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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를 기억하는가? 우주가 지워지고 있다. 다코타가 그 사실을 알아챈 것은 벌써 오 년 전이었다. 재앙은 별다른 계기도 없이 찾아왔다. 어느 날 여느 때처럼 수프와 샐러드로 아침 식사를 끝내고 현관을 나선 다코타는 앞마당 밖으로 땅이 온통 무너져 있는 것을 발견했다. 당황한 다코타는 무작정 밖으로 뛰쳐나갔다. 다행히 면식이 있는 이웃을 몇몇 만날 수 있
◈ 언니는 홍대 클럽 지하 2층에서 인디밴드를 하다가 캐스팅됐다고 했다. 그건 어릴 때 얼굴 좀 반반했던 것만 믿고 자의 반 타의 반으로 계약서에 도장 찍은 대다수 연습생 사이에서는 아주 독특한 이력이었지만, 기약 없는 미래에 세상을 삐뚜로 보는 것 말곤 아무것도 못 하던 당시의 우리는 그냥 ‘망하기 직전의 회사가 로또 한번 긁어보겠다고 아무나 데려오는
1 “맥, 난 말이야, 달을 보고 싶어.” 보름달이 유독 크게 뜬 날이었다. 맥이 드물게 정원에 나와서 책을 읽겠다고 고집을 부린 날이기도 했다. 어린 도련님보다 더 신나서 뛰쳐나온 진은 뭐에 홀리기라도 했는지 한참을 풀밭에 가만히 앉아 하늘만 올려다보고 있었다. 차갑게 쏟아지는 달빛이 얼굴에 흑백의 경계선을 그렸다. 진이 목에 맨 노란 스카프가 바람에 휘
정사가 끝나면 곧바로 샤워하는 것이 그녀의 버릇이었다. 사람 무게로 묵직했던 옆자리가 순식간에 비는 것이 느껴졌다. 조금 떨어진 곳에서 부산한 소리가 났다. 아마도 그녀가 옷장 문을 열고 아래에서 두 번째 서랍장에서 속옷을 꺼내는 소리일 것이다. 나는 그녀를 등지고 창밖을 바라보는 방향으로 몸을 돌려 침대 끝에 걸터앉았다. 그녀의 1LDK짜리 오피스텔은
둔탁한 소리를 내며 철문이 열렸다. 남자는 문 바깥으로 한 발 내딛다 말고 먼저 와 있는 사람들을 보고 멈칫했다. 철문 너머 테라스에는 이미 너덧 명의 남녀가 벤치 대신 대리석 블록 위에 듬성듬성 앉아 있었다. 모두 유명 브랜드의 테이크아웃 커피잔을 갖고 있었다. 손에 들고 있거나 블록 위에 올려놓고 있다는 차이점이 있을 뿐이었다. 문을 열고 들어온 남자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