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 챌린지 백업(2)

11일차- 20일차, 2차cp/드림 있음 (23.12.30~24.01.08)

창고 by 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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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의사항

1. 글을 꾸준히 쓴다는 것 자체가 목적이라 비문을 크게 손보지 않았습니다.

2. 원작과 상이한 부분이 많은 글도 있습니다.

3. 드림 또한 제 드림만 있는 것이 아니라 지인분들의 드림을 소재로 쓴 글이 있습니다.

4. 경우에 따라 취향 타는 비윤리적/폭력적 소재가 있을 수 있습니다.


장르 : 명일방주

2차 CP : 레드수지(란트수지,레이드수지), 탈루알리, 피아모스

NCP조합 : 8지 R시점 리유니온/프로스트노바+메피스토/불드록카스티 + 옐레나

드림 : 인사이더 연인 드림(지인 드림 선물로 드린 글입니다.), 뮤엘시스 연인 드림, 프로스트노바 짝사랑 드림, 이프리트 비혈연 가족 드림


11일차 : 레드수지 (란트수지,레이드수지), 수지가 칼라돈 화초 전등 공예 가게에서 일하던 시점의 이야기.

화초 전등 공예 가게 장사 준비를 하는 것은 보통 수지의 몫이었다. 정식으로 가게를 열기 전까지 새벽에 설거지하고 말려둔 컵과 그릇을 정리하고, 튀김과 수프를 만들 재료를 가게 안으로 들인 다음 손질해 둔 뒤, 의자와 테이블, 바닥을 닦은 후에는 손님이 가게 안쪽으로 들어올 수 있게 운영시간이 적혀있던 패널을 치우는 건 이제는 반쯤 졸면서도 할 수 있을 정도로 익숙해졌다. 오늘도 그 똑같은 일과를 별다른 일 없이 하나씩 하던 중 똑똑, 가볍게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났다. 장식 유리를 통해 비치는 흐릿한 인영에 수지는 일단 들고 있던 감자 상자를 내려놓고 문을 열었다.

"아직 가게 열려면 조금 걸릴 텐데……어떤 일로 이 시간에 오셨나요?"

수지는 레드가 가게에 이렇게 일찍 올 일이 무엇이 있는지 짐작이 가지 않았다. 혹시 뭔가 중요한 물건을 두고 갔던 걸까? 방금 봤을 때 딱히 누군가 두고 간 가방 같은 건 없었던 것 같았는데. 깜짝 놀라 눈을 동그랗게 뜬 채로 온갖 고민을 하는 게 보이는 성실한 필라인을 본 우르수스는 가벼운 목소리로 답했다.

"알아. 그냥 오늘 휴가라서 별 목적 없이 산책하다가 정신 차려보니 이 가게 앞에 도착했더라고."

"별 일 아니라서 다행이에요! 그러면……여기까지 오신 김에 차 한 잔이라도 드시고 갈래요?

"나야 좋긴 한데, 수지 씨는 괜찮아?"

"금세 정리할 수 있어요! 얼마 안 남았거든요. 들어오세요."

고맙다는 인사와 함께 들어온 그는 평소에 앉던 자리에 앉았다. 잰걸음으로 가게를 오가면서 빠르게 물건을 정리하는 수지를 바라보던 그는 꺼낸 책을 책상 위에 엎어두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수지 씨, 내가 뭐 도와줄 만한 게 있을까?"

"손님으로 오셨는데 일하는 건 좀 그렇지 않나요……?"

"그냥 기다리기 심심해서 그래."

수지는 고민하다가 그날 가게 첫 손님인 그에게 행주를 건넸다. 테이블하고 의자만 한 번씩 닦아주면 된다고 말하는 수지의 얼굴에는 손님에게 일을 시키는 게 정말 괜찮은 일인지 여전히 고민하는 표정이 사라지진 않았다. 레드는 위에 쌓인 먼지가 없도록 꼼꼼히, 그리고 빠르게 테이블과 의자를 닦았다. 그뿐만 아니라 가게 앞쪽도 빗자루로 쓸어두겠다며 혹시 빗자루가 어디 있는지 물었다. 그의 도움 덕분에 평소 걸리는 시간의 절반도 지나지 않아, 가게를 열 준비를 마쳤다.

"덕분에 정말 빨리 준비가 끝났어요. 도와주셔서 감사합니다."

"수지 씨가 보기에 이 정도 실력이면 여기에서 같이 일 할 만할 것 같아?"

"그게…… 저도 레드 씨랑 같이 일하면 좋을 것 같긴 한데, 제가 결정권은 없어서……그래도 말씀드려볼까요……?"

"너무 진지하게 고민하지 마. 농담이었어."

레드는 다시 책을 들어 펼친 후 평범한 그 나이대 청년처럼 소리 내 웃었다. 그가 자신을 살짝 놀렸다는 것을 알아챈 수지가 부끄러워 뱉은 알아들을 수 없는 소리에는 엷은 웃음이 비쳐있었다. 차는 평소에 마시던 걸로 괜찮으냐는 질문에 그는 고개를 끄덕였다. 다음 손님이 가게를 찾아오기에는 아직도 제법 이른 아침이었다.


12일차 : 탈루알리, 탈룰라가 보내지 못 한 편지와 관련된 이야기.

두꺼운 노트를 받침대로 쓰며 글을 끼적이던 탈룰라는 졸다가 옆으로 엎어졌다. 손에 쥐고 있던 노트와 펜이 바닥에 떨어지는 소리에 알리나는 고개를 돌려 옆을 바라봤다. 상황을 파악한 후 웃음소리가 비집고 나오려는 것을 겨우 참은 알리나는 책을 덮고 침대 옆 협탁에 올려두었다. 탈룰라가 떨어트린 물건을 정리하려 잠시 침대에서 내려왔다. 그리고 침대 반대편으로 발소리를 죽여 걸어간 뒤, 허리를 숙여 편지지와 펜을 주웠다. 마지막 글자로부터 편지지를 가로지르는 직선이 생겼지만, 침대가 더러워지는 일은 다행히도 없었다는 것을 확인한 알리나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탈룰라가 떨어트린 편지는 용문어로 적은 편지였다. 동생에게 보내려고 쓴 편지이리라 짐작할 수 있었다. 물론 알리나가 그 글자를 읽을 수는 없어서 용문어라고 단언할 수는 없었지만, 몇 번이고 단어를 다시 쓴 것을 보면 용문어일 것이다. 용문어보다는 우르수스어, 빅토리아어 쪽이 익숙한 탈룰라는 꼭 용문어로 편지를 쓰다 보면 단어가 생각이 안 난다면서 가끔 머리를 짚었다. 옐레나와 말다툼을 하다가 욕설이 섞인 걸로 추정된 용문어를 내뱉을 때 아니고서는 탈룰라가 용문어를 사용하는 일이 없긴 했으니 생각이 잘 나지 않을 법도 했다.

알리나는 편지에 어떤 내용을 적었는지는 확신할 수는 없었지만, 아마 저번 주에 쿠키를 굽다가 새까맣게 태웠다는 이야기는 적지 않았으리라 짐작했다. 사샤랑 이노한테도 태운 과자가 있다는 사실을 필사적으로 숨겼는데, 오래 만나지 못 한 동생에게 멋져 보이고 싶어 할 그 애가 자신의 그런 사소한 실수를 고백하진 않았을 것 같았다. 오히려 더 무거운 사건이라면 평소에 알리나한테 털어놓듯 편지로 이야기했을 수도 있겠지만 말이다. 방금도 지금 편지 쓰는 거 한참 걸릴 테니 책 다 읽어도 된다고 반쯤 잠에 든 목소리로 제게 허세를 부리지 않았던가. 언젠가 나중에 동생을 만나면 어떤 이야기를 해주면 좋을까? 쿠키를 태웠던 일은 물론이요, 바느질을 시켰더니 천이 다 울어서 다 뜯어내야 했던 일, 옐레나의 매운 사탕—심지어 평소보다 더 맵게 만든 사탕이었다고 옐레나한테 나중에 들었다—에 또 낚여서 얼굴이 잘 익은 사과처럼 새빨개진 채로 물 좀 달라고 외치던 모습을 동생에게 알려주면 되려나. 탈룰라의 반응을 상상하던 알리나의 입꼬리가 자연스레 올라갔다.

촛불을 끄기 전 탈룰라의 표정을 확인해 보면, 또 악몽에 시달리는지 미간에 주름이 깊게 패어 있었다. 알리나는 촛불을 끄고 탈룰라의 눈썹 사이를 검지로 꾹 눌렀다. 탈룰라는 제 얼굴에 닿은 손이 누구의 손인 줄을 알기는 하는지 양손으로 꽉 잡았다. 알리나가 손가락으로 톡톡 탈룰라의 손바닥을 쳐 보여도 놓을 생각이 없었다. 알리나는 할 수 없이 반대 손으로 뻗어 촛불을 가져와 끄고 협탁에 놓은 뒤 침대에 누웠다. 맞잡은 탈룰라의 손이 따스해서, 알리나도 얼마 지나지 않아 똑같이 잠에 들었다. 겨울밤은 아직 길었다.


13일차 :리유니온(8지 R스토리 시점)이 눈사람을 만드는 이야기. 탈루알리 요소가 있지만 주요한 내용은 아닙니다.

예술은 정녕 삶에 여유가 있는 자들만의 전유물인가? 최소한 프로스트노바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다. 모닥불 앞에서 나무상자를 손으로 가볍게 두드려 박자를 맞춰 부르는 노래도, 자투리 용지에 남긴 시도, 알리나가 수업 중 아이들과 함께 그린 그림도 예술이 되지 못할 이유는 없었다. 그러니 제 형제자매들이 마을 아이들과 같이 만든 눈사람들도 하나의 작품이라 부를 수 있었다. 정해진 기준으로 만든 것도 아니었기에 눈사람의 크기도, 팔 대신 꽂은 나뭇가지의 모양도 제각각이었다. 그래도 옐레나는 바로 그 점이 마음에 들었다.

한참 눈사람을 구경하고 있었더니, 한 소대원이 저 멀리서 달려와 나뭇가지를 꽂아 만든 뿔이 달린 눈사람과, 긴 낙엽을 귀 대신 꽂아둔 눈사람이 있는 쪽으로 데려갔다. 그 소대원은불드록카스티 씨와 누님과 닮은 눈사람을 만들었다고 자랑했다. 닮지 않았냐며 뿌듯한 표정을 짓길래 만드느라 수고했다는 의미로 수제 사탕을 하나 권했더니 괜찮다며 슬금슬금 뒷걸음질 쳤다. 한 소대원의 솔직한 반응 덕분에 그 자리에 사탕 맛을 아는 모두가 웃음을 터뜨렸다.

눈사람을 직접 만들기보다는 이름을 붙이고, 그 눈사람에 관한 이야기를 만들어 들려주며 아이들과 놀아주는 소대원도 있었다. 그 옆에서 아이들이 편히 눈을 굴릴 수 있도록 처음 심지를 만드는 것을 알리나가 도와주고 있었다. 알리나가 손이 시린지 주먹을 쥐었다 폈다 하자, 탈룰라가 따뜻하게 해주겠다며 알리나의 손을 잡았다. 이런 모습은 못 본 척해주는 게 친구 된 도리라 판단한 옐레나는, 사샤와 이노가 굴리고 있는 눈덩이의 크기가 언제까지 커지는지 보려 시선을 돌렸다.

두 아이가 만들고 있는 눈사람은 아마 오늘 만든 눈사람 중에서 가장 큰 눈사람이 될 것 같았다. 만들어둔 눈덩이들을 올리려면 저 둘의 키로는 상당히 벅찰 듯했다. 옐레나는 사샤에게 혹시 작은 눈덩이를 올려줄까 물었고, 사샤는 눈대중으로 지금 굴리고 있는 눈덩이와 나머지 두 개의 높이를 더해보더니 부탁한다며 고개를 끄덕였다. 멀리서 탈룰라와 알리나도 눈사람의 크기를 보고서 달려왔다. 강해 보이는 눈사람을 만들고 싶다는 이노의 말을 듣고 탈룰라는 두꺼운 눈썹을 달아주면 어떻겠냐며, 비교적 굵은 나뭇가지를 알맞은 크기로 부러트려 줬다. 알리나가 매서워 보이는 눈모양으로 나뭇가지를 가장 위쪽에 올라갈 눈덩이에 꽂아주자, 이노는 만족하며 그 나이대 소년답게 웃었다. 가장 밑단으로 쓸 눈덩이를 굴리는 것을 멈추고, 큰 것부터 작은 것 순으로 두 단을 쌓으니, 탈룰라조차 아무런 어려움 없이 올리기에도 좀 높은 정도였다. 결국 옐레나가 불드록카스티에게 얼굴을 올려달라 부탁하고서야 리유니온 역사상 가장 크고 사나운 눈사람이 완성되었다.

오늘 만든 눈사람이 얼마 가지는 못하리라는 것을 그 자리에 있는 모두는 알았다. 강풍이 불면 조심스럽게 쌓아둔 눈사람은 넘어져 부서질 테고, 운이 좋아 겨울 동안 남아있었다 해도 여름이 오면 결국 녹아 대지로 돌아갈 운명이었다. 하지만, 추억은 그리 쉽게 사라지지 않고, 그 기억을 가지고 있는 사람을 지탱하는 한 부분이 되기도 한다. 어떤 예술은 그렇게 사라져도 누군가의 삶 안에서 생명을 얻는 걸지도 모른다. 하지만 추억이 담긴 작품이 조금이라도 오래 남아있기를 바라는 건 인간이라면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눈의 악마 소대의 리더는 그 마음을 담아 사람들의 열기로 녹은 부분을 쓰다듬어 단단히 얼렸다.


14일차 : 인사이더 연인 드림, 새로운 도넛 레시피를 시도하는 이야기.

리켈레는 하이디 박사를 위해 설탕이 덜 들어간 단 도넛을 만들어보기로 했다. 물론 라테라노식 도넛이라는 것은 변하지 않았지만, 기존에 그가 만들던 도넛은 다른 산크타 오퍼레이터들도 대체로 너무 달다는 평가를 돌려줄 만큼 설탕을 많이 넣은 도넛이었다. 박사는 그가 가져온 도넛이 너무 달아서 못 먹겠다고 말한 적은 없었지만, 그럭저럭 수용할 수 있는 범위에 들어와서 굳이 말하지 않았을 가능성을 무시할 수는 없었다. 특기가 무엇이냐 하면 도넛 만들기가 특기라고 말하고 다니는 사람으로서, 자신이 좋아하는 사람한테 완벽한 도넛을 만들어줄 수 없다면 면이 서지 않았다.

리켈레는 로도스 디저트 대회에서 우승했던 도넛 레시피를 우승자에게 부탁해서 받아왔다. 레시피 정량대로만 설탕을 넣고 버터와 설탕, 계란을 넣고 평소보다 덜 저었는데도 설탕 알갱이가 벌써 잘 녹아들어 그럴듯해 보였다. 어색함을 뒤로 한 채 박력분과 이스트를 넣은 후 반죽이 부풀기를 기다린 뒤, 도넛 커터를 이용해 반죽을 찍고 온도를 맞춰둔 기름에 튀겼다. 갓 튀긴 도넛은 시간을 아끼기 위해 반죽 발효를 기다리며 미리 만들어둔 글레이즈에 살짝 담갔다가 빼서 평범한 글레이즈드 도넛을 완성했다. 그가 새로 만든 도넛의 맛을 보려고 하나를 꺼내 한 입을 먹어본 뒤, 초콜릿 시럽을 뿌려 먹는 것을 목격한 어느 메딕 오퍼레이터가 산크타들의 건강을 걱정하며 켈시에게 관련 이야기를 물었다는 이야기가 하이디에게까지 흘러들어온 것은 한참 나중 이야기였다.

작전 보고서를 제출할 때보다 떨리는 마음으로, 리켈레는 집무실에 도넛이 가득한 바구니를 들고 갔다. 모니터를 한참 보고 있던 하이디는 리켈레가 문을 열고 들어오자, 모니터 옆으로 고개를 빼서 인사했다. 오늘 자 어시스턴트인 그가 책상 위에 도넛을 익숙하게 꺼내두면, 박사는 별다른 말이 없이 도넛을 하나 들었다. 무언가 알아채 주길 바라는 오퍼레이터의 눈빛을 하이디는 눈치채고 잠시 도넛을 살펴봤다. 보는 것으로는 평소와 그리 달라 보이지 않았다. 작은 의문을 가지고 한 입 베어 물자마자, 도넛이 건강과는 거리가 먼 음식이라고는 해도 평소보다는 건강한 도넛을 만들어왔단 사실을 알 수 있었다. 언제부터인가 그 폭력적이라고 해도 될 당도에 익숙해졌던 건지. 이 도넛은 박사의 기준으로도 무언가 빠진 맛이었다. 평가를 기다리는 리켈레 앞에서 하이디는 알 수 없는 표정으로 평소처럼 도넛을 완전히 삼키기 전에, 커피를 마셨다.

"너도 한 입 먹어볼래?"

하이디는 자신이 베어 문 쪽이 리켈레와 가깝도록 돌려서 그에게 권했다. 리켈레는 하이디의 의도를 알아채지 못하고 아무 의심도 없이 그대로 한 입 먹었다. 당연하게도 처음 시도하는 레시피로 만들어보고 박사에게 가져오기 전에 먹어본 것과 다르지 않은 맛이었다.

"어때?"

"솔직히 제 기준엔 설탕이 좀 부족한 맛인데 박사님한테는……."

하이디의 질문에 대답하던 중 리켈레는 방금 그가 뭔 짓을 저질렀는지 깨닫고 말을 잇지 못했다. 그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은 척 애써 노력하며 하이디 박사님한테는 이 정도 설탕이 들어간 게 익숙하지 않을까 싶었다고 변명하듯 겨우 말을 이어갔지만, 헤일로가 없는 상대에게도 명백하게 전해지는 감정은 있는 법이었다. 그를 바라보는 하이디의 표정은 여전히 크게 변하지 않았다. 하지만 제법 박사를 오래 지켜본 리켈레는 하이디가 그의 반응을 즐기고 있다는 것을 확신했다.

"그냥 네가 평소 만드는 도넛에, 커피 하나 추가하는 정도라면 내 입에도 괜찮아."

그 말과 함께 그가 입을 댔던 부분을 거리낌 없이 먹는 하이디 때문에, 리켈레는 다시 한번 소리 없이 비명을 질렀다. 인사이더가 제대로 어시스턴트 업무를 수행할 정도로 정신을 차리려면, 잠시 시간이 필요할 듯했다.


15일차 : 메피스토와 프로스트노바가 노래를 부르는 이야기. 지인에게 선물한 글입니다.

이노는 노래를 부를 수 없었다. 조금만 더 높은 소리로 말하면, 그의 목소리는 이상하게 갈라졌다. 들어줄 만한 소리라는 말이 자신도 나오지 않았다. 탈룰라나 옐레나가 밤에 둘을 재우려고 부르던 노래를 외운 지도 한참 지났지만, 기억에 있는 바로 그 노래조차 끄집어내는 것이 불가능했다. 노래라 부를 수 없는 무언가를 뱉다가 기침하다 보면, 사샤가 그의 곁에 와 별다른 말 없이 따뜻한 차를 내밀거나 다른 주제로 말을 돌렸다.

어제와 달리 시야가 방해될 정도로 내리던 눈이 그쳤다. 이노는 노래를 부르려다가 말았다. 쌓인 눈이 소리를 삼켜주긴 하겠지만, 눈이 내릴 때보다는 소리가 잘 들리는 날은 노래를 시도하기 적당한 날은 아니었다. 그조차도 그의 소리를 견디고 싶지 않았다. 목적 없이 하늘을 바라보고 있다 보니, 유난히 차가운 공기가 밀려왔다. 이노는 뒤를 돌아보지도 않고도 옐레나가 가까이 왔다는 것을 눈치챘다.

"노래 부를 생각이었어?"

이노는 고개를 저었다.

"노래 가사 중에서는 그 노래를 만든 사람이 바라는 걸 넣은 경우도 많잖아. 그런 의미에서 노래 가사는 기도라고 해."

"누가 말한 거야?"

"내 아빠가."

그러면 선율 없이 부르는 것도 노래의 본질을 지키는 것이 아니겠느냐 말한 옐레나는 박자만 지켜서 가사를 천천히 읊었다. 익숙한 가사인데도 높낮이가 없으니 낯설게 들렸다. 한참 듣다 이런 게 어떻게 노래일 수 있느냐며 이노는 작게 투덜거렸고, 옐레나는 그 말을 들었지만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그 '노래'를 이어 나갔다. 트집을 잡아본 것 치고는 이노의 표정이 나쁘지 않은 것을 확인한 옐레나는 따라 해보라는 듯 저보다 어린아이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결국 그 또한 입을 열어, 그가 외워둔 가사를 천천히 입 밖으로 천천히 꺼냈다. 지금 부르는 노래는 이노에게도 그리 어렵지 않았다.


16일차 : 뮤엘시스 연인 드림, 호칭 정리하는 이야기.

엉망진창인 고백 이후로 연인이 된 것도 이미 몇 달 전 일이다. 그런데도 뮤엘시스의 남자친구라는 사람은 아직도 뮤엘시스를 애칭도 아니고 주임님이라고 계속 부르고 있었다. 그것도 사적인 자리에서조차도 말이다. 일할 때 그렇게 공식적인 호칭으로 부르는 것은 이해할 수 있다. 그 눈치 없는 사리아조차 알게 된 그들의 사이지만, 직책으로 부르는 쪽이 외부 연구소나 기타 정부기관과 협업하다가 실수하는 것보다는 나을 테니 불만은 크게 없었다. 그의 사랑이 작다고 의심해본 적은 없었다. 사실 주임님이라고 부르는 그의 눈만 봐도 그가 얼마나 뮤엘시스를 좋아하는지 알 수 있었다. 도대체 이유가 뭔지 직접 물어봐야겠다. 고민 끝에 뮤엘시스는 답을 받아내겠다는 결의를 다졌다.

오늘도 이미 미리 약속 장소에 나와서 기다리고 있던 그는 뮤엘시스를 발견하자 또 주임님이라고 부르며 손을 흔들었다. 그렇게 부르는 델모어는,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인 것처럼 웃고 있어서 뮤엘시스는 순간 오늘 했던 결심을 잊어버릴 뻔했다. 하지만 혼자서 속상해하는 건 그만하기로 그와 약속했었다. 속상한 기분이 커지기 전에, 뮤엘시스는 평소에 하는 장난처럼 질문했다.

"근데 델모어, 언제까지 사적인 자리에서도 날 주임님이라고 부를 거야?"

가벼운 목소리로 묻는 뮤엘시스의 눈꼬리가 부드럽게 휘어졌다. 그 질문에 도대체 무슨 호칭을 상상한 건지 델모어는 또 새빨간 토마토가 되었다. 이러면 더 놀리고 싶어지는데. 뮤엘시스는 델모어가 정신을 차리고 대답을 하기 전에 말을 덧붙였다.

"이프리트 알지? 날 뮤뮤라고 부르거든. 너도 나 그렇게 불러볼래?"

"네?"

방금 뮤엘시스의 말을 들은 델모어의 상태는, 조금 과장을 보태면 볼 위에 프라이팬을 올리면 요리도 할 수 있을 정도로 달아올랐다. 인간 화덕이 된 그를 보고 맑은 소리를 내며 웃는 뮤엘시스 덕분에 얼굴이 더 빨개졌고, 뮤엘시스는 결국 가방에서 물을 꺼내서 델모어에게 진정하라며 주었다.

"…… 뮤엘시스 씨라고 부르면 될까요?"

"주임님보단 낫네."

물을 마시고 겨우 진정한 델모어는 잠시간의 고민 끝에 주임님 대신 부를 말을 골랐다. 달링, 허니 등의 낯간지러운 단어를 나열하며 그렇게 불러주길 기다린다고 하는 진심이 담긴 장난에 간신히 식힌 델모어의 얼굴이 다시 불판이 됐다.


17일차 : 프로스트노바 짝사랑 드림, 별빛과 오로라.

북서 툰드라에서 나고 자란 사람들이라면 오로라는 그리 낯선 현상이 아니었다. 그렇다고 아무 의미가 없진 않았다. 고요한 밤하늘의 별빛과 달빛은 밤길의 안내자이듯, 그리고 맑은 날 뜨는 어둠을 몰아내는 해가 물들이는 하늘이 아름답듯, 오로라 또한 충분히 밤에 하늘을 올려다보기 즐겁게 만들어줬다. 스베틀라나는 보통 오로라가 뜬 날이라며 유난을 떨지는 않았다. 옐레나 또한 형제자매 사이에 누워서 하늘을 보다가 오늘은 좀 선명해 보이지 않냐며 굳이 옆에 있던 스베틀라나의 옷을 살짝 잡아당기며 저기 페더비스트가 지나간다는 느낌으로 말은 건넨 적 있긴 했어도 소란이 일어나지는 않았다.

하지만 맨눈으로 봐도 화려하게 춤추는 것처럼 보이는 오로라를 목격한 날은 달랐다. 매번 다른 모양과 리듬으로 그 넓은 하늘을 가로지르며 흔들리는 빛의 장막은 늘 어린 마음을 들뜨게 했다. 감염자 감시팀과 충돌해 전투가 일어나는 날이 아니라면, 평소 보이지 않는 붉은 색이 보일 정도로 화려한 오로라를 목격한 스베틀라나는 저 설원 반대편에서도 들릴 정도로 누님이라 옐레나를 부르며 하늘을 보라고 외쳤다. 그 큰 목소리에 옐레나가 고개를 들어보면, 전에 봤던 것과는 또 다른 빛의 축제가 펼쳐지고 있었다. 스베틀라나는 구태여 얼굴을 확인하지 않아도 표정을 알 수 있을 목소리로 오늘 하늘이 지금까지 본 것 중에 가장 예쁜 것 같다며 옐레나의 동의를 구했다.

"이런 하늘은 남쪽으로 가면 못 본대. 전에 여기보다 더 남쪽에서 왔던 삼촌은 어릴 때는 이런 풍경 못 봤다고 하더라고."

"그러면 저는…… 평생 여기 살래요."

"여기보다 남쪽은 따뜻할 텐데. 먹을 것도 더 많고."

"음…… 사실 어디든 누님하고 형제자매들, 그리고 불드록카스티 씨하고 이모 삼촌들이 같이 있다면 어디든 좋아요."

그래, 나도 너희들이랑 함께라면 어디라도 좋아. 흘러가듯 말한 문장에도 스베틀라나는 수줍게 웃음소리를 흘렸다.

함께 있는 것만으로도 매서운 추위조차 잊었던 날도 있었다. 오퍼레이터 아쿠아비트는 로도스 아일랜드 로고가 그려진 두꺼운 외투를 챙겨 입었다. 유난히 추운 1월 초의 하루였다.


18일차 : 피아모스, 피아메타가 감기에 걸린 이야기.

소화 능력에는 크게 문제가 없는 상태라 하더라도 아픈 사람에게 가장 매운 단계의 아라비아따 파스타를 가져오는 인간은 없으리라고 믿었는데. 익숙하지 않은 세기의 두통 때문에 피아메타는 눈을 가늘게 뜨고 접시에 옮겨준 파스타와 그 파스타를 사온 사람을 번갈아 보았다. 모스티마는 뻔뻔한 미소와 함께 빠르게 다녀와서 파스타가 별로 불지 않았다고 자랑스럽게 말했다. 평소처럼 소리를 지르기에는 목이 아파서, 피아메타는 있는 힘껏 식탁 반대편에 앉아있는 모스티마의 다리를 걷어찼다.

"아직 이 정도로 화낼 기운이 있는 것 보니까 죽을 병은 아니겠네. 다행이야."

"…… 평소처럼 네 장난에 어울려 줄 기운 없거든?

다양한 나라들을 모스티마와 함께 다니며, 차에서 짧게 눈을 붙이기 외에는 마땅한 휴식을 하지 않던 때에도 감기 한번 걸리지 않았던 피아메타였다. 바로 그 피아메타가 휴가 기간 첫날부터 고열과 인후통 때문에 제대로 움직일 수도 없었다. 지금이야 열이 나는 걸 확인하자마자 먹은 해열제 효과 덕분에 대화를 할 정도의 상태는 되었지만, 여전히 몸이 좋지 않은 건 매한가지였다. 모스티마는 자리에서 일어나 피아메타의 근처로 왔다. 그리고 입맛이 없느 냐며 물으며 피아메타의 이마에 손을 대봤다. 아직도 그 이마는 따뜻하다 못해 뜨거웠다. 모스티마는 아직도 추운지 물었고, 피아메타는 고개를 저었다.

"사실 이 파스타만 사온 건 아니고, 짠."

모스티미는 피아메타의 대답을 듣고 이온음료와 함께 포장된 수프를 식탁 위에 올려두었다. 피아메타 앞에 놓여있던 파스타 그릇은 모스티마가 가져갔다. 파스타는 모스티마가 먹기 위해 같이 사온 거였을까 고민을 하며 수프를 한 숟갈 삼켰다. 모스티마면 충분히 저를 놀리기 위해서 딱히 먹고 싶지 않은데도 사왔을 수도 있다는 결론을 내리기까지는 오래 걸리지 않았다. 입맛이 없어도 먹어야 약 먹고서도 속 쓰릴 일 없을 거라면서 모스티마는 파스타에 손도 안 대고 피아메타가 먹는 것을 지켜보았다. 내가 무슨 애냐며 볼멘소리를 해봐도 환자는 애랑 다를 바 없다며 모스티마는 피아메타가 그릇을 비울 때까지 곁을 떠나지 않았다.

식사를 마친 피아메타를 모스티마는 다시 침대로 모시겠다며 안아 올렸다. 뭐하는 거냐고 항의해봐도 모스티마는 그저 건성으로 빠르고 편안하게 모시겠다는 말만 돌려줄 뿐이었다. 식탁까지는 걸어왔었다는 피아메타의 반박도 들은 척도 하지 않았다. 결국, 피아메타는 저항하기를 포기하고 그 짧은 거리를 모스티마의 품에 기댄 채로 침대까지 돌아갔다.


19일차 : 이프리트 비혈연 가족 드림, 다음 생에 대한 이야기.

"악셀, 너는 다음 생이라는 게 있다면 어떻게 태어나고 싶어?"

"응?"

의미를 알 수 없는 질문에 악셀은 눈을 크게 떴다. 죽고 다른 사람으로 다시 태어난 주인공이 나오는 소설을 읽고 있었다며 책 제목을 이야기하는 이프리트는 장난스럽게 다시 한번 물었다. 악셀은 잠시 뜸을 들이다 입을 열었다.

"음…… 이번에는 산크타였으니 다른 종족으로 태어날 수 있으면 좋겠네."

"왜? 산크타 멋지지 않아?"

"잘 때도 불편하고, 영화관이나 극장 가는 것도 힘드니까."

"진짜 그런 이유 때문이야? 물론…. 잘 때 답답하게 안대 꼭 껴야 한다는 거 별로인 것 같긴 해. 멋진 모자도 쓰기 불편하대며."

"맞아. 엄청 어지럽거든. 그러면 이프리트는 다음 생이 있으면 뭘 해보고 싶어?"

악셀은 이프리트가 왜 산크타로 다시 태어나기 싫은지 자세하게 캐묻기 전에 대화의 초점을 이프리트의 쪽으로 돌렸다. 이프리트는 악셀의 질문에 바로 대답했다.

"사리아하고 사일런스랑 다시 또 만날 수 있으면 좋겠고, 악셀은 …… 그때는 내 동생 하는 거 어때?"

이프리트는 씨익 웃으면서 악셀의 눈을 똑바로 바라보았다. 악셀은 소리 내서 크게 웃는 소리를 내는 것과 함께 눈을 접으며 은근슬쩍 눈동자를 옆으로 굴렸다.

"하하, 그럴까?"

"그러면 사리아랑 사일런스가 악셀한테 숙제 잔뜩 내주면 슬쩍 한 장 정도는 풀어주기도 할게."

"내가 풀어준 적이 있었던가?"

그건 비밀로 하기로 했지 않냐 악셀은 작은 목소리로 속삭였다. 물론, 그런 말을 속삭이는 악셀의 표정이 진지함과 거리가 먼 것을 확인하고 이프리트는 장난스럽게 웃었다.

"사실 그거 풀이 너무 깔끔해서 들켰다? 조금 혼나긴 했는데, 덕분에 숙제 양도 줄었어."

악셀은 이프리트의 답을 듣고 미소 지으며 머리를 쓰다듬었다. 이번 생을 생각하기도 머리 아픈데, 다음 생을 진지하게 생각할 여유는 솔직히 없었다. 그렇지만 정말로 다음 생이 있다면 그 삶에서는 이프리트가 자신 같은 인간이랑 얽히지 않기를 바랐다. 그 솔직한 마음은 묻어두고서, 그는 머리 묶은 게 다 헝클어졌다며 투덜대는 이프리트한테 다시 묶어줄 수 있다며 익숙하게 주머니에서 작은 빗을 꺼내 들었다. 이프리트는 빗을 주면 스스로 묶겠다며 손을 내밀었다. 악셀은 어느새 커서 직접 하고 싶은 게 많아진 이프리트의 요청대로 빗을 건네주었다. 산크타는 새삼 흐른 시간을 체감했다. 이제는 정말로 떠날 때가 되었다.


20일차 : 불드록카스티가 옐레나가 형제자매들과 노는 것을 지켜보는 이야기. 옐레나 십대 초중반 정도 시점.

불드록카스티는 제 허리를 조금 넘긴 옐레나의 키 때문에 고민에 빠졌다. 원래 저 나이대의 카우투스 아이가 그 정도 키이면 괜찮은지 알 수 없었다. 어릴 적에 잘 챙겨 먹지 못해서 그런 걸까. 카우투스치고 그리 작은 키는 아니라고 말하는 유격대원의 말에도 그 나이 많은 웬디고는 걱정을 멈추지 못했다. 형제자매들과 함께 훈련을 겸한 사냥에 이번엔 성공했다며 제법 커다란 파울비스트의 목을 붙잡고 제 아빠에게 자랑하려고 달려오는 옐레나를 보고서도 그의 평가는 달라지지 않았다. 다른 아이들은 우리의 누님은 지금도 멋진데 광석병에 걸리지 않았거나 어릴 적부터 제대로 된 식사를 하기만 했어도 테라에서 가장 크고 강한 카우투스가 되었으리라는 이야기를 나누는 자리에 같이 있었기도 했다. 하지만 옐레나의 형제자매들의 의견과 달리, 불드록카스티는 여전히 옐레나와 그 말을 꺼낸 아이들이 커야 할 어린아이로만 보였다.

우르수스에서 광석병 환자의 삶은 늘 전장 위였다. 한참 즐겁고 행복한 것을 경험해도 모자랄 나이의 어린아이들도 예외는 아니었다. 그리고 그 웬디고는 이 아이들에게 온전히 떳떳할 수 있을 만큼 무결한 인간이 아니었다. 그의 첫째 아들이 고통스럽게 뱉었던 말은, 옐레나에게 칼을 제대로 쥐는 법을 알려주는 내내 머릿속에서 사라지지 않았다. 다른 아이들을 가르칠 때보다 옐레나를 가르칠 때 유난히 그가 저질러온 잘못에 대해 곱씹게 되는 이유는 옐레나가 그의 첫째 아들을 상당히 닮아 있었기 때문이리라 짐작했다. 전에 페트로바에게 들은 바로는, 고작 아홉 살에 광산에서도 애들을 모아두고 이곳에서는 울지 말고 자유로워지면 울자고 하며 앞에 서서 나이가 훨씬 더 많은 형제자매앞에서 연설한 적도 있었다고 했다. 물론 딸은 그때의 아들보다는 아직 더 어렸기에 제 의견을 굽히고 넘어갈 때도 있었다. 그래도 몇 년만 더 지나면 어떤 상황에서도 할 말 다 하며 제 고집을 절대로 꺾지 않는 사람이 되리라는 것을 불드록카스티는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었다.

상념에 잠겼던 그는 옐레나를 누님이라 부르며 얼굴에 던지는 게 어딨느냐고 소리치는 다른 아이의 소리에 과거를 반추하기를 멈추었다. 거기에 얼굴을 둔 잘못이라 말하는 제 딸의 당당한 말에 불드록카스티는 작게 웃고 말았다. 오늘은 툰드라에서도 손에 꼽게 평화로운 날이라, 옐레나와 형제자매들은 다른 일을 하지 않고 딱 그 나이대 아이들처럼 뛰어다니며 서로에게 눈덩이를 던지고 있었다. 활기찬 아이들이 만드는 소란 또한 툰드라에서 피어난 생명의 증거였다. 불드록카스티는 그 아이들을 위해 따뜻한 차와 함께 매운맛이 나는 허브를 따로 넣은 차를 만들러 자리에서 일어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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