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11.05
실장님
2023.1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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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다시 실장님이 자살하고싶다는 소리를 한다. 예전에는 그럴때마다 엄청 걱정했는데 언니들이 하나같이 “조금만 아프고 다치는것도 무서워하는 세상 제일가는 겁쟁이라 절대 안죽을걸? 이중에서 가장 오래 살 인간이야~” 라는 말을 했고. 나는 그 말을 듣고 조금은 안심했다. 항상 마음속 어딘가에 실장님이 정말 죽으면 어쩌지 라는 두려움과 슬픔이 존재했기때문에… 하지만 그 불안함과 두려움을 완전히 놓을수는 없었다. 어느날 갑자기 부고장이 나에게 와버릴지도 모르니까. 언제 어디서 올지 모르니까. 이 불안함을 내려놓으면 안된다. 갑자기 날아들어온 부고장에 충격을 받고 나보다 먼저 데뷔하다니! 전설이 되어버리다니! 라고 분해하며 세상 제일 야한 속옷을 입고 조문을 하러 가장 첫번째로 가야하니까. 가서 창녀와 창녀가 아닌 사람과 창녀를 팔아주는 사람과 창녀를 사는 사람과 그 어느쪽도 아닌 사람들 사이에 가서 뭐라도 된 양. 방석위에 올라간 고양이처럼. 불쌍함과 걱정과 눈총을 받으며 앞으로의 거처를 걱정해야한다. 문상객들이 잠깐 슬픈것좀 닦아줄래? 라고 잡아끌면 얼마를 받을지 고민해야한다. 너 이제 어디에서 일할래? 우리가게로 와. 잘해줄게 라는 말에 어떻게 거절해야할지 생각해야한다. 귀찮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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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명 나는 얼굴이 찌그러진 반죽이 될 만큼 목놓아서 엉엉 울것이다. 그런데도 그런 나를 보고 잠깐 해달라는 사람이 분명 존재할거라고 확신한다. 엉엉 울면서 이 돈을 받고 이 기분으로 할지 말지 아니면 이새끼를 죽여버릴지 고민하는사이 어물쩡 이끌려서 해버리겠지. 그러면서 죽은 실장님은 “이래야 ㅇㅇ답지!”라며 좋아할거야 라고 정신승리를 할게 분명하다. 모든게 역겹다. 이런 역겨움을 느끼지도 견디지도 않기 위해 실장님은 자살은 하지 말고 살아야한다. 내 기분을 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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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아프게 죽는 방법 알려줘“ 이런소리를 일하는 도중에. 바쁘고 급한 준비시간에 보내다니 이게 할 소리인가? 씻고 씻기고 청소하고 준비하는데 들어가는 시간 15분은 언제나 촉박하다. 그런 생각도 다 들기 전에 머릿속에서 이미 나는 실장님을 죽였다.
내가 아는 방법이 안아프게 죽는 방법인가? 그 방법으로 죽었다 살아난게 아니라서 알수없지만. 알려줄수 없다. 일단 나는 지금 바쁘다. ”안아프게 죽는 방법이 세상에 어디있어“라고 답장하는 사이에 내 머릿속에서 실장님은 벌써 여섯번이나 죽었다. 그 사이에 머릿속에 자살방조와 촉탁살인에 대한 내용과 법정형이 지나가고 조사를받고 변호사를 구하고 재판에 나가는것까지 끝났다.
끔찍하다. 늙고 병든 꾀죄죄한 고양이같은 실장님의 시체를 떠올렸다. 나보다 조그맣고 가볍고 마르고 힘없이 축 늘어진실장님의 시체. 조그맣고 낡은 건물에 온갖 벌레와 곰팡이가 가득하고 냄새나는 방에 있을 죽은 실장님을 생각하면 엄마아빠 죽지말고 100살까지 나랑 같이 살아 라며 엉엉 우는 어린애가 되어버린다.
대체 나한테 왜 그런말을 하는거야. 다 알면서. 왜 자꾸 그런말을 해서 나를 힘들게 하는거야. 왜 자꾸 나를 걱정시키는거야. 우리는 대체 어떻게 해야 편해질수 있는건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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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장님은 병든 고양이같다. 슬퍼서 병들고 지쳐버린 죽기직전의 애비같다. 스카웃을 하러 오는 영업진들이 대체 왜 여기에서만 일하는거냐고 가게가 나에게 그렇게 잘해주는것도 아니고 지원받는것도 없고 이미 받은것도 없는데 왜 안움직이냐고 하면 항상 똑같은 대답을 한다.
처음 가게에 갈때 면접을 보러 갔는데 사장이 저를 미친년같다고 안쓰려고했는데 실장님이 쓰자고 해서요.
“그게 다야?.. 그게 빚이면 그정도 빚은 이미 차고 넘치게 갚아준것같은데..그만 정산해”
하지만 어쨌든 나를 알아주고 찾아주는 사람인데 어떻게 떠날수가 있지? 그리고 우리는 같이 시체를 치운 사이인데. 내가 어떻게 떠나야 하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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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장님이 자살하고싶다는 말을 할때마다. 나는 왜그러냐고 누가 괴롭혔냐고 말해보라고 한다. 실장님은 밤새 혼자서 모든 일을 하기때문에 자리에 없거나. 자리에 있다면 항상 환자처럼 누워있다. 나는 소파에 누워있는 실장님에게 비집고 들어가서 한번 안아주고 허리를 감싸거나 옆에 앉아서 내려다보며 밥은 먹었는지 잠은 잤는지 오늘은 별일이 없었는지 물어본다. 먹고싶은게 있냐고 물어보고 밥이나 간식을 사주고 간다. 실장님은 몸이 너무너무 조그매서 조금밖에 먹지 않는다. 누더기인형같고 우리집 첫째 고양이같다.
야금야금 겨우 먹는 실장님을 보며 죽고싶다는 생각 하지 말라고 그럼 우리는 어떻게하냐고 다들 걱정한다고 내가 잘할테니까 힘내자 같은 쓸모없는 말을 남기고 간다. 가는동안 계속 뒤를 돌아본다. 부고장이 죽음이 내 뒷통수를 때리려고따라오는지 모른다.
아 너무너무 괴롭다. 세상이 너무 괴롭다. 이걸 쓰는 내내 눈물이 멈추지 않는다. 모든게 너무 잔인하다. 내가 왜 이런걸 써야하는지 왜 쓰고있는지 모르겠다. 너무 괴롭다.스스로에게 괴롭고 잔인한 짓을 왜 하고있는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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