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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쌓아올리는 마법소녀

이곳저곳에 세워져 있는 타워 크레인. 마법 소녀는 쌓아 올렸습니다. 지키고, 잊지 않기 위해. 떠다니는 허공에는 무중력감.

황량한 땅에는 언제 무너졌는지 모를 건물의 잔해.

희뿌연 안개를 숨으로 들이킵니다. 흐릿한 하늘에서 내려온 안개는 왜 그곳에 서있는지 모른다.

마법소녀는 쌓아 올리는 것이 가능했다. 그렇기에 쌓아 올렸다. 뼈대만 있는 건물. 미로같이 길이 얽히고설킨 집. 하늘로 솟아오르는 호수.

자신을 잊은 공원. 나무 위에 나무가 자랐고, 건물 위에는 건물이 자랐다. 물 위에는 어둠이 깔렸다. 빛 아래에는 빈 종이가 날렸다.

무지개색 방울이 떠올라 하늘로 돌아가는 그곳을 소녀는 기억했습니다. 자신이 있는 곳을 기억했다. 그것을 위해서 마법소녀는 쌓아 올렸다.

쌓아 올려진 것들은 마법소녀를 바라보고 있다.

마법소녀는 다음에 쌓아 올려질 것들을 보이지 않지만 보고 있었다.

왜냐하면 그것은, 그렇게 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쌓아 올리기 위해 이곳을 기억했고, 희뿌연 안개를 사랑했고, 이곳에 남기로 결정한 것입니다.

●3m 59cm의 원점

거리에는 하늘색 마네킹의 손이 장식되어있다.

하늘에 뻗은 빌딩에는 하얀 손이 겹쳐오는 그림자가 드리우고

안 대신 밖을 비추는 유리로 이루어진 건물에는 지켜보는 눈동자가 흔들렸다.

3m 59cm의 사회에는 80cm의 계단이 있고, 50cm의 가로등이 있고, 1m의 신호등이 서있습니다.

픽 쓰러지는 마시멜로우에는 표정이 새겨져 있고, 하늘색 마네킹의 손을 꼭 잡고 있던 손은 가려졌습니다.

3m 59cm의 사회에는 5m가 되는 닭꼬치가 서있습니다. 사회를 뚫고 서있습니다. 세계를 뚫고 서있습니다.

하얗게 백화 된 누군가가 쓰러진 마시멜로우를 주워 닭꼬치 아래에 묻어주었습니다.

●이불말이의 안에는 극세사 세상이 있다.

조각글로 위장한 글이다.

그림의 일부분으로 위장한 글이다.

흐름의 일부분으로 위장한 글이다.

우주의 일부분으로 위장한 글이다.

글은 비틀리고 동그래졌다. 그렇게 눈에 보이게 되었다. 몸을 뉘인 한편에서 동글동글한 글이 움직이고 있었다.

손으로 휘저으면 또다시 다른 글이 되었습니다. 바람에 나부끼는 나무가 되었습니다.

모든 걸 함축하고 있지만 중요한 것을 담지 않은 길거리의 간판이 되었습니다.

길거리의 사람들은 이불말이가 되었습니다. 이불말이가 된 채로 구르고 있다. 빙글빙글 빙글빙글 몸을 굴려 가고 싶은 곳에 갑니다.

탈것에 실려 가야 할 곳에 갑니다. 이불말이를 한 채로 가야 하는 곳에서 또 이불말이를 당하는 것입니다.

이불말이를 너무 많이 당한 사람은 이불 그 자체가 되었을지도 모릅니다. 이불말이의 안에는 극세사 세상이 있기 때문입니다.

거리에 몸을 뉘였습니다. 간판 위에 누웠고, 길 위에 누웠고, 집 위에는 눕지 않았습니다.

집이니까 그곳엔 누워서는 안 되는 것입니다. 건물은 반짝거리며 길을 비췄습니다. 가야 할 곳을 비췄습니다.

가야 할 곳도 그냥 지나가는 곳도 아닌 채로 등대를 따라 하며 서있다.

모두 잠시 지나쳐가는 것입니다. 모두 잠시 어딘가에..

●언저리의 언저리

밖으로 밀려났습니다.

언저리의 언저리로 밀려났습니다.

부분 부분 강한 빛이 밀려들어오는 그곳은 언저리의 언저리입니다.

언저리이기 때문에 저 멀리의 사람들은 검은 그림자처럼 걸어다녔다. 검은 그림자들은 길을 배회하고 있습니다.

길을 잃은 것 같이 보이지만, 길을 잃지 않은 것 같이 보이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사실, 이곳에 들어왔을 때부터 자신을 잊기 시작했을 것입니다. 아니면, 그 반대입니다.

이곳은 언저리의 언저리이기 때문에 저쪽을 바라본다면 자신을 잊은 것처럼 보입니다. 지금 있는 곳을 본다면 자신이 보입니다.

하지만 강한 빛에 반사되고 있는 자신을 제대로 들여다볼 수 있었을런지.

만지고 넘어지고 생채기가 난 곳을 더듬어보고 이리저리 살펴보지만 그다지 의미는 없었을까요.

등에 얼기설기로 생긴 날갯대나 팔딱거리는 팔이나, 사실은 무서운 일입니다. 무서워서 도망쳤습니다.

자신을 아는 것이 두려워 도망쳤습니다. 기분이 나빠졌기 때문에 도망쳤습니다. 언저리의 언저리에서, 언저리의 언저리의 언저리로.

검은 구멍의 한가운데. 검은 바다로. 끈적하게 몸에 들러붙는 타르와 같은 물이 흐르는 곳으로.

자신과 같이 도망친 사람을 보며 안도하는 옹졸함과 미열 속에서.

그제야 그 많은 검은 그림자들은 자신이었나 생각합니다.

검은 바다의 속에는, 빛이 들어오고 있었다. 풀이 자라나고 무언가가 생겨나고 있었습니다.

일치되지 않는 눈동자에 빛이 들어왔습니다. 끈적한 검은 바다는 다시 하늘로 올라갔습니다.

바다의 아래에는 바다가 있고.. 그 아래에는 또 무언가 있을까 생각했지만 아무것도 예상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광활한 들판에 한 포기 잡초의 싹 같아졌기 때문입니다. 잎사귀를 잎으로 만져봅니다. 나무를 손으로 치워봅니다.

얼기설기 생겨났던 날갯대는 나무가 되어 자라고 있습니다. 팔딱거리던 팔은 강한 줄기가 되었습니다. 그것이 자신의 일부분임을.

일부분일 뿐임을.

일부분이었음을.

밖도 언저리도 일부분이었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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