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뭐하지
2세날조주의
첫 아이를 안았을 때의 심정은 어땠는가? 아이는 낳을 생각이 없었는데, 단순히 은재를 닮은 아이가 보고 싶었어. 사랑하는 사람을 닮은 아이를 보는 건 어떤 기분일까? 아이를 처음 봤을 때의 생각은 딱 하나 뿐이었다. 아하하, 못생겼어…. 그러나 자신을 덮친 건 벅찬 기쁨. 며칠이 지난 후 아이가 눈을 떴을 때에 보이는 익숙한 눈동자의 색에 입꼬리를 올려 웃었다. 은재의 눈동자 색, 익숙한 붉은빛. 분홍색 머리카락에 붉은 눈동자를 가진 남자아이를 안았을 때는 답지 않게 분홍빛 눈동자가 반짝거렸다. 은재야, 아이가 네 눈동자 색이야. 어떻게 이렇게 예쁠 수 있지? 말로 하지 못한 내용을 눈으로 전달했던가, 아이를 데리고 집으로 돌아온 후에도 모든 게 신기했다. 아기는 이렇게 작구나, 제 손가락을 내밀면 조그만한 손으로 잡는 아기를 바라보며 생각한다.
아이는 어떻게 돌봐야 하지? 보모를 구해 맡기면 되는 건가? 제 어머니는 오빠 윤수련과 자신을 낳은 후 바로 바이올린계에 복귀하기 위해 몸을 추스른 후 바로 아이들을 보모에게 맡기고 무대를 누비기 시작했었다. 그래서 어린 시절 어머니에 대한 기억이 거의 없어. 나중에 들어보니 아버지는 보모에게 맡기는 것을 반대하셨다는데…. 어머니에 대한 기억이라곤 집에 돌아오셨을 때 자신의 머리를 몇 번 쓰다듬어 주셨다는 이야기에 기댄 게 전부였다.
“은재야, 아기는 어떻게 돌보는 거니?”
“응?”
아. 은재가 그제야 무슨 의미인지 깨달은 듯 음, 소리를 냈다. 그것도 모르고 아기를 낳았느냐는 툴툴거리는 소리는 당연히 아니었다. 아마 은재도 어머니께 여쭤보려나. 일단, 자신의 어머니에게 여쭤보았자 돌아올 대답은 없다고 스스로 결론내렸다. 아버지께 여쭤 보면 아기를 안는 방법 정도는 알 수 있겠지. 아이를 품에 안은 채 토닥이며 생각한다. 어린 아이 특유의 높은 체온이 신기하게만 느껴져 분홍색 눈동자가 반짝인다. 볼 수록 은재를 닮았어. 이름을 지어 줘야 할 텐데…. 병원에서 쓰던 이름은 정식으로 지어진 이름이 아닌 태명이었다. 성은호. 은빛 호수가 반짝이는 꿈을 꾸었기에 태명을 이름처럼 지었던가. 아직 한 달은 지나지 않았으니 출생신고까지는 시간이 남았으니까.
“은재야.”
“응, 자양아.”
“이름, 은호는 어때? 태명 그대로 써서.”
“자양이 글자는 안 넣고?”
“은재를 닮았으니까 은재 글자를 넣고 싶네, 내 이름은 넣기 애매하고.”
“음, 그럴까? 뭐든 좋아. 한 달이 되기 전까지 이름도 지어야 했으니까.”
-은호라는 이름도 예뻐, 그리 덧붙이는 은재를 보며 눈꼬리 휘어 웃어보였다. 아기도 이름을 마음에 들어 했으면 좋겠네, 하면서. 아직 은호라고 부르기보다는 아기라고 부르는 게 더 익숙했다. 은호가 태어나기 전에도 은재는 은호라고 여러 번 부르며 말을 걸었던 것 같은데, 자신은 혼자 있을 때에도 은호라고 부르기보다는 아가야, 하고 부르는 게 전부였다. 태어나면 지은 이름으로 많이 불러 줘야겠지, 태명으로도 부르지 않았다. 태명을 지은 게 무색할 정도로.
“출생신고를 할 때는…. 같이 갈까?”
“당연하지.”
내일도 갈 수 있어. 은재의 말에 입꼬리를 올렸다, 그럴까. 요즘은 재택근무라 시간이 있으니까. 아이, 아니. 은호가 조금 클 때까지는 재택근무를 할 예정이었다. 자신의 어머니와는 달리 아이가 성장하는 것을 가까이에서 보고 싶었기에. 은재는 일을 해야겠지만 은호가 오늘 뭘 했는지,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자신이 이야기 해 주면 그만이었다. 오늘은 은호가 자주 울었어, 왜 그랬을까? 질문을 하기도 하고. 생각할 때쯤 은호가 울었다. 왜, 왜 울지? 흔들리는 눈동자로 은재를 쳐다보았다가 은호를 어르고 달랜다. 너무 시끄러웠나? 배가 고픈가? 아니면 그냥 울고 싶은 기분이었나…? 머리가 빙빙 돌아갈 때쯤 아이를 은재에게 넘겨주었다. 은재는 은호를 돌보는 데에 자신보다 능숙하다, 어디서 배워 온 걸까? 생각하며 은호를 어르고 달래는 은재를 바라본다. 응, 우리 은호. 착하지~. 배가 고픈 건 아닌 듯 몇 분 후 은호가 울음을 그친다. 그냥 울고 싶은 기분이었을 뿐인가?
“어떻게 한 거야?”
“응?”
어르고 달래니까 그치던데, 은재의 말에 골똘히 생각한다. 내가 서툴러서 그랬나? 하고. 첫 아이의 육아는 은재가 나보다 더 능숙할지도 모르겠어. 둘째를 낳을 때 쯤에는 나도 능숙해지려나, 무의식적으로 둘째 생각을 하며. …연년생으로 낳을 생각은 절대 없지만. 자양이도 잘 하게 될 거야, 은재의 말에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응, 그랬으면 좋겠어. 은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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