 그 골과 이랑에 바른 이름을 붙이는 일은 음악가의 덕목이다.
그는 다른 사람들보다 한 발 앞서 페데리코의 첼로 연주를 들었다. 그리고 그는 이제 페데리코의 친구들이 그 연주를 들을 수 있다는 사실이 기뻤다.
…….
저녁 8시. 약속된 시간이다. 베이스라인은 준비해 두었던 인삿말 중 몇 단락을 머릿속에서 폐기했다. 이미 멀끔한 옷매무새를 새삼스럽게 정돈하고, 음악실 한쪽 끝에 무대를 대신해 넓게 비워둔 공간으로 나섰다.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던 참관객들은 그 모습을 보고 대화를 마물렀다.
공간이 금세 호의적인 침묵에 잠겼다. 눈치 좋은 누군가가 날래게 움직여 방 반대쪽의 조명을 껐다. 상대적으로 밝아진 낮은 단상에 올라선 베이스라인은 격식인사 대신 가벼운 묵례 후 입을 열었다. 목소리를 높일 필요도 없었다.
“반갑습니다. 이번 시연회를 주관한 오퍼레이터 베이스라인입니다. 시작에 앞서 이 ‘시연회’라는 명칭으로 의도하는 바를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예, ‘연주회’가 아닙니다.”
베이스라인은 음악실의 반대쪽 끝, 그늘 속에 첼로와 함께 묵묵히 서 있는 이그제큐터의 시선을 짧은 순간 마주보았다. 다시 좌중을 향해 말했다.
“오늘 두 곡의 첼로 독주를 연주해 주실 이그제큐터 씨는 원래 음악을 업이나 취미로 다루지 않습니다. 다만 그는 업무상의 목적으로 음악을 이해하기 위해 수 년에 걸쳐 첼로를 기록하는 아주 엄밀하고 특수한 기보법을 고안했습니다. 기다리시는 시간 동안 내려받으신 책자를 간단히 확인해 보셨으리라 생각합니다.”
음악실의 친구들은 아직 기보법의 이름을 정하지 않았다. 페데리코는 어쩌면 첼로의 주법을 배웠듯이 그의 마땅한 권리를 다루는 법을 ‘배울’ 수 있을지도 모른다. 베이스라인은 관객들이 단말을 이리저리 스와이프하는 손길이 잦아드는 시점을―어차피 단번에 이해할 수 없는 것이었기에 긴 시간이 필요하지는 않았다―정확히 계산한 뒤 계속했다.
“보시다시피 이 기보법은 우리처럼 음악을 일상적으로 받아들이는 사람일수록 매우 지엽적이고 난해하게 느껴지기 때문에, 현재로서는 그것을 적절한 속도로 읽고 연주할 수 있는 사람은 테라를 통틀어 이그제큐터 씨 한 명뿐입니다. 우리 중 몇몇도 시간을 들여 그 기보법을 배우기는 했습니다. 더 노력하면 연주로 옮길 수도 있을지도 모르죠. 하지만 그렇게 한다 해도 그것이 이그제큐터 씨의 의도를 충분히 구현하는 것인지 확신하기 어려운지라, 결국 우리의 이해를 돕기 위해 고안자 본인의 시연을 먼저 부탁드리게 되었습니다. 이런 맥락에서, 오늘의 시연회는 이그제큐터 씨가 어디까지나 기술적인 영역의 도움을 나누어 주시는 자리라는 점을 염두해 주셨으면 합니다.”
함부로 평가하지 말 것. 양식 있는 오퍼레이터들은 수긍하고 끄덕였다.
“시연회 장소로 함내의 공식적인 무대 시설이 아닌 이 음악 수업이 이루어지는 음악실을 택한 이유 또한, 우리가 배움을 나누기 위해 모였다는 점을 명확히 하기 위해서입니다. 이 의도에 동의하여 소중히 가꾼 음악실의 문을 흔쾌히 열어 주신 체르니 씨께 감사드립니다. 체르니 씨는 예의 기보법의 교육적 활용 방안에 대해서도 여러 건설적인 의견을 개진해 주셨습니다. 더불어 최근 체르니 씨는 음악 교육에 열정을 쏟고 계신지라, 음악에 대한 이해도가 서로 다른 여러 오퍼레이터들을 만날 수 있다는 점에서도 이 자리를 크게 반기셨습니다. 평소 음악실을 어려워하시던 분들께서는 이번 기회를 계기로 종종 걸음해 주셨으면 합니다.”
체르니의 주변 자리에 앉아 있던 히비스커스와 몇몇 오퍼레이터들이 그에게 공손하고 살가운 눈인사를 보냈다. 인사가 적당히 지나가자 베이스라인은 다시 객석 한쪽으로 손을 열었다.
“저쪽에 자리해 주신 소라 씨는 전자음악 종사자들과 함께 이 기보법의 데이터화 가능성을 타진하고 계십니다. 이번 행사의 녹음과 녹화 설비의 배치에 대해서도 향후 있을지 모르는 데이터화를 고려해 여러 조언을 주셨습니다. 저는 이번 기회로 소라 씨와 교류하면서, 우리가 음악이라는 같은 길을 걷고 있으면서도 얼마나 서로의 영역에 대해 무지했는지를 확인하는 즐거운 부끄러움을 만끽할 수 있었습니다. 만약 제가 로도스 바깥의 일로 분주하지 않았더라면 하선하자마자 용문으로 향해 디제잉 수업에 등록했을 겁니다. 앞으로도 많은 지도와 도움을 부탁드립니다.”
“오시면 좋은 선생님 소개해 드릴게요~”
소라가 손을 흔들며 발랄하게 답했다. 베이스라인 ― 미하엘이 로도스 밖에서 맡은 직책에 대해 적지 않은 사람이 알고 있으니 이는 순전히 농담이었다. 객석 곳곳에서 작은 웃음이 터졌다. 베이스라인도 사회자의 진지함을 잠시 거두고 소라를 향해 빙긋 웃어 화답했다. 그리고 좌중이 다시 조용해지자 표정을 정돈했다. 소년의 얼굴이 곧 라이타니엔 궁정의 젊은 예절 관리의 얼굴로 돌아왔다.
“또 한 분 큰 감사를 받아 마땅한 이름을 호명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이그제큐터 씨가 오늘 연주해 주실 곡들은 비르투오사 씨의 연주를 채록한 악보에 기반한 것임을 밝힙니다. 원곡의 재현을 관대하게 허락하신 데에 그치지 않고, 직접 걸음해 귀중한 악기까지도 대여해 주신 비르투오사 씨의 너른 후의에 감사드립니다.”
음악인 몇은 그저 끄덕였지만 정확한 맥락을 알지 못했던 몇몇 오퍼레이터들은 놀라워하며 주변을 두리번거리지 않기 위해 노력했다. 앞줄에 앉은 비르투오사는 살풋 미소지으며 고갯짓해 보일 뿐이었다.
“진행에 대해 설명드리겠습니다. 오늘 연주될 두 곡 중 한 곡의 악보는 받으신 책자에 실려 있습니다. 내용을 바로 따라가기 어려우실 분이 많으니 연주 중 책자의 페이지 넘김은 제가 중앙 제어합니다. 또 한 곡은 연주 직전 제목만 공개한 뒤 진행될 것입니다. 물론 연주자는 두 곡 모두 직접 채보한 악보를 보며 연주합니다. 이런 변칙적인 구성은 서로 다른 조건으로 두 곡을 들으며 감상의 차이를 느낄 수 있도록 제가 제안했습니다. 또한 선곡은 기보법의 특장점을 드러내기 좋고 연주자가 구사하기에 적합한 것으로 연주자가 직접 택했습니다.”
여기까지는 대부분 미리 준비해 둔 문구였다. 튜바 연주자의 깊은 호흡을 살려 줄곧 유창하게 이야기하던 미하엘은 처음으로 문장을 고르기 위해 말을 멈추었다. 지금까지보다 긴 침묵이 생겼지만 관객들은 기다려 주었다.
“……흔히 음악은 타고난 재능의 영역이라고 말합니다.”
음악실의 공기가 희미하게 변했다. 입을 열고서야 자신의 말을 들은 베이스라인은 그 문장의 진부함에 스스로 놀랐다. 볼품없는 서두였으나 그는 조금 더 고민했다가 그대로 이어갔다.
“저는 비록 음악이 무엇인지 정의할 만한 경험은 아직 일천하지만, 그래도 그 말을 어느 정도 수긍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제가 이를 물고 기어오르는 벽을 누군가가 휘파람을 부르며 타넘는 모습을 숱하게 보았고, 저에게는 산들바람을 즐기듯 편안했던 일이 다른 누군가에게는 폭풍으로 여겨지는 경우 또한 드물지만 몇 번은 보았으니까요. 그러다 보면 자문할 수밖에 없습니다. 애초에 재능이란 무엇일까?
만약 재능이 도전에서 만나는 모든 어려움을 즐겁게 지나쳐갈 수 있게 하는 자질이라면, 이 대지에 진정 재능 있는 음악가는 단 한 명도 없겠지요. 모두가 각자의 역경을 만나며, 각자의 무기를 부여잡고 그것과 맞서 싸웁니다. 그 싸움이 어디서 더뎌지는지의 차이가 있을지언정 그것을 끝내 멈추지 않은 한 그는 재능 있는 음악가라고 불릴 자격이 있을 것입니다.
예, 포기하지 않는 집념이야말로 재능이라느니 하는 흰소리로 스스로의 볼썽사나운 모습을 애써 위로하는 범재들이 얼마나 많은지요. 저도 그 중 하나임을 인정할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그런 자세가 지금까지 수많은 음악가를 절망에서 건지고 대가의 반열에 올렸다는 점 또한 사실입니다.”
모든 음악가가 까마득한 어린 시절부터, 혹은 어젯밤에도 한 번은 떠올려 봤을 생각이었다. 젊은 연주자의 진솔한 고백에 많은 관객들이 희미한 미소를 걸었다.
“저는 앞서 이번 시연회에 대해 ‘음악적’인 측면의 가치 판단을 자중해 달라는 요지의 말씀을 드렸습니다. 정확히는, 저는 우리가 곧 함께 나눌 시간이 음악에 대해 우리가 평소 행하던 방식의 판단을 잠시 내려놓을 기회가 되기를 바랍니다.
저는 이그제큐터 씨가 우리가 몰랐던 음악적인 역경에 우리가 만난 적 없었던 방식의 재능으로 오랫동안 맞서 왔음을 알게 되었으며, 그렇기에 그가 한 명의 음악가라고 불리기에 한 점 부족함이 없다고 생각합니다. 사실 저의 일부는 여전히 이런 낯선 개념에 혼란스러워하고 심지어 그것을 거부하고 있음을 부정하기 어렵습니다. 그러나 저의 확신하는 나머지 절반으로 감히 여러분께 동의를 구하고 싶습니다. 그리고 여러분이 저의 회의하는 절반을 저와 함께 설득해 주시기를 고대합니다.”
로리스의 피아노 앞에서 생각에 잠긴 페데리코에게 미하엘은 말했었다. ‘규칙을 암기하는 방식으로 음악을 이해하면 안 돼요.’ 왜 그래서는 안 된단 말인가? 그것이 그가 아는 한 음악에, 타인에게, 세계에 다가갈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면?
미하엘은 더이상 청중의 반응을 의식하지 않았다. 페데리코는 여전한 무표정으로 그늘 속에서 미하엘을 바라보고 있다. 아르투리아의 첼로는 이미 페데리코의 예스러운 차림의 일부인 양 녹아들었다. 지금껏 한 번도 그 첼로를 연주하기 위해 쥐어 본 적이 없었을 텐데. 아르투리아가 첼로를 건네준 뒤 고작 수십 분 동안 페데리코는 그것의 모든 물성을 기억했다.
그의 얼굴에는 희박한 의아함 이상의 감정은 없다. 미하엘은 호의를 담아 그 눈을, 그늘 속에 있지만 광륜의 엷은 빛으로 여전히 푸르게 보이는 눈을 마주보았다.
“물론 그는 그가 보다 중요하게 여기는 많은 과업에 헌신하고 있으니 우리와 함께 길을 걸어 주기는 어렵겠죠. 그래도 저는 우리가 오늘 음악의 길 위에서 마주칠 수 있었던 이 행운에 감사하고 싶습니다.”
만약 페데리코가 부담이나 부끄러움을 느끼는 사람이었다면 미하엘은 그의 동의 없이 이런 말을 쏟아내지 않았을 것이다. 미하엘은 자신의 행동에 후회하지 않았다. 다만 예정된 식순에 약속도 없이 변수를 끼워넣어 페데리코를 아주 조금 혼란스럽게 만든 점에 대해서는 사과해야겠다고 그는 생각했다. 연주가 끝난 뒤에.
“……그럼 연주자를 모시겠습니다.”
베이스라인이 물러나자 객석이 놓인 자리를 우회해 이그제큐터가 걸어나왔다. 무대의 눈부신 조명이 아닌 순전히 상대적인 밝음 가운데에서도 성도복의 색채는 선명했다.
그는 미하엘과 마찬가지로 간단히 고개숙여 인사를 갈음했다. 이어 미리 설치된 보면대에 얹힌 단말의 작동을 확인했다. 그런 동작을 할 때 첼로와 활을 어떻게 가누어야 하는지, 한순간도 머뭇거리지 않았다. 음악실의 한쪽 끝에 선 베이스라인은 기록 장치들의 신호 상태를 살피거나 팔뚝에 받쳐든 단말의 악보를 앞뒤로 넘기며 동기화를 마지막으로 점검했다. 옆얼굴을 보인 채 서 있던 이그제큐터가 이쪽을 향해 눈을 깜박 내리떠 보였다. 문제가 없다는 의미였다. 베이스라인은 마주 끄덕하고 신호했다.
“첫 곡은 비르투오사 씨가 1097년 초 작곡한 ‘불길’입니다.”
청중이 자세를 고쳤고 곧 호흡마저 잦아들었다. 함선의 육중한 맥박 소리만이 멀리 아스라한, 침묵, 그 장막을,
틀어쥔 칼날로 힘껏 찢어내듯,
첼로의 활이 현을 그었다.
……그리고 음악이 시작되었다.
정확하게 재생되는 누군가의 갈망, 누군가의 분노, 누군가의 비통함, 분명 그것은 ‘그의’ 감정은 아니다. 그렇다 해도.
음악가들의 영혼을 쏟아내는 공연이 자신의 피와 눈물로 적신 붓을 휘두르는 필치와 같다면 그의 재생은 영상이나 사진과 닮았다. 사진이 처음 발명되었을 때 많은 사람들은 그것이 회화에 대한 침범이라고 생각했으리라. 하지만 회화는 사진이 있었기에 광학적인 재현에 대한 천착의 사슬을 끊고 비상할 수 있었으며, 사진은 무엇을 목격하고 어떻게 기억할지를 택하는 일이 예술이 될 수 있음을 증명해냈다.
많은 사람들이 당연히 가지고 있는 것에 접근하기 위해 페데리코는 끝없이 분투해야 한다. 이 정교함은 그가 쌓아올린 분투의 일부 중 일부를 얼핏 드러내 보일 뿐이다. 그 파편만으로도 사람들을 경도시키기에는 충분했다. 화성과 전개는 아르투리아에게서 온 것이지만 이 연주는 분명 페데리코의 인지와 관점으로 정련되었고, 페데리코의 현재를 들여, 페데리코의 몸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음악이 스쳐지나는 순간에 음률의 추를 달아 삶이 시간 속으로 무의미하게 날려가지 않도록 하는 시도이며, 일 초에 일 초 분량씩 소멸해가는 시간을 손에 쥐어지는 건반과 현과 키에 걸어 부여잡기 위한 투쟁이라면. 음악을 통해 표현되는 수많은 감정은 그 싸움을 보다 선명하게 기억에 새기기 위해 각자가 선택한 무기라면.
페데리코가 삶과 투쟁하는 무기는 기억 그 자체였다.
누가 이것을 복제품에 불과하다고 말할 수 있을까?
누가 이것을 음악이 아니라고 할 수 있을까?
......음률이 잦아들었다. 어떤 기묘한 소리를 듣든 놀라지 않을 각오를 하고 찾아왔던 대부분의 청중은 얼떨떨한 얼굴로 서로를 돌아보았다. 베이스라인은 속으로 쓴웃음을 흘렸다. 정확히 자신이 처음 그의 연주를 들었을 때와 같은 반응이었으니까. 두 번째였지만 그 경이는 결코 빛바래지 않았다. 몇 차례는 제때 악보를 넘기는 일조차 잊을 뻔했다.
이그제큐터는 현의 마지막 진동이 사라지자마자 활을 휙하니 거두고는 보면대로 손을 뻗었다. 그는 스타일러스를 들고 악보를 넘기며 몇 부분에 거침없이 표시를 남겼다. 베이스라인이 지닌 동기화된 단말에도 붉은색 메모가 동시에 보였다. 그는 조금 전 기교의 한계로 충분히 정확하게 재현하지 못했던 마디들을 악보에 기록하고 있었다. 나중에 악보와 연주 영상을 대조할 음악가들을 위한 배려겠지. 수렴적인 듣기에 익숙한 베이스라인은 표시를 보고도 떠올리기 어려운 미세한 차이들이었다. 연주의 끝과 그 단조로운 작업 사이에 간격이 전혀 없었던 탓에 관객은 박수를 보낼 시점을 완전히 놓치고 말았다.
이삼 분 뒤 표시를 끝내자 그는 다시 활을 들고 제자리에 섰다. 그에게 곡과 곡 중간에 감정을 가다듬을 시간은 불필요했다. 베이스라인은 청중이 조금 전의 경험을 곱씹을 말미를 더 두고 싶었지만, 이그제큐터가 이미 기다리고 있었기에 계속하기로 했다.
“다음 곡은 마레의 첼로 독주를 위한 22연습곡 중 Op.38입니다.”
“……?”
연주 내내 자세 하나 바꾸지 않고 단정하게 자리를 지킬 따름이었던 비르투오사가 제목을 듣고 흠칫했다. 내내 비르투오사의 반응에 주의를 기울이고 있던 베이스라인은 연주를 제지해야 할지 치열하게 고민했다. 다행히 동요는 짧았다. 비르투오사의 두 눈은 반장갑의 윤곽이 새겨진 손이 지판을 짚는 동작을 따라갔다. 베이스라인은 한숨을 돌리며 다시 바르게 섰다.
원래 베이스라인은 이그제큐터가 이 곡을 고르는 것을 말리고 싶었다. 하지만 아르투리아의 연주 기록 중에서 대가다운 복잡한 기교가 반영되지 않은 곡은 한정되어 있었고, 이 곡이 연주자조차 의도하지 않은 미묘한 ‘감정’을 채보로 옮긴 좋은 예시라는 사실을 부정할 수 없었다. 본인이 올 줄을 알았다면 더 적극적으로 만류했겠지만…….
흔들리는 첫 음.
……완전히 다른 사람이 단상에 선 듯했다. 그 첼로의 소리는 어른의 것이 아니었다.
연습곡. 첼로를 소리내는 일에서 연주하는 일로 막 걸음을 들인 사람을 위한. 마치 자전거를 처음 배울 때, 뒤에서 잡아 주던 든든한 손길이 어느새 사라졌고 그럼에도 여전히 자신이 나아가고 있다는 사실을 문득 깨달은 순간처럼, 훅 치솟는 심박과 이유 없이 떨리는 앞바퀴 같은, 당혹스러움이, 아직은 누구의 잘못도 아닌 미숙함이, 공포와 뒤섞인 해방감이…… 누구의 것인지 모두가 알고 있다.
첼로를 배우기 시작했던 시절. 여물지 않은 정신에 담아낼 수 없는 감정의 격류로 헐떡이는 딸을 엄마는 언제나 자상하게 다독이고 격려했다. 언젠가는 연습을 마치고 방을 나서자마자 까닭없는 고열에 그대로 앓아누운 적이 있었다. 침대 곁에 앉은 엄마는 찬 수건으로 나의 이마를 닦으며 조곤조곤 말해주었다.
힘들다면 며칠 쉬거나 아예 멈추어도 괜찮아.
……페디랑 약속을 했어.
엄마도 알지. 하지만 그게 만약 너를 괴롭게 하는 약속이라면 페디도 이해할 거야.
아니. 내가 힘들어도 약속한 이유는 그 약속이 내가 원하는 곳으로 나를 이끌어 주기를 바라서야. 원하지 않는 일이었다면 하지 않았을 거야.
그렇구나. 아르투리아는 정말…… 강하네. 엄마한테 과분할 정도로.
몸을 숙여 어깨를 꼭 안아오는 엄마의 팔은 기분 좋게 서늘했다.
다음 날 열은 씻은 듯이 내렸고 나는 엄마와 다시 첼로 연습을 할 수 있었다. 연습곡을 더듬더듬 따라가며 나는 선율에 흘러드는 엄마의 경이감과 염려를 동시에 느꼈다. 부모가 아이에게 쏟는 감정의 복잡함은 나에게는 자주 두세 사람치의 것처럼 느껴졌다. 아늑함에도 불구하고 깊이만으로 그 감정은 종종 현기증을 일으키곤 했다. 첼로를 켤 때에는 더욱 그랬다. 산란한 목소리 사이, 떨어진 창가에 오도카니 앉아 지켜보는 페디만이 언제나처럼 잠잠했다.
엄마는 문득 연주를 멈추게 했다.
아르투리아, 엄마가 생각하기에 너는 이미 이 곡을 연주할 수 있는데도 지금 엄마가 있어서 방해가 되는 것 같아. 한번 내가 없는 곳에서 해 볼래?
이어 엄마는 미리 준비해 두었던 듯한 손바닥만한 물건을 꺼내 페디에게 쥐여 주었다. 카메라였다. 엄마는 카메라가 많다. 아빠와 결혼하기 전에는 사진을 찍으며 테라의 곳곳을 여행한 적도 있었다고 했다. 왜 지금은 그렇게 하지 않을까, 여전히 저렇게나 윤이 나게 관리하고 있으면서…….
자. 페데리코는 누나 옆에서 녹화를 맡을까?
네.
이 버튼을 누르면……여기, 빨간 불이 깜박이지. 녹화 중이라는 뜻이야. 이제 마이크를 막지 않도록 이쪽으로 쥐고…… 누나가 화면 한가운데에 들어오도록 두 손으로 잘 들고 있으면 돼. 연주가 다 끝나면 다시 이 버튼을 누르고. 다 되면 누나랑 같이 나오렴.
네.
곧 방에는 둘만 남았다. 페디는 엄마가 쥐어준 눈높이 그대로 카메라를 들고 이편을 향하고 있다. 우리의 날개는 조금 닮았지. 단번에 끊어낸 흑요석처럼 검고 매끄러운 날개의 표면에, 나뭇잎 그림자와 뒤섞인 햇살이 한순간도 겹치지 않는 무늬를 그리며 반짝, 반짝. 호흡의 박자로 보일 듯 말 듯 펼쳐지고 다시 오므라드는 그 날개를 빼면 페디는 미동도 없다.
나는 덜컥 두렵다. 엄마, 페디에게 그런 식으로 부탁하면 안 돼. 만약 내가 연주를 하지 않는다면 저 애는 팔이 저려도, 해가 지더라도 저 카메라를 줄곧 들고 있을지도 모르는데. 누군가 그러지 않아도 된다고 말할 때까지.
그러지 않아도 된다고, 내가 말해야겠지?
나는 사실 그렇게 강하지 않아서, 여전히 주저하고 있다고?
카메라 너머로는 조용한 시선. 그 시선에 초조해지려는 때, 페디가 묻는다.
괜찮아요?
……응?
누나는 어제 갑자기 아팠잖아요. 다 낫지 않았을지도 몰라요. 잠시 쉬고 싶다면 녹화를 끌게요. 다시 켜는 법도 숙모가 가르쳐 주셨으니까 문제없어요.
렌즈에 반사된 나의 눈이 놀라움으로 둥글어진다. 곧 배시시 휘어진다. 잠시 쉬어도 좋지만 그만두어도 된다고는 말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페디는 내가 포기할지도 모른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약속을 했으니까.
……아냐. 지금 할게. 할 수 있어.
아직 시간과 경험이 그 재능의 개화를 채 허락하지 않았던 시점. 먼 곳에서 감정들이 다가왔지만 그중 가장 선명한 것은 아르투리아 자신의 머뭇거림과 조급함과 집중이었다. 그 나이대의 다른 아이들과는 비교할 바가 되지 않는다 해도, 여전히 미숙한 연주였다. 그저 간신히 처음부터 끝까지 소리를 낼 수 있었던 정도에 불과했다.
하지만 그것은 아르투리아의 연주 중 처음으로 온전히 기록된 곡이었다.
어느새 내려앉은 정적을 박수 소리가 깨웠다. 짝, 짝, 짝. 비르투오사가 박수를 치고 있었다. 그제야 자신에게도 그런 동작을 하는 기능이 있다는 것을 떠올린 사람들이 하나둘 그 소리에 합류하기 시작했다.
이그제큐터는 조금 전과 마찬가지로 펜을 들고 악보를 가필하다가, 고개를 들고 객석을 마주보았다. 박수, 그리고 집중된 시선들. 의례 같은 특수한 상황이 아닐 때 그런 시선은 대체로 대답을 기대한다는 의미다. 그가 고개숙여 인사하자 박수 소리가 곧 잦아들었다. 그는 단상에 오른 후 처음으로 입을 열었다.
“감사합니다. 앞서 미하엘이 언급했듯 오늘 재현한 연주는 모두 아르투리아의 것입니다. 기록법의 기술적인 영역이 아닌 곡 자체에 대한 감상은 제가 적절히 대응할 수 없으므로 아르투리아에게 보내 주셨으면 합니다. 물론 선내에서 아르투리아의 허가되지 않은 연주는 금지되어 있으니 연주에 대한 문의는 별도로 필요합니다.”
무덤덤한 목소리는 방금 전의 연주가 이그제큐터에게 덮어씌웠던 서투른 어린 첼리스트의 환각을 단번에 걷어냈다. 객석에 헛웃음이 흘렀다. ‘정말이지, 누가 말리겠어.’ 좋은 의미로 김이 빠졌다. 베이스라인도 웃음기를 건 채 걸어나왔다.
“저희 음악가들의 호기심과 욕심에 응해 기꺼이 시연을 맡아 주신 이그제큐터 씨에게 다시 한 번 감사의 박수를 부탁드립니다.”
짝짝짝. 조금 전보다 한결 정돈된 박수 소리는 베이스라인이 좌중을 한 차례 돌아보자 이내 조용해졌다.
“정해진 시연회 일정은 이것으로 종료되오며, 15분간 휴식한 뒤 같은 장소에서 행사 관련자들의 자율적인 토론이 이어집니다. 참관이나 참가를 원하시는 분은 자리를 지켜 주시고, 그렇지 않으시다면 자유롭게 퇴장하셔도 좋습니다. 함께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눈치 빠른 누군가가 다시 음악실 전체의 조명을 켰다. 머뭇거리던 몇이 회장의 맑아진 공기를 느끼고 그제야 몸을 일으켰다. 기분 좋게 산만한 분위기 가운데 베이스라인은 이그제큐터를 객석과 떨어진 한켠으로 이끌었다. 몇 걸음을 나란히 걸으며 베이스라인은 묘한 위화감을 느꼈다. 명상만큼이나 차분한 호흡 때문이었다. 어떤 연주자도 두 곡을 내리 연주한 직후 이렇게 침착할 수는 없다. 사람들의 말소리와 충분히 떨어진 자리에서 베이스라인은 꾸벅했다.
“수고 많으셨습니다. 그리고 죄송해요. 조금 전에 멋대로 떠들어서.”
이그제큐터는 베이스라인을 잠시 가만 내려다보았다가 답했다.
“괜찮습니다. 당신의 말을 전부 이해했다고 하기는 어렵지만, 우호적인 의도는 느낄 수 있었습니다.”
베이스라인은 안도했다. 호의가 바르게 가닿는 것이 얼마나 큰 행운인지 알기 때문이다. 그는 머쓱하게 웃으며 변명했다.
“다행이네요. 이번 행사는…… 저번에 당신에게 무신경하게 재능을 운운했던 일에 대한 제 거창한 사과문이라고 생각해 주세요. 사실 저도 여러 이유로 제 한계를 논하는 말들을 많이 들었는데, 돌이켜 보면 그런 말이 사실이든 아니든 정말 싫었거든요.”
에비게그나데가 그에게 하사한 캐스터네츠는 지금쯤 객실 어딘가에서 굴러다니고 있을 것이다. 에비게그나데, 현재 라이타니엔에서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유일한 여황. 자신의 여황인 그리마흐트가 황역 너머에 남은 지금 미하엘은 그녀의 앞에서 또다시 자신을 끝없이 증명해야 할지도 모른다……. 미하엘은 문득 깨달았다. 자신은 결국 페데리코의 노력에 스스로를 이입한 것이다. 페데리코는 어쩌면 삶이 투쟁이라는 당연한 명제에조차 특별한 감흥이 없을지도 모르는데.
페데리코는 미하엘의 표정에 착잡함이 스치자 그것을 자책이라고 해석했다. 그는 미하엘이 그렇게 자책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다.
“그때 당신이 저의 음악적 소양을 비판한 것은 귈데네스게사츠가 정의하는, 음악에 대한 라이타니엔의 엄밀한 준거에 기반했겠죠. 해당 맥락에서 그 발언은 개연성이 있습니다. 게다가 그때 당신이 제게 했던 조언은 제가 감정을 정보의 일종으로 이해하는 데에 도움이 되었습니다. 그 덕분에 악보를 보완할 수도 있었죠.”
“이해해 주셔서 고마워요. 그래도 저는…….”
“예. 당신이 사과할 필요를 느꼈다면 받아들이겠습니다.”
왜 페데리코의 친구들이 기꺼이 그의 곁을 지키고자 하는지 알 수 있었다. 자신도 그리 하고 싶어졌으니까.
그리고 미하엘은 하얗게 얼어붙었다.
귈데네스게사츠.
페데리코는 그것을 라이타니엔 궁정의 일원으로서 미하엘이 복무하는 규칙과 신조라는 좁은 의미로 거론했을지 모른다. 하지만 그 너머의 예리한 암시는 미하엘을 무섭게 사로잡았다. 그는 호흡마저 잊은 채 자문했다.
자신은 어떻게 ‘어떠한 감정도 담기지 않은’ 음악을 보다 넓은 범주의 음악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는 생각을 할 수 있었을까? 어떻게, 감히?
그는 자신이 떠올린 이상한 물음이 무언가의 징조라는 예감을 도저히 떨쳐낼 수 없었다. 걷잡을 수 없이 생각에 빠져들 뻔했던 그는 눈앞에 한창 대화 중이던 상대가 있다는 사실을 간신히 자각했다. 베이스라인은 스스로가 무엇을 말하는지도 모르는 채 더듬더듬 감사 비슷한 것을 중얼거린 뒤 휘청거리며 물러났다. 이그제큐터는 그의 안색이 이상하다고 생각했지만 달리 할 수 있는 일이 없었다. 며칠간 분주하게 시연회를 준비하느라 피로했을지도 모른다.
주최자와 연주자의 대화가 일단락된 듯하자 몇몇이 상기된 얼굴로 이그제큐터에게 말을 붙이려 했다. 하지만 비르투오사가 검은 나비처럼 다가오는 한 걸음만으로 그 모두는 간단히 제삼자가 되어 원경으로 밀려났다. 그의 움직임은 산크타의 날개가 정말로 체중을 지우고 허공을 디디게 하는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또각, 구두 소리가 이렇게나 선명한데도.
아르투리아는 불퉁한 얼굴로 페데리코에게 쏘아붙였다.
“10년도 넘은 연습곡을 가져오다니. 음악가에게 저지를 수 있는 가장 끔찍한 폭력이야, 페디.”
내용과는 달리 아르투리아의 목소리에는 웃음기가 돌았다. 베이스라인의 뒷모습에서 눈을 뗀 페데리코는 몸을 돌려 마주보며 건조하게 반박했다.
“저는 음악을 이용한 아츠를 구사할 수 없으니 제 연주에는 어떤 공격적 효과도 없습니다. 그리고 선곡을 미리 확인하지 않겠다고 말한 쪽은 당신이었습니다.”
“어느 곡이든 똑같으리라고 생각했거든. 허를 찔렸다는 걸 부정할 수 없네. ……어디서 찾았어? 엄마 유품?”
“예. 숙부님이 보관하시던 저장장치들에서 백업했습니다.”
“……그 영상, 내게도 보내 줄래?”
“그러죠.”
페데리코는 대답하며 첼로를 건넸다. 몸처럼 익숙한 악기의 익숙하지 않은 껑충한 높이. 아르투리아가 그 첼로를 순순히 세워들고 있는 동안 페데리코는 보관해 두었던 진동 제한 장치들을 차근차근 지판과 각 구동부에 걸고 작동을 확인했다. 그리고 주의깊게 작업을 끝낸 뒤에야 아르투리아의 손목을 두른 구속구를 끌러냈다. 멀리서 본다면 누이의 매무새를 가다듬는 자상한 동생 정도로 보일 법하다, 그런 생각을 떠올린 아르투리아는 다시 까닭없이 즐거워졌다.
페데리코는 아르투리아가 자유로워진 손으로 첼로의 엔드핀을 돌려놓을 때까지 기다린 뒤 말했다.
“원칙적으로 당신은 이곳에 있어서는 안 됩니다. 다음 일정이 없으시다면 개인실로 인도하겠습니다.”
조정을 마친 아르투리아가 산뜻하게 고개를 들었다. “일정이라면 있어. 체르니 선생님의 피아노를 구경할 생각이었지.”
“안 됩니다.”
“단호하네. 그렇다면 에스코트를 부탁드려요, 집행자님.”
두 사람이 음악실을 나서려 하자 여러 오퍼레이터들이 들뜬 인사를 보냈다. 아르투리아를 향한 몇몇 오퍼레이터의 경계가 이전보다 옅어진 것을 느낄 수 있었다. 페데리코는 인사와 낯선 칭찬들에 간략히 화답하는 한편 눈을 돌려 미하엘의 모습을 찾았다. 곧 토의가 시작될 시간임에도 그는 자리를 비운 듯하다. 머릿속의 업무 목록에 ‘아르투리아를 인도하고 돌아올 때까지도 베이스라인이 자리에 없다면, 의료부에 베이스라인의 건강 검진을 권하기’를 추가하고 몸을 돌렸다.
앞서가는 아르투리아의 발걸음은 가뜬했다. 자신과 조금 닮은 한 쌍의 검은 날개를 바라보다가 페데리코는 말했다.
“……미하엘은 다른 음악가의 연주를 재현하는 행동이 모욕적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고 이야기했습니다. 하지만 당신의 반응을 보면 개인차가 있는 듯하군요.”
아르투리아는 또각또각 나아가는 뒷모습 그대로 물었다.
“내 반응이 어떤데?”
“즐거워 보입니다.”
“그래. 흥미로워. 네 친구는 재미있는 관점을 가졌던걸. 그애는 그 연주들이 너의 음악이기도 하다고 이야기했지. 원곡자 앞에서 말하려면 용기가 필요했을 텐데도. 너는 그애의 말에 일리가 있다고 생각해?”
“음악에 대한 저의 지식으로 미루어 미하엘의 주장은 충분한 이론적 배경이 뒷받침되지 않은 개인적인 견해로 추정됩니다. 그 타당성은 아직 판단하기 어렵습니다.”
“아직이라. 가능성은 열어 두는구나.”
……잠들지 않는 로도스의 복도 좌우로 각자의 일에 골몰하는 오퍼레이터들이 바삐 스친다. 그들 모두에게는 분명 중요한 과업이 있을 것이다. 조금 전 한 사람이 악보를 읽고 악기를 연주하는 행위를 지켜보기 위해, 박사를 포함한 스물일곱 명의 오퍼레이터가 각자의 과업을 제쳐놓고 한 자리에 모였다. 그것이 얼마나 이례적인 일인지 페데리코는 곱씹어 보았다. 음악을 통해 전달되는 감정을 이해하기 어려운 페데리코에게, 연주는 나의 시간을 내주어 수많은 타인의 시간을 점유하는 일으로 감각된다. 27명이 식순을 포함해 30여 분을 온전히 할애하게 했으니 단순 합산으로 열세 시간 반. 리켈레의 경우와 같은 이동 시간이나 미하엘과 다른 오퍼레이터들이 행사를 채비한 시간과 노동력까지 고려한다면 교환비는 계산조차 불가능하다.
미하엘은 사람들이 페데리코의 연주에서 가치를 느끼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그만한 가치가 있었을까?
“제가 정의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닙니다. 제 ‘연주’의 의미나 가치는 저 자신이 아니라 듣는 이들이 판단하겠죠.”
아르투리아는 복도 가운데에서 빙글 반 바퀴를 돌아 마주보았다.
“제법 음악가 같은 말을 하는걸.”
페데리코는 아르투리아와 부딪히지 않기 위해, 그리고 지식을 인출하기 위해 정지했다. 지금까지 읽은 음악에 대한 서적이나 인터뷰들의 문면을 돌이켜 보았다. 사실이었다. 그는 이상현상을 맞닥뜨린 듯한 혼란을 느끼며 답했다.
“……축자적으로는 그렇군요. 단순한 우연의 일치일 뿐입니다.”
“그건 듣는 이들이 판단하겠지.” 페데리코의 말을 반복한 아르투리아는 무엇이 즐거운지 또 웃었다. 무엇이 그리 즐거운지…….
“그 우연이라고 믿는 것을 잘 들여다보렴. 그러다 시간이 남는다면 자유에 놀란 친구도 달래 주고.”
“부연 설명을……”
“여기부터는 혼자 갈게. 평안한 밤 되길.”
다시 날갯짓처럼 몸을 돌린 아르투리아는 복도의 모퉁이 너머로 사라졌다. 아르투리아에게 대화를 할 의사가 없을 때는 어떤 유효한 소통도 할 수 없다는 사실을 페데리코는 오랜 경험으로 알고 있다.
통로에 홀로 선 채 그는 자신이 느끼는 당혹을 설명하려 노력했다. 그리고 더욱 기이한 결론 가운데 남겨졌다. 음악가라는 단어가 미하엘의 임의적인 정의대로 음악에서 겪는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시간과 기술을 할애하는 사람을 일컫는다면, 그는 이미 음악가였다. 그리고 통상적인 정의에 따라 음악가가 음악을 연주하고 음악의 이론과 의미와 가치에 대해 논하는 사람을 일컫는다 해도, 방금 전을 기점으로, 그는 자신이 음악가가 아니라고 더는 주장하기 어려워졌다.
……위화감을 문장으로 맺어내자 당혹은 잦아들었다.
페데리코는 가만히, 그 문장에 대해 생각하기 시작했다.
자료를 위해 첼로 독주곡을 계속 들었더니 저의 유튜브 알고리즘이 혼란에 빠졌습니다. 즐거워요.
- ..+ 5
댓글 1
코딩하는 인면조
페데리코를 향한 캐해석을 악기로 구현할 수 있다면, 선생님의 악기는 분명 아름다운 소리를 내리라 확신합니다…… 덕분에 이그제큐터라는 존재를 더 좋아하게 되었습니다. 미하일의 의젓한 대사도 음성지원 될 만큼 좋았어요. 감사합니다…… 행복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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