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일방주

종범들

인사이더&이그제큐터 썰

집행자 임무 중 시라쿠사를 지나치게 된 리켈레와 페데리코의 짧은 삽화.

커플링 없음. 3000자.

적폐트윗) 리켈레가 얻어맞는 모습이 보고 싶다면... 반격하면 힘조절 못 할까 봐 묵묵히 맞아 주고 있는데 표정은 지루하다못해 '어디까지 참을까...' 하는 투로 점점 무채색이 되어가는 게 보고싶다면...

이하 썰은 위 트윗의 맥락을 만들고 싶어서 이은 것입니다. 폭력 장면이 나오지는 않습니다.

"아, 살살 해! 징벌적 응급처치야 뭐야?"

"공증소 징계 처분의 종류에 그런 것은 없습니다. 왜 반격하지 않았습니까?"

"그냥 좀. 때릴 데도 없더라고. 애였거든."

"그렇다면 더욱 저지하기 쉬웠을 텐데요."

"일생에 누구한테 이겨 본 적이 없는 애 같아서 그랬어. 무슨 소린지 모르겠지?"

"모르겠습니다."

"그러니까 수단이 어떻든 자기 힘으로 뭔가 얻는 경험을……. 내가 왜 이런 얘길 너한테 하고 있냐."

"교육적인 목적이었다는 의미군요. 하지만 그런 견지라면 당신은 그 소년으로부터 대적할 수 없는 상대를 구별하는 경험을 빼앗은 셈입니다."

"…그렇지. 교육은 못 되니 내 자기만족이라고 치자."

"예. 폭력으로 목적을 달성할 수 있다는 가치관을 조장하는 것 자체가 바람직한 교육이라 보기는 어렵죠."

"페데리코 잘로가 할 말이야? 그래 뭐 정론이지. 하지만 그것 외에 선택지가 많지 않은 인생도 있는 것도 사실……. 아니다. 이쯤 하자."

어쨌든, 리켈레는 라테라노가 그에게 했듯 그 아이를 구제할 수는 없으니까.

오랜만에 도진 감상주의에 쓴웃음을 흘리며 반창고를 만지작거리던 리켈레는, 세 시간 뒤 페데리코가 숙소로 열대여섯 살쯤 되는 소년을 끌고 왔을 때 입을 떡 벌렸다.

"아니 설명을 좀 하라고요! 이거 납치야! 납치라고!"

버둥거리며 끌려온 소년도 리켈레를 알아보고 딱 멈추었다. 그리고 무의미한 저항을 그만두고 못마땅한 기색으로 페데리코를 올려다보았다.

"씨이…… 뭔가 했네. 사과라도 하라구요?"

리켈레도 어처구니가 없기는 매한가지였다. "야, 우리 곧 이동한다? 애초에 어쩌다 찾은 거야?"

"출발까지는 40분 가량 남았습니다. 방법에 대해서라면 주변 상가에 보안카메라 영상을 요청한 뒤 사진을 바탕으로 수소문했습니다."

신음. "미안하다, 어떻게가 아니라 왜를 묻고 싶었는데."

소년은 상황을 보고는 리켈레도 영문을 모른다는 것을 눈치챘다. "뭐야? 아저씨가 이 형한테 일러바친 거 아니에요?"

"잠깐, 왜 나는 아저씨고 쟤는 형이야?"

되묻던 리켈레는 함정에 빠진 기분을 느꼈다. 소년도 아차하더니 거북한 얼굴이 되었다. 그들은 조금쯤 맞고 때려도 내 감정과는 하등 상관없는 객체로, 각자의 삶에 지나가는 배경으로 남아야 했다. 난입한 페데리코를 통해 말을 전할 수는 있어도 서로를 향해 대화를 시작해서는 안 되었다.

페데리코는 그 미묘한 전환을 인지할 수는 없었지만, 둘이 일제히 입을 다물었기에 설명했다.

"당신이 사과할 필요는 없으리라고 생각합니다. 리켈레는 당신이 폭력을 행사해 식료품을 빼앗는 것을 무저항으로써 용인했다 말했습니다. 독특한 방식의 증여라 할 수 있겠죠."

"증 뭐?" 소년은 기가 막혀 말을 완성하지도 못했고 리켈레는 지끈거리는 머리를 짚었다. 물론 페데리코는 아랑곳하지 않았다.

"리켈레는 그것이 당신에게 성공의 경험을 주기 위한 교육적인 목적이었다고 설명했습니다. 저는 강도 행위가 어떠한 교육적 경험이 될 수 있다는 의견에 동의할 수 없지만 일단은 당사자인 리켈레의 의사를 존중하겠습니다. 제가 문제시한 부분은 그것이 강도 피해자의 용인이라는 매우 예외적인 맥락 하에만 성공할 수 있는 행위였기에 그 '경험'이 재현되기는 지극히 어려우리라는 점입니다.

당신은 대상을 무력화하지 못했고, 범행 후에 신원과 도주 경로를 숨기지도 못했습니다. 이번의 경험을 다음에도 적용하려 한다면 분명 실패할 겁니다. 그리고 그 대가는 피해자에게 끌려와 불편한 대면을 하는 정도로 끝나지 않겠죠."

당연히 매도, 변상 요구, 폭력 같은 것이 날아오겠거니 생각했던 소년은 페데리코의 말이 이어질수록 점점 요상한 얼굴이 되었다. 반대로 리켈레는 웃기 시작했다.

"웬일로 봐 주네? 강도는 비친고죄인데?“

"그 말은 3시간 전 있었던 사건을 변칙적인 형태의 증여로 여긴다는 입장을 번복한다는 의미입니까, 리켈레?"

"아니."

산뜻하게 대꾸하며 어깨를 들먹한 리켈레는 소년에게 눈을 돌렸다. "이름?"

"카, 카를로."

"좋아, 카를로. 일단 사람 팰 생각은 웬만하면 접어. 아까 급소에 하나도 안 맞았거든. 센스가 별로야. 차라리 소매치기를 배워. 35분 남았나?"

"34분입니다."

"도주의 정석 강의 정도는 할 수 있겠네. 앉아."

반 시간여 뒤 소년은 돌아갔다. 정수리에 들이부어진 다분히 탈법적이며 실용적인 지식을 수습하느라 문고리가 어디 붙었는지도 모르는 기색이었고 물론 사과나 감사 인사 같은 것은 남기지도 않았다. 리켈레와 소년의 대화를 배경 소음처럼 방치한 채 짐을 챙기던 페데리코는 리켈레가 자리를 털고 일어설 즈음 완성된 행장을 가리켰다.

가방을 둘러메며 리켈레는 너스레를 떨었다. "끝까지 안 말렸네. 너도 종범이다?"

"시라쿠사의 대부분 도시는 무연고 청소년에게 적절한 복지를 제공할 수 없죠. 그렇기에 인명과 재산에 큰 피해를 미치지 않는 한, 청소년이 경범죄를 저지르더라도 일종의 불가피한 자기구제로 보고 견책 수준으로 용인하는 풍조가 있다고 알고 있습니다. 현지인이 벌하지 않는 행위를 제가 비난할 권한은 없습니다.“

페데리코가 말하니 정말이지 간명하고 합리적인 세계관으로 들린다. 겪어 보면 전혀 그렇지 않다.

"네가 이해했단 건 알겠는데 가담하는 건 신기하단 말이지."

"당신이 원한 것은 그 카를로라는 소년의 생존입니다. 부상을 감수할 가치가 있다고 여길 만큼. 그렇죠?"

강도죄는 이 집행자에게 물어야 하지 않나 싶다. 말에 얻어맞고 생각을 도둑질당한 기분이었으니까.

"그래."

"하지만 현재 카를로는 상대의 무력을 가늠할 수 없을 만큼 미숙한 상태고, 그런 미숙한 강도 행위를 계속한다면 암묵적 용인의 선을 넘기 쉽습니다. 당신의 '교육적' 의도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보다 직접적인 개입을 하는 쪽이 적절하리라 보았습니다. 어느 쪽이든 완전한 구제책은 되지 못한다 해도."

리켈레는 그 문장을 입안에서 굴려 보았다. "완전한 구제책은 되지 못한다 해도."

이 동네에 오지 말았어야 했는데. 이 녀석이랑은 더더욱.

"공금으로 구매한 여행 물자를 당신이 임의 판단으로 증여한 탓에 두 번 지출을 해야 했으니, 라테라노로 복귀하면 즉시 사유서를 작성하시기 바랍니다."

"으윽. 벌써 사비로 메웠으니까 보고서엔 쓰지 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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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대로 쓰면 즐거울 것 같긴 한데… 나중에 내킨다면 그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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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창작
페어
#Non-C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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