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편

신현철의 시작



신현철은 이명헌으로부터 시작되었다. 수동적인 표현이지만, 사실이 그랬다. 과장 없이 그 시절엔 주변의 누구나 이명헌을 알았다. 농구와 쌀과 눈과, 건조한 공기가 유명한 지방. 그중 농구로 첫 번째 가던 아이. 당시 신현철은 차라리 쌀이나 눈은 좀 알았지, 농구는 그야말로 문외한이었는데도 이명헌 석 자를 알았다. 뭐, 여자애들한테 은근히 인기도 많고. 제대로 된 패밀리 레스토랑 하나 없는 적막한 촌 동네, 뭐든 여흥이 될 만한 것은 들불처럼 번질 나이였다. 그때까지도 이명헌이 출전한 경기 소식으로 뺨을 붉히는 여자애들을 곁눈질로 보며 신현철이 한 생각이란, 고등학교에 가면 운동부를 해볼까. 딱 그 정도였다. 크지는 않아도 막 그런 쪽으로 눈을 뜬 시기였고, 그렇다고 생활의 중심이 되는 건 사양이었지만 그래도 키는 좀 더 컸으면 하고 바랐다. 집안일을 도울 때도 꽤 유용할 테고, 투박한 생김 탓에 어쩌다 한번씩 놀림을 당하는 일도 덩치가 있다면 아무 문제 없을 것 같았다. 그렇게 생각하니 농구가 꽤 멋있어 보이기도 했다. 그래도 이렇게까지 열심히 할 생각은 없었다. 중학교 2학년 끝자락, 그 유명한 이명헌의 경기를 보기 전까지는.

소문으로만 간간이 전해 들었던 이명헌은 그 문장들 안에서보다 훨씬 크고, 선이 굵었으며 또 짙었다. 강해 보였다. 여자애들 무리에서만이 아니라 시커먼 사내자식들이 종종 떠들어대는 이유도 알 것 같았다. 당연히, 키도 저보다 한참 컸다. 멀찍이 보는데도 그 크기가 압박으로 느껴질 정도였다. 그리고 그 커다란 몸을 지탱하는, 고목 줄기처럼 단단하고 미끈해 보이는 다리가 마침내 지면을 딛고 허공을 품었을 때.

신현철은 전율했다. 그게 시작이었다.

지금은 음침하다고 생각한다.

 

 

뜻밖의 패배 후 예년보다 빠르게 학교로 돌아온 이명헌은 어쩐지 조금 우울해 보였다. 패배야 늘 뼈 아픈 것이었지만 그래도 인터하이라 이건가. 그 이명헌이. 대충 그런 들뜬 분위기가 3학년뿐만 아니라 이명헌을 존경하는 아래 학년들 사이에서도 은은하게 감돌았다. 동경하던 선배의 의외로 인간적인 부분이라니. 흥분할 만하지. 그러나 아쉽게도 원인은 다른 곳에 있었다. 꽤 오래 가던 접미어가 드디어 질렸는데, 마땅한 대체가 떠오르지 않는다나. 제 날카로운 센스도 이제 끝이라며 (정말 이렇게 말했다,) 이명헌은 진심으로 울적해 했다. 모두 할 말을 잃었고, 덩달아 내내 발목을 잡던 치명적인 패배에 대해서도 까맣게 잊고 말았다. 이런 걸 보면 찢어지게 센스 있고, 유능한 주장임은 확실한데. 다만 신현철 역시 그 치들과 같은 양상으로 한때 동경했었던 그 대단한 주장은 친구로서는 영, 별로다. 윈터컵 출전 여부를 두고 명헌과 따로 상의를 한 후에 일을 벌여야 할지, 아예 농구부 전체를 소집해놓고 본격적으로 말문을 열어야 할지 고민하던 때 충격이라면 충격인 소식이 들어왔다. 과거 어느 때 잘 알지도 못하는 이름에 인이 박혀 결국 경기까지 보러 갔던 것처럼. 그 시절처럼.

 

“현철아...!”

“뭐냐, 왜 뛰어와. 불 났냐?”

“명, 명헌이...”

“응?”

“농구, 그만둔대!”

 

뭔 개소리야. 준비 운동도 없이, 척수반사처럼 쏟아진 말이 그랬다. 화나 당혹스러움 같은, 어떤 감정을 품고 한 말이 아니었다. 정말로 무슨 말인지 못 알아들었다. ‘이명헌’ 과 ‘농구’와 ‘그만둔다’ 가 한 호흡 안에 있을 수 있는 말이던가. 적어도 현철의 세계에서는 통용되지 않는 화법이었다. 크지도 않은 눈을 떨떠름하게 끔벅이다가, 여전히 다급한 낯의 성구를 마구잡이로 제치고 정신없이 뛰었다. 혼곤한 와중에도 길들여진 몸이 금방 이명헌의 반을 찾아냈다. 작년엔 같은 반이라 좋았는데, 저답지 않게 아쉬운 소리를 했을 때 빙그레 웃던 얼굴이 커다란 나무 문짝 위로 휙 스쳐 지나갔다. 정작 그 문 속에서 발견한 이명헌은 여느 때처럼 태연자약했다. 신현철은 그 무감한 근육의 움직임을 좋아했다. 무기물인 척하고 있지만 이명헌은 언제나 살아있었으므로, 아주 가까운 사람에게만 보이는 그 세심하고 예민한 변화를 찾는 일이 늘 기꺼웠다. 그런데 지금은 모르겠다. 널찍한 분단을 단숨에 가로질러 바로 코앞까지 왔어도 뭐 하나 또렷하게 읽어낼 수가 없었다. 야, 이명헌.

 

“... 현철, 무슨 일?”

“농구 그만,”

“...”

“그,만 둔다는 거 진짜냐?”

 

목이 메었다. 눈물이 나지 않아도 목구멍이 뜨거울 수 있다는 걸 그 순간 처음 알았다. 여전히 덤덤한 오랜 친구의 눈에 아무것도 비치지 않아 다행이었다. 지금 간파당한다면 버틸 수 없을 것 같았다. 한참 현철을 보던 명헌은 평소처럼 느긋하게 팔짱을 끼고, 고개를 비스듬히 기울였다. 무언가 석연치 않을 때 나오는 버릇이었다. 말 끝에 붙는 장난을 고민하는 것처럼 나른한 몸짓이었다. 그러면 신현철은 금세 희망을 품곤 했다. 명헌이 그럴 때마다 따라붙는 말은 으레 별것도 아니었다. 접미어, 오늘 급식 메뉴, 가벼운 근육통, 그리고 또... 좋아했지만 한순간 질려버리는 많은 것들.

 

“맞아.”

“뭐?”

“그만둘 거야, 농구.”

 

그 속에 그래도 농구는 없었는데. 깔끔하게 떨어지는 문장이 단정했다. 그렇게 고민하더니 갑자기 이토록 다른 사람인 양 구는 명헌을, 현철은 이해할 수 없었다. 몰이해는 금방 감정의 격앙을 부른다. 야, 이명헌! 쩌렁쩌렁한 목소리가 교실을 울리고 날 선 시선들이 몰렸지만, 상관없었다.

 

“우리 반 애들 공부하고 있는데.”

“너 지금 그걸 말이라고 하냐?”

“...일단 나갈까?”

 

덜컹, 투박한 소리와 함께 바닥에 끌리는 의자까지 원망스러웠다. 일어설 때 묵직했던 것과 달리 앞서는 명헌의 걸음걸이는 평범했다. 힘없이 터덜거리지도 않고, 그렇다고 바짝 굳어있지도 않았다. 그저 한결같이 반듯하고 펴진 등이 꼿꼿했다. 문득 그 단단한 윤곽을 바라보던 현철이 거칠게 머리를 긁적였다. 무언가 제대로 잘못 돌아가고 있는데, 어디서부터 꼬였는지 모르겠다. 그렇게 속절없이 따라가 닿은 곳은 또 코트였다. 문을 열었을 땐 하마터면 그렇게 소리칠 뻔했다. 봐라, 너도 결국은 여기면서. 그 속을 아는지 모르는지 코트 가운데를 여상하게 가로지른 명헌이 바닥에 아무렇게나 팽개쳐진 공을 주워들었다. 쯧, 혀를 차며 주장다운 잔소리도 잊지 않았다. 정리 좀 잘 해놓으라니까.

 

“애들이 기합을 받을 때가 됐나.”

“니 얘기 먼저, 임마.”

“... 오는 동안 머리가 좀 식은 모양이네.”

 

하라는 말은 통 없고 불쑥 자세를 잡더니 공부터 던진다. 아니나 다를까 시원하게 그물을 흔든 공이 다시 추락해 텅, 청명한 소리를 내며 바닥을 뒹굴었다. 꽤 먼 거리에, 이제는 넣을 일이 별로 없는 데도 명헌의 폼은 언제나 완벽했다. 그래서 현철은 명헌의 침묵이 더 답답했다. 니가 농구를 안하면 대체 어느 누가 하느냐고 윽박이라도 지르고 싶었다. 슛을 성공시켰는데도 여전히 무감한 명헌의 눈동자가 아니었다면 정말 그렇게 소리쳤을 것이다. 슛을 성공시키고도 고요하게 코트만 내려다보던 명헌이 드디어 입을 열었다. 봤어?

 

“뭘.”

“이게 이유고.”

“...”

“그래서 나는 농구를 그만둘 거야.”

“아니, 그러니까 뭘,”

“여기서 더 자라지 않아, 현철아.”

“...”

“키도 그렇고.”

 

변하질 않아. 중얼거리듯 말하는 명헌의 시선이 코트 너머 아무 곳에도 없는 어디 즈음을 보는 듯했다. 덕분에 안 그래도 잔뜩 버벅거리던 말문이 아예 통째로 막혔다. 그러자 드디어 기회를, 깃발을 잡은 것처럼 명헌이 기나긴 말을 이었다. 코트 위의 나를 상상할 수 없어. 이제 뭘 더하면 좋을지도 모르겠고. 이런 생각한 지 꽤 됐어. 졸업할 때 됐다고 생각했고, 그냥 예정대로 한 거야. 윈터컵, 그래. 윈터컵. 너나 다른 애들이 나가고 싶었다면... 미안하지만. 정우성이 그랬던가, 필요한 경험을 달라고 빌었다고. 걔도 웃겨, 그거 때문에 우리가 졌다고 진짜 믿는 건가. 아무튼. 두런두런하는 소리가 꼭 물속에서 듣는 것 같았다. 도무지 현실 같지 않았다.

 

“아무튼, 현철아.”

“...어.”

“난 이제 아무 경험도 필요하지 않은 것 같아.”

 

내 농구는 끝났어.

 

비명인가. 아무래도 비명처럼 들렸으니 그게 맞겠지. 아이러니하게도 말을 마친 명헌의 안색이 개운했다. 도리어 살짝 웃고 있기까지 했다. 길다면 긴 시간 함께하며 의외로 명헌의 웃는 얼굴은 자주 보았으나, 이처럼 맑은 것은 처음이었다. 아니다, 이전에 본 적이 있긴 했다. 지금은 그저 까마득한 과거로 느껴지는, 이명헌은 신현철을 모르고 오직 신현철만이 이명헌의 존재를 우러러보았을 때. 신현철이 여기까지 기어오르기 전, 현내 중학 농구 대회에서. 그날 밤 현철은 드물게 꿈을 꿨다. 코트 위를 종횡무진하던 명헌이 끝내 깔끔한 덩크로 경기를 완전히 지배하는 꿈이었다. 그건 현실이기도 했었다. 이미 그 모든 걸 가뿐히 털어낸 명헌의 손바닥이 유독 보드랍고 촉촉해보였다. 그 손바닥이 성큼 다가와 축 늘어져있던 제 손을 잡았을 때, 현철은 또 저답지 않게 움찔 어깨를 튀기고 말았다. 이미 기어 오를 대로 올라 어쩌면 가장 가까운 곳에 있는데도 이렇게 명헌이 먼저 다가올 때면 속절 없이 긴장이 됐다. 평범치 않은 감정이라는 건 자각하고 있었으나 굳이 그 감정에 이름을 붙여본 적은 없었다. 앞으로 남은 시간은 길고, 기회는 많은 것이라 모든 것을 안일하게 여겼다. 순식간에 막막해진 현철을 앞에 두고 잡은 손에 꾹 힘을 준 명헌이 그랬다. 고맙다.

 

“니가 있어서 더 재밌었어.”

“이런 씨발.”

“하하.”

“갑자기 처 웃어, 새끼가. 야, 소름 돋아.”

“그럼 뭘해. 갑자기 민망하잖아.”

“... 뿅 붙여라.”

“...뿅.”

 

괜한 구박을 받고도 봉긋 올라간 명헌의 볼 무덤은 내려올 생각을 하지 않았다. 생전 처음 보는 근육의 형태를 물끄러미 내려다보던 현철이 하, 짧게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또 고개를 갸웃하려는 명헌을 저지하고 문 쪽으로 떠민 것은, 사실 계산을 하고 한 행동은 아니었다. 그냥 그래야 할 것 같았고,

 

“얘기 다 했으면 가서 공부나 해, 임마.”

“현철, 솔직하지 못하기는. 뿅.”

“아, 꺼져. 너 때문에 열 받아서 공이나 좀 던지고 갈라니까.”

 

그래야 할 것 같았고, 그래야 드디어... 어깨를 으쓱한 명헌이 자박자박, 농구화 아닌 실내화 끄는 소리를 내며 멀어졌다. 그리고 그때 또 현철은 하나를 더 알게 되었다. 눈물이 나지 않아도 목이 뜨거울 수 있듯, 목이 뜨겁지 않아도 눈물이 나올 수 있다는걸. 뺨을 훔치자 축축하게 배어 나온 습기가 제법 되었다. 아무래도 이 상태로 공을 던질 순 없었다. 그대로 코트에 누워, 하염없이 높은 천장이나 올려다봤다. 그 시절 이명헌을 동경한 놈들이야 무수히 많았다. 모두가 이명헌을 알았다. 그러나 적어도 제가 아는 한에서, 그 애에게 다가가고 싶어 바득바득 기어오른 사람은 없었다. 저를 제외하고는. 그렇게 현철은 드디어 저도 몰랐던 제 음침한 첫사랑이 끝났음을 깨달았다. 떠나는 표정이 산뜻해 어떤 그을음도 남기지 않는 건 아무리 생각해도 지독했다.

 

 

홀가분했던 고백과 달리 둘은 꼭 서로를 피하는 것처럼 남은 고교 시절을 무상하게 흘려보냈다. 무엇보다 그렇게 바쁠 수가 없었다. 원래도 공부는 꽤 하는 편이었지만 본격적으로 수험을 준비하며 명헌은 교실, 집. 집, 교실만 반복했고 현철 역시 코트에 살며 결국 윈터컵에서는 왕좌를 되찾았다. 생각보다 기쁘지 않았다. 그렇다고 그게 누군가의 부재 때문이라 여기고 싶지는 않았다. 그리고 그렇게 달리 집중할 거리가 필요하던 즈음, 신현철은 연락 한 통을 받는다. 미국 대학의 스카우터에게서 온 것이었다. 이미 어느 정도 자리를 잡은 후배 우성이 있었기에 준비는 어렵지 않았다. 저도 꽤 어마어마한 놈이라 생각했는데, 미국에는 괴물들이 득실댔다. 그렇게 정신없는 와중에도 꼭 한 번씩은 희미하고 지독한 첫사랑을 떠올렸다. 이렇게나 미친놈들이 많은데, 농구가 끝나긴 뭐가. 더 자라지 않기는, 지랄이. 그런 밤이면 어김없이 격해진 원망으로 아랫도리가 뻣뻣해졌다. 허옇고 의미 없는 즙을 쥐어 짜내고 나야만 속이 평온해졌고 그런 날들은 셀 수도 없을 만큼 한참 이어졌다. 그러니까, 몇 년쯤. 어느 순간 신현철은 이명헌 없이도 이름 앞에 최고라는 수식어를 달았다. 그리고 가끔 헛헛했다. 난생 처음으로 잡히지 않는 신기루를 좇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고 그럴 때면 어김없이 떠올리고, 사정하던 얼굴이 언젠가부터 희미했다. 너무 오래 보지 않은 탓이고 시간은 약이자 독이었다. 신현철은 차츰 제 시작을 이해하게 되었다. 끝내 공감할 수 없겠지만, 이미 옅어진 그 얼굴이 이 정도에도 의외로 쉽게 웃어주는 놈이었다는 사실은 좀처럼 지워지지 않았다. 그러던 어느 날.

 

어, 현철아. 너 집 – 라고 하지 않았냐?

 

아침 조깅을 마치고 현관에서 땀을 닦는데 전화가 울렸다. 제법 간만에 연락하는 정성구였다. 반가움도 잠시, 그쪽은 밤이라는 걸 증명이라도 하듯 한껏 얼큰해진 목소리가 더듬더듬 물어왔다. 갑자기 집을 물어보기에 관광이라도 오려나, 별 생각 없이 고개를 주억이자 의외의 대답이 돌아왔다. 야, 잘됐네에. 길게 늘인 발음이 역시 잔뜩 꼬여있었다. 이 새끼는, 술 처먹었음 집 가서 곱게 발 닦고 잠이나 자든가. 본시 신현철은 가까운 사이에 하고 싶은 말을 딱히 참는 성정이 아니다. 그래서 생각한 바를 그대로 내기 위해 혀에 힘을 줬는데,

 

명헌이, 거기 출장간댄다.

“... 이명헌?”

그래, 임마... 아, 이명헌. 뭐냐, 취해가지고... 암튼... 그래. 둘이 꽤 오랜만이지 않나?

“야, 옆에 이명헌 있어?”

어어, 우린 뭐... 자주 같이 마시지... 아아- 누가 이 또라이 좀 말리라고. 야, 동오야.

“...”

웩...그러니까 이제 둘이 그만 좀, 화해하고...

그만해,삐뇽.

하하씨, 너 평소엔 안 그러다가, 어? 술 먹을 때만 꼭 고등학생 때처럼...우웩.

아!

 

전화를 걸어놓고 한참 이어지는 저들끼리 떠드는 소리에 삐딱하게 짝다리를 짚은 현철이 툭툭, 하릴없이 전화선을 건드렸다. 그렇다고 끊을 마음은 들지 않았다. 한바탕 왁자지껄한 끝에 전화기를 잡을 놈이 누군지 여전히 너무 잘 아는 탓이다. 그런데도 얼굴만 희미하다니 신기하지. 스스로도 우스워 입에 미소를 거는데 이내 건너편에서 맥을 끊는 소리가 들렸다. 아마 처음은 여보세요가 아닐 테다. 뭐, 굳이 예상해보자면...

 

안녕, 삐뇽.

“바뀌었네.”

응?

“접미어.”

 

말이 없는데도 끊기지 않는 통화에 이번에는 현철이 웃어주었다. 신현철의 시작은 여전했고 아마 영원히 변하지 않는다. 이제 어느 정도 그 사실을 이해한 신현철은 그런 생각을 했다. 그렇다면 끝은 제 몫이 아닌지. 배배 꼬인 전화선을 두드리는 손끝이 경쾌하게 빨라졌다. 그게 시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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