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고오옴
우리 어디서 만난 적 있어요? ……. 시선이 맞은 지 제법 되었다. 그가 물기로 흐릿한 시야를 애써 다잡아가며 뱉은 마디란 그런 종류였다. 소란스러운 고깃집 사이를 침묵만이 갈랐다. 내가 아무 대답도 않자, 그는 버릇처럼 뱉은 말을 어물어물 되짚었다. 그러고서 소스라치듯이 정신을 차렸다. 나직한 탄성, 테이블 모서리에 구둣발 채이는 소리가 요란했다. 취기
도서관의 구석진 곳에 멈춰서 숨을 골랐다. 오늘 도대체 몇 번이나 일이 꼬이고 마는지, 한숨을 푹푹 내쉰 나머지 내일 치 숨마저 끌어다 써야 할 지경이었다. 한 달 전에 저장했던 파일이 잘못되었다는 사실이 오늘에서야 드러났고, 그 파일을 제대로 수정한 뒤 저장하려는 순간, 멀쩡하고 성능 좋았던 컴퓨터가 블루스크린을 띄우며 퇴근을 요청했다. 조금만 더 일해
내가 죽었다니 퍽이나 유감입니다. 기실 유감이랄 것도 없지만, 저 자신에게 조의를 표하지 않으면 또 누가 해주겠습니까? 아무도 없으니 혼자서라도 이딴 종이 쪼가리를 끄적거리고 있을 수밖에는 없는 거예요. 이걸 보는 당신이라도 내게 조의를 표해줄까, 글쎄요, 적어도 죽은 뒤의 저는 아무도 믿지 않을 심산입니다. 뭐, 영 심심하면 백합화라도 하나 꺾어 내 죽은
유달리 잠을 설쳐 피곤했던 밤을 보낸 뒤엔 항상 이 모양 이 꼴이었다. 알람시계가 제멋대로 떨어져 침묵시위를 하고, 끼워두었던 책갈피가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양말을 신으려 들여다보면 죄 짝짝이뿐이었으며, 무슨 바람이 불었는지 토스터가 열과 성을 다해 식빵을 태워먹었다. 쌉싸래한 탄 맛을 불평 없이 넘기다, 손목시계마저 제 역할을 못하고 삐걱인다는 것을 뒤
스페이스에 업로드된 컬렉션이 없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