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연갈
“감사합니다.” 편의점 야간 알바생이 딸기 맛 우유를 계산대 위로 밀어놓았다. 초점 없는 눈이다. 그것을 집어든 회사원은 역시 하는 둥 마는 둥 목례를 흘리고, 유리 문을 어깨로 밀어 젖혔다. 자잘한 종소리가 생채기처럼 귀에 거슬렸다. 까만 겨울날의 밤거리는 영 친절하지 못했고, 우유갑으로 젖은 손에 찬 공기가 닿기 무섭게 이 소시민은 직전의 구매를 약간
※ 트리거 워닝: 현관 앞의 수상한 사람 그날은 하루 종일 햇빛이 지겹도록 내리쬐었다. 1304호는 블라인드를 쳤다. 그는 아늑한 그림자 안에 들고 싶었고, 네모난 살들이 빗금을 메우며 어둑해지는 양이 퍽 마음에 들었다. 어차피 볕이나 좀 더 받는다 해서 마를 빨래도 아니었다. 하여, 8월의 해는 아직 지지 않았어도 그만 저녁을 차릴까 싶었다. 몸을 일으
번쩍, 소리 없는 빛이 짙푸른 하늘에 균열을 내고 사라진다. 뒤이어 내리치는 천둥소리가 지축을 흔들었다. 궂은 날씨 속에서, 투박한 바퀴 두 쌍이 젖은 모래 위로 긴 자국을 그리며 굴러가고 있었다. “날이 너무 어두워서 찾기 쉽지 않았습니다.” 카트의 운전석에 앉은 F가 말했다. 그 앞의 투명했던 가림막은 이미 빠짐없이 빗물이 흘러내려 분간할 수 없이 흐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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