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해지면
행복해지면 글을 더 잘 쓸줄 알았습니다. 여유도 생기고 집중도 더 잘되고 글이 손끝에서 잔뜩 터져나올줄 알았어요. 그런데 막상 행복해보니 말하고 쓰는게 너무나 두려워졌습니다. 어디선가 나의 불행을 위해 내 뒷통수에서 카메라와 몽둥이를 들고 내가 행복해지기만을 기다리는 사람들이 나타날것같습니다. 빌린것도 빚진것도 없는데 나에게 이자를 받으러 왔다면서요.
모텔과 룸살롱이 가득하고 취하고슬프고미치고어리고젊고늙은 갖가지의 아가씨와 아저씨가 가득한 동네에서. 스스로를 배달하며 오가는 길 도로 한복판에 서면 소리가 들렸습니다. 행복이 달려오는 소리. 발을 구르고 땅을 부수며 나에게 달려오는 소리. 목이 없고 말을 탄 행복이 정면으로 달려와 내 머리를 낚아채서 자기 목 위에 올릴것같은 불안함을 항상 그 길에서 느꼈습니다.
왜 하필이면 말을 타고 머리가 없는 행복일까요? 이름도 성격도 너무 여러개로 만들어 남에게 즐거움을 주며 나에게는 내가 없다고 한탄한게 이렇게 된걸까요? 분노에 가득찬 행복이 나를 쳐서 날리고 올가미로 머리를 낚아채고 질질 끌고다니다 내 목을 잘라버릴것같습니다. 나의 행복조차도 나에겐 내가 없다며 내 머리를 잘라서 자기 목에 붙일것같습니다.
어쨌든, 저는 지금 편안합니다. 사실 불편해요. 왕자와 바꾼 거지가 된 기분입니다. 불편하고 불안하면서 동시에 편안하고 나른하고 지루해요. 두려운게 너무 많아졌습니다. 결국 행복하다는 뜻이겠지요. 이래서 사람들이 종교를 믿는걸까 생각도 합니다. 너무 행복해서 잃을게 두려워서 어딘가에라도 지켜달라고 기도하며 스스로를 달래고싶은게 아닐까요?
불행하고 잃을게 없는 미치고 다친사람이라는게 유일한 자랑이었는데 이제 그것마저 잃어버린 기분입니다.
이제 저는 무엇이 될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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