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우절 조각글

B.K by 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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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모 그 사람 누구예요?”

“아, 백아 인사해. 여긴 내 새로운 연인 $*%#이야.”

“… 네?”

“백이 네가 주는 사랑이 너무 부담스러워. 무거워. 불편해. 잘있어. 그동안 고마웠어.”

“키모, 키모 어디가요. 저 두고 가지 않기로 했잖아요. 키모!”

“허억, 하아….”

식은땀을 잔뜩 흘리면 눈을 뜬 백은 미간을 구기며 침대에서 나왔다. 무슨 이딴 꿈을….

중얼거리며 욕실로 들어간 백은 평소보다 오래 샤워를 하고 나왔다. 부엌으로 가 아침 준비를 하던 백은 철컥하고 문이 열리는 소리에 뒤를 돌아봤다.

“키모? 내일 온다고 하지 않았어요?”

문 앞에는 흙바닥에서 굴렀다고 해도 믿을 꼴을 한 루키모가 서있었다. 재빨리 그의 몸을 살핀 백은 다친 곳이 없다는 걸 확인한 후에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겉옷을 받아들었다. 아무리 바빠도 깔끔한 모습을 유지하고 다니던 루키모가 엉망으로 왔다는 것에 의아함을 느끼면서도 오랜만에 보는 연인의 모습에 백은 작게 웃었다.

“샤워부터 할 거죠?”

“….”

“키모..?”

대답이 없자 눈을 맞춰온 백에 움찔하던 루키모는 고개를 끄덕였다.

“씻겨드릴까요?”

“아냐 괜찮아.”

“네. 그럼 씻고 나오세요.”

루키모가 씻고 나오자 여느때처럼 따뜻한 차 한 찬을 건넨 백은 제 연인을 유심히 살피기 시작했다. 무슨 일 있나 상태가 안 좋은 건 아닌 것 같은데. 다친 곳도 없었고.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바라보고 있자니 루키모가 할 말이 있다는듯 입술을 달싹였다. 순간 오늘 꾼 꿈이 떠오른 백의 심장이 덜컥 내려앉았다. 설마. 아니야. 하지만….

“키모 일찍 왔네요..?”

조심스레 운을 뗀 백은 루키모의 표정을 살피며 입 안쪽 살을 씹었다.

“응. 그, 백이 네가….”

“….”

“네가 보고싶어서…. 그래서 최대한 빨리 끝내고 왔ㅇ,”

쪽, 쪼옥.

갑작스러운 뽀뽀세례에 당황하기도 잠시 붉어진 얼굴로 백을 안아오는 루키모를 힘껏 끌어안은 백은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루우, 루우~ 진짜 좋아해요. 사랑해요. 루키모. 하아 저도 보고싶었어요.”

조용한 거실에 쪽쪽거리며 입 맞추는 소리와 작게 웃는 소리가 가득 찼다.

“… 있잖아요. 오늘 꿈에서 키모가 다른 사람을 데려와서 연인이라고 소개했어요. 저를 두고 갔어요.”

아아, 그래서 그랬구나. 티 내지 않으려고 하는 것 같았지만 묘하게 다운된 모습을 보며 자신의 얘기를 쉽사리 하지 않는 백에게 어떻게 물어봐야 하나 고민했더란다. 평소같았으면 자신이 씻겨주겠다며 들어왔을 백이 얌전히 있는 모습에 무슨 일 있나 물어보려던 참이었는데 자신도 얼굴에 티가 났나보다.

“그래서 제가 보고싶어서 빨리 왔다는 게 너무 좋아요. 그런 꿈 따위 신경쓰지 말라고 하는 것 같아서. 그래도 다칠 수 있으니까 너무 무리는 하지 마세요.”

그렇게 말 하는 백의 얼굴이 드물게 상기되어 있었다. 알았다며 고개를 끄덕인 루키모는 예쁘게 웃는 백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영원이라든지 평생이라든지 그런 무거운 단어로 약속할 수는 없지만 적어도 내가 너를 두고 떠나는 일은 두 번 다시 없을 거야.’

“키모 안아주세요. 뽀뽀해주세요.”

이미 안고 있고 잔뜩 뽀뽀했는데도 더 달라며 조르는 연하의 모습에 피식 웃음이 난 루키모는 안고 있는 팔에 힘을 주며 가볍게 입을 맞춰왔다.

그런 따뜻하고 평화로운 한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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