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nfiction

[TTSS] 지극히 개인적인

이거 쓰다보니 짐프리도 부하 되는 드림물이네 ㅈㅅ

팅테솔스에 그냥 뭔 모브 자캐 넣음(짐빌짐 요소 있음) 시대적? 문체적 여혐 있음

영화랑 소설이랑 대충 섞음

고증 별로 안 철저함

팅테솔스 소설 번역느낌으로 써서 잘 안 읽힐 수 있어요 그것은 전부 저의 탓입니다…


펠튼은 외국에서 수학 - 부모 중 하나가 먼 유럽 국가 어딘가 출신이기도 했다 - 한 젊은 여성으로, 부유하거나 저명한 가문은 아니었음에도 서커스의 신부 중 하나가 되는 것으로 독신 생활의 자유를 어느 정도 획득할 수 있었다. 전쟁 이래로 국가가 여러 부서에 여성을 기용하기 시작했다는 것은 모두가 아는 사실이었으므로, 그녀는 오스트리아 영사관에 있는 부모님에게 사랑하는 막내딸은 어느 부처의 평범한 사무원으로 나날을 보내고 있다고 말하기만 하면 되었던 것이다. 펠튼 씨와 펠튼 부인은 그들의 유일한 딸이 두 오빠의 뒤를 따라 국가에 이바지하는 일을 골랐다는 데 감복했다. 그들이 보기에 엘리자베스가 그랬듯 국가와 결혼하는 것은 여성이 할 수 있는 가장 고결한 일이었고, 실비 펠튼이 혼기를 조금 놓친 것은 결코 지탄받을 일이 아니었다. 그녀는 그 나이 또래가 응당 그렇듯이 혈색이 도는 뺨을 가진 상냥한 여인이었지만, 좁고 뾰족한 턱과 강렬한 눈빛에서 그 됨됨이가 잘 드러났다. 때문에 말을 나눠보기 전에도 호락호락한 인물로는 생각되지 않았고, 실제로도 그랬다. 그녀는 상층에 올라가기 위해 필요한 것 중에서 야망은 가지고 있었으나, 그 뒤를 받쳐줄 경험과 나이가 현저히 부족했고, 결정적으로 남성이 아니었다. 그렇기에 외톨이들이 흔히 그러듯 그녀도 어린 빌 로치처럼 길잡이가 될 수 있는 사람을 갈구했다. 그리고 언제나, 외톨이들은 다른 외톨이를 끌어당기는 법이다.

비록 대학 시절의 윌리엄 헤이든은 그녀나 빌 로치와는 다르게, 타인을 전부 시시한 존재로 여겨 자신의 의지로 혼자가 되었던 종류의 사람이었지만. 그렇지만 헤이든은 프리도만은 자신과 동등한 위치에 올려 주었다. 짐 프리도는 교제할 가치가 있는 친구였다. 헤이든이 그를 선택했으므로. 그들은 꼭 맞는 퍼즐 조각이었다. 정말로 그랬던가? 적어도 겉으로 보기에는 그랬다.

그 유명한 빌 헤이든처럼 종잡을 수 없고 요란한 느낌을 주는 것은 아니었지만, 조금만 주의 깊게 본다면 그녀가 의장에 퍽 신경 쓰고 있음을 알아채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순직했다던 짐 프리도가 켄트에 있는 별장에서 휴가를 보내고 있던 그녀를 찾아왔던 날에, 펠튼은 회색 모직으로 만들어진 주름치마에 손으로 뜬 것이라면 제법 정성이 들어갔을 법한 몸에 꼭 맞는 조끼, 점잖은 숙녀의 물건이라기에는 눈에 띄는 피콕 블루 색상의 구두를 신고 있었다. 약간의 허영심과 무언가를 감추려는 의도 때문에 과장된 옷차림이었다. 그녀에게는 함께 살고는 있으나 미래까지 약속한 일은 없는 동성 애인이 있었고, 독신 여성이 말동무 겸 가정부를 집에 들이는 일은 드문 일은 아니었으므로 여태껏 그 사실이 누군가의 이목을 끌지는 않았다. 그녀로서는 다행인 일이었다. 요원이 다른 요원을 알아보듯이, 위장하는 사람은 다른 사람의 위장을 알아본다. 정확히 무엇을 감추려고 하는지까지는 모른다고 해도, 숨기고 싶은 것이 있다는 사실은 알 수 있다. 짐 프리도에게는 대부분의 서커스 소속 남자들과는 다르게 ‘어딘가 맞지 않는’ 점이 있었다. 그녀는 독신녀 특유의 관찰력과 기민한 직감으로 컨트롤의 다섯 기사를 지켜보았고, 그런 관찰은 이윽고 빌 헤이든뿐만 아니라 그의 단짝인 짐 프리도 역시 그녀와 동류라는 추론에까지 이르렀다. 그럼에도 짐 프리도는 서커스에서 가장 팬지답지 않은 남자였다. 미스 펠튼 말고도 많은 사람이 그렇게 생각했고, 그랬기에 빌 헤이든과 짐 프리도가 어떠한 친구 사이였는지에 대한 사실은 서커스 윗세대들만의 전유물로 남았다. 실은 아랫사람들이 상부를 신경 써 봤자, 의전 문제나 정치 문제에 그칠 따름이어서 그랬을지도 모른다. 상사의 숨겨진 침대 사정 따위를 알고 싶어 하는 사람이 있을까?

그러나 자신에게 너무나 가까운 비밀은 굳이 알아내려 하지 않아도 보이는 법이다. 일방적이 아닌, 양쪽 방향으로. 그녀의 영어에는 사뭇 남성적인 부분이 있었다. 비단 그녀의 성적 지향 때문만은 아니었고, 삶의 오랜 기간 동안 영어를 쓰는 사람이라고는 외교관인 부친과 그의 동료들만을 본 탓이 컸다. 대부분 사람들은 그 점을 거슬려 했지만 프리도는 아니었다. 프랑스 성씨를 쓰는 이 우울한 얼굴을 한 남자는 그 위명에 비해서는 좋은 상사였다. 길럼은 젊지만 깐깐했고 올러라인은 의중을 알기 힘들었다. 블랜드는 다혈질이었고 헤이든은 과하게 치근거렸다. 이스터헤이스는 개중 제일 나았지만, 다른 이들의 단점을 조금씩은 가지고 있었다.

정보부의 남자들이 여직원들을 훑어보는 만큼이나 여자들도 남직원들을 재어 보기는 마찬가지였다. 하여간 아무리 매력적인 남성이라 해도 스파이란 오랜 교제 상대로는 적절치 않았으므로, 대개 남자들의 시도는 추파를 던지는 것 자체에서 끝나기 일쑤였다. 그런 의미에서, 빌은 독보적인 인물이었지. 원하는 여자는 - 때로는 여자가 아니라도 - 어떻게든 얻어 냈으니 말이야. 그녀가 여기 들어오기 전, 소문으로만 도는 이야기에서도 그랬고 지금도 마찬가지였다. 거의 머리가 세기 시작하는 나이인데도 청년기의 불안정함을 간직한 비대칭적인 미소 때문일까? 헤이든은 예술가의 기질을 지닌, 다소 제멋대로인 사람이었지만 그를 정말로 증오하는 사람은 없었다. 그래서 그의 죽음 - 그리고 그에 이어진 어떠한 사실 - 이 서커스를 크게 흔들어 놓았을지도 모른다고, 실비는 생각했다.

정보부 소속일지라도 사무직의 일이란 대체로 서류나 졸음과 씨름하는 것이기는 했지만, 때로는 그렇지만도 않았다. 실비아 펠튼이 연인과 함께 휴가를 떠난 바로 이튿날에, 짐 프리도가 별장 문을 두드렸다. 그녀는 한쪽 손에 권총을 쥔 채로 문을 열었다. 죽은 사람과 한 피트를 사이에 두고 눈을 마주친 그녀가 채 놀라기도 전에, 짐은 그가 아직 스캘프헌터의 대장이고 그녀가 근무 중이기라도 한 듯이 말을 걸었다.

⌈실비, 감청을 맡을 사람이 필요해.⌋

황당하기 그지없는 일이어서인지, 그녀는 큰 고민도 하지 않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요.⌋ 프리도는 은퇴 전보다 훨씬 수척해진, 떠돌이 개 같은 모습을 하고 있었다. 헝가리에서 총상을 입었다는 것까지는 실제로 있었던 일일 테니 어쩌면 그 탓일지도 몰랐다. 그녀가 런던 스테이션에서 하는 일은 감청보다는 안락의자 탐정에 가까웠지만, 신입 훈련 기간 동안 기계를 다루는 법을 배우지 않은 것은 아니었다. 게다가 프리도가 그녀를 믿는다는데 거절할 수 있을 리가 없었다. 결과적으로, 펠튼은 좋은 애인보다는 좋은 요원에 더 가까웠다.

⌈망령이 살아 돌아왔는데, 무슨 일인지 묻지도 않는 건가?⌋

그녀는 자못 새침하게 말했다. ⌈어머, 모르셨나 보네요. 영국 정보부에는 살아있는 사람만큼이나 유령도 많답니다.⌋

⌈그렇군.⌋

⌈인가받은 작전은 아니지요?⌋

⌈물론 아니지.⌋

⌈당신이 어째서 헤이든의 친구였는지 몰랐던 건 아니지만, 그래도 이건 치사하군요. 숙녀를 이런 곤경에 몰아넣다니요.⌋

짐 프리도는 한쪽 눈썹을 치켜올리더니, ⌈강요한 적은 없는데.⌋하고 말했다.

⌈하지만 궁금하잖아요. 게다가 당신의 생존 사실은 기밀인 게 분명한데 이렇게 알게 되어버렸으니, 론드리에 끌려갈지도 모르는 일이고요. 조력자가 하나라도 있는 게 좋지 않겠어요?⌋

그녀가 그렇게 말하자 그는 무뚝뚝하게 이렇게만 답했다. ⌈말은 번드르르하게 하는군.⌋

프리도의 지시로 안가에 귀를 설치하고 나서 그녀가 듣게 된 것은 전부 믿을 수 없는 말뿐이었다. 하지만 그녀와는 다르게 짐 프리도는 크게 놀란 것 같지 않았다. 단지 각진 턱이 이를 악무는 듯 조금 움직였고, 그게 전부였다. 헝가리 작전 - 작전의 원래 이름은 증언testify이었지만, 좋지 않게 마무리된 작전이 불운을 불러오리라 믿기라도 하는지, 정보부 직원들은 짐 프리도가 총을 맞았던 그 작전을 절대 주어진 이름대로 부르지 않았다 - 이후로 서커스는 위태로웠다. 어쩌면 그 이전부터도 그랬을지도 모른다. 짐 프리도는 일찍부터 그걸 알았던 것이다. 스피커 너머로 스마일리의 목소리가 들렸다.

⌈그래. 그건 참 잘했어. 짐이 작전을 수행하기 위해 길을 떠나기 직전에 자네를 찾아왔던가?⌋

⌈그래, 그랬지.⌋

⌈뭘 말하려고?⌋

그리고 긴 침묵이 이어졌다. 정적은 너무 길어서, 실비는 어쩌면 도청기가 들켜서 연결이 끊겼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빌 헤이든은 결국 그 질문에 대답하지 않았다. 헤이든은 이전까지의 유려한 말솜씨를 모두 잃고는, 자신 없는 태도로 떠듬떠듬 그의 선택에 대한 정치적 배경에 대해서만 늘어놓았다. 그 뒤로 스마일리의 질문에 대한 빌의 대답은 영양가 없는 말뿐이었다.

빌 헤이든이 죽었다는 소문은 삽시간에 퍼졌다. 비밀리에 임무를 수행하고 있을 거라는 추측도 있었지만, 서커스의 사령탑씩이나 되는 위인이 그렇게 갑작스레 자리를 비울 리가. 그리고 그녀는 그 안가에서의 질답을 기억했다. 헤이든이 아무 말도 하지 못하던 사이에 방 안을 채우던 짐 프리도의 평소보다 빨라진 호흡과 충혈된 눈도.

⌈1년도 채 지나지 않았어.⌋

⌈네?⌋

⌈헤이든 말이야. 짐이 그렇게 간 지 한 해 남짓인데 결국 빌도 그를 따라가는군.⌋ 늙은 여인은 그렇게 말했다. 펠튼은 함께 일하며 그녀가 노년에 접어들었다는 것을 한 번도 의식한 적이 없었지만, 그 순간 그녀는 펠튼과 다른 시공간 속에, 그녀는 살아본 적도 없고 그럴 수도 없는 곳에 있었다. 실비 펠튼은 그 시절 이후에 태어났으므로. 컨트롤의, 스마일리의, 애스터헤이스의, 블랜드의, 올러라인과 헤이든, 프리도의 시대 이후에.

전쟁은 끝났다. 하지만 짐 프리도의 유령이 런던을 걸어 다니듯이, 어떤 이들은 여전히 전장 한가운데에 있었다. 그녀는 전장의 유령이 그들의 머리 위를 음울하게 맴돌며 살아남은 자들의 시야를 흐리게 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한 세대가 무너지고 있었다. 최상층은 두 명의 고위직을 잃었고 누가 그 빈자리를 메꿀지에 대한 얘기가 최근 런던 스테이션의 가장 큰 관심거리였다. 피터 길럼은 유력한 후보 중 하나였다. 다른 인사들에 비해 과하게 젊긴 했지만, 그도 이 바닥에서 꽤 잔뼈가 굵었고, 토비 이스터헤이스를 견제하기 위해서라도 기용될 가능성이 있었다. 하지만 그것도 이 노인에게는 상관없는 일일 테다. 그녀의 은퇴는 얼마 남지 않았고, 이미 그녀가 알고 사랑하던 많은 사람들이 이곳을 떠났으니까.

실비가 ‘정보부에는 산 사람만큼 유령이 많다’고 했던가. 짐은 그 말이 빌 헤이든에게도 적용되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자신이 그랬듯이 어느 시골구석에서 어울리지도 않는 옷을 입고 있는 빌 헤이든을 그는 머릿속에 그려 보았다. 그는 세련되지 않은 것이라면 치를 떠는 사내였으니 코듀로이는 어떨까. 아주 질색을 하겠군. 메이페어에 전담 재단사도 있는 친구니 말이야. 생각은 거기서 멈췄다. 짐은 언제나 두 명 중 상상력이 뛰어난 쪽은 아니었다. 그에게 빌 헤이든은 영원히 그가 빌을 마지막으로 봤을 때의 모습으로 남아 있을 것이다. 어쩌면 대학 때의 모습으로. 짐은 또다시, 빌이 어떤 시골 학교에서 영문학을 가르치는 것을 상상했다. 하지만 그럴 수 없지. 결코 그런 일은 없을 거야. 왜냐하면 짐 프리도는 알았기 때문이다. 빌 헤이든을 죽인 것은 영국도 소비에트도 아니었다. 그의 죽음은 어떤 대의를 위해서도 아닌 지극히 개인적인….

지극히 개인적인 사건이었다는 것을.

카테고리
#2차창작
  • ..+ 8

댓글 0



추천 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