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캔터피
리케이온을 졸업하고 어느덧 10년, 시간은 속절없이 흘러갔다. 그리고 오늘, 리케이온의 자랑스러운 졸업생들이 워릭셔로 모였다. 아, 바람이 분다. 늦봄의 바람은 적당히 온기가 실려 있어서 마음에 든다. 하나둘 모여드는 손님들 덕에 안쪽에서 기다리는 그에게도 왁자한 소리가 들렸다. 래글리 홀의 정원을 가득 채운 모두가, 앤 핀치의 결혼을 축하하러 와준 이
토머스 홉스는 방학을 좋아하지 않았다. 학교라는 울타리가 그로 하여금 얼마나 많은 것을 가능케 해주는지에 대해 알던 탓도 했지만, 해마다 두 번 그는 자취방을 떠나 영국으로 돌아가야 했다. 그 행위의 의미를 아는 프랜시스 베이컨은 그때마다 기꺼이 친구를 베이컨 저택으로 납치해오는 안하무인 도련님이 되어주기로 했다. 프랜시스 베이컨이 기차표만 달랑 들고 몰
산 너머 고운 노을을 보려고 그네를 힘차게 차고 올라 발을 굴렀지 노을은 끝내 어둠에게 잡아먹혔지 나를 태우고 날아가던 그넷줄이 오랫동안 삐걱삐걱 떨고 있었어 어릴 때 나비를 쫓듯 아름다움에 취해 땅끝을 찾아갔지 그건 아마도 끝이 아니었을지 몰라 그러나 살면서 몇 번은 땅끝에 서게도 되지 파도가 끊임없이 땅을 먹어 들어오는 막바지에서 이렇게 뒷걸음질 치
간만에 전기포트를 쓸 일이 생겼다. 꺼내놓긴 했어도 쓸 일이 없어 슬슬 주인 빼고 다 돌려쓰는 공용품이 되어가는 중이었는데 말이지. 김이 나는 붉은 찻물을 코 가까이 대고 향을 맡았다. 오래전에 맡았던 그 향과 같은지는 잘 모르겠지만 한 모금 마셨을 때 온몸이 따뜻한 느낌은 그대로였다. 서늘한 기운이 다 가시기 전까지는 자주 마실 것 같다. “아, 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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