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

[GOV] 가장 행복한 세계

이걸 백업하는게 맞는걸까 보니까 현타오는데

※ 논CP/CP 해석 상관X 선대x후대x선대로만 먹지 마세요 

※ 컨녈 함유O

" 인나! 꼬맹아!! "

이른 아침, 새벽이라기엔 해가 떴고 아침이라기엔 조금 싸늘한 시간. 구성원 모두가 수호대에 근무하는-아주 수호대 친화적인-가족의 보호자들의 목소리가 피보호자들을 깨웠다. 

" 퍼블리, 일어나렴. 퍼블리, 우리 공주님~ " 

 옆 방에서 터져 나오는 고함은 퍼블리의 방까지도 잘 들렸다. 방음이 안되는 집은 아니었는데... 같은 생각을 하며, 컨티뉴도 퍼블리를 흔들었다. 

" 아저씨... 나 오늘 휴가야.. " 

" 아빠... 쫌만... 나 쫌만 더 잘래.. " 

피보호자들은 송곳처럼 찾아오는 아침 기상에 저항했다. 이불에 몸을 말고 이리저리 몸을 뒤틀었으나 훌러덩 와닿는 찬 공기를 걷어낼 방법은 없었고, 

" 아무리 그래도 인마, 휴일이라고 늘어져야 쓰것냐! " 

결국 피보호자들은 눈을 비비적 거리며 잠을 쫓아야만 했다. 그 유명한 매뉴얼 패치도 휴일에는 어쩔 수 없었다. 패치는 기절하다시피 취한 수면에도 지워지지 않는 다크서클을 문지르며, 매뉴얼이 가져간 이불을 끌어당겼다. 

물론 매뉴얼은 가만히 돌려줄 사람이 아니었다. 휴일에도 늘어지지 않는다! 라는 칼같은 그의 철칙에서 피보호자를 열외로 할 리 없었으니까. (사실 자신이 출근하는 동안 잠이나 잘 패치를 두고 볼 수만은 없다는 이유도 있을 것이다.) 

" 딸, 조금만 더 자다간 늦을 텐데... 얼른 일어나서 토스트 먹자. 응? "

 반면 컨티뉴은 다독이는 방법을 선택했다. 옆방에서는 결국 매뉴얼에게 소리를 빽 지르는 패치의 목소리가 우렁차게 들렸다. 아침마다 소란이란 소란은 다 피우는 옆방이웃의 소음을 넘기며, 퍼블리는 자리에서 순순히 일어났다. 걷어내면 미안할 만큼 푹신한 이불을 애써 밀어내며 퍼블리는 덜 깬 눈을 비볐다. 아직 수호대가 된 지 시간이 제법 흘렀음에도 아빠가 출근하는 시간에 맞추어 일어나는 건 쉽지 않았다.

“ 조금 더 있다가 출근해도 되는데.. “

“ 아니야. 같이 할래. “

흐아암. 직장인처럼 일어난 퍼블리는 비척비척 화장실로 걸어갔다. 뽀드득 소리가 나도록 목덜미까지 꼼꼼하게 세수하고, 욕조에 반쯤 허리를 숙여 찬 물로 머리를 감은 퍼블리는 수건을 어깨에 둘렀다. 화장실을 나가기 전, 짧은 머리칼의 물기를 털어낸 퍼블리는 식탁에 앉았다. 다른 화장실에서 먼저 씻고 나온 패치가 컨티뉴와 함께 아침 식사를 준비하고 있었다. 

“ 저기, 이것 좀... “ 

“ 아, 네. 여기 있습니다. “ 

“ 네, 고마워요. “

 저 두 남자는 대체 언제 친해지려나. 살림을 합친 이후로도 둘 사이의 어색한 분위기는 쉽게 사라지지 않았다. 매뉴얼과 자신은 진작에 노래방에 펌프까지 텄지만 저 둘은... 그래, 노래는 커녕, 밥 한 끼만 먹어도 다음날 체하기 일쑤였다. 그나마 같이 식사를 준비하는 지금이 많이 발전된 거라면 발전된 거였다. 

“ 오늘은 뭐냐, 토스트? “ 

“ 그렇대요! “ 

 마찬가지로 머리를 감고 나온 매뉴얼이 퍼블리 옆의 의자를 끌어냈다. 유니폼 안에 늘 받쳐입는 하얀티가 턱에서 떨어진 물에 젖어 목 부분이 축축했다. 

“ 사파가 빵 하난 잘굽지, 그럼. “ 

“ 아하하... “

“ 빵만 잘 구우니까 문제죠. “ 

“ 그러엄. 다른 건 우리 패치가 훨씬 낫지! “ 

 노릇하게 익은 계란후라이를 손목스냅으로 뒤집으며, 패치가 성질나게 대꾸했다. 

“ 아니거든? 자꾸 이상한 말 지어내지 마. “ 

“ 대리님, 사실이잖아요! 모바일게임 부서에선 대리님이 제일 잘하시는데. “ 

 퍼블리가 이때다, 끼어들어 맞장구를 쳤다. 덩달아 매뉴얼도 같이 패치의 칭찬을 마구 쏟아냈다. 원래 진실 육십 퍼센트에 거짓 사십 퍼센트를 좀 섞여 있는 말 없는 말 지어내어 늘어놓다 보면, 패치의 귀는 빨갛게 익어있기 마련이었다. 그걸 잘 알고 있는 둘은 일부러 패치를 치켜올리며 그의 반응을 즐겼다. 물론 이 상황을 즐기지 못하는 사람도 있었다. 

“ 딸, 지금 다른 사람들의 계란후라이를 먹어본 거야...? 언제...? “ 

 식탁에 접시를 내려놓던 컨티뉴의 동공이 격하게 흔들렸다. 

“ 그야 지난번 워크숍... 아니, 이게 중요한 게 아니잖아 아빠! “ 

“ 아빠는... 중요해. “ 

“ 사파 딸램, 내가 장담하는데 애인 생기면 저 자식은 누굴 데려와도 성에 안 찰 거다. “ 

그렇고 말고. 연개부에서 컨티뉴와 함께한 지 2n년이 되어가는 사수가 고개를 끄덕였다. 이것저것 더 캐물으려던 컨티뉴는 사랑스러운 딸의 눈초리를 받고(..) 조용히 접시만 늘어놓았다. 촉촉이 젖은 눈가를 훔친 것도 같았지만, 컨티뉴를 대신해 구워진 식빵을 내려놓는 패치에게 가려져 보이지 않았다. 

“ 자 여기. 재료는 앞에 있으니까 알아서 골라먹어. 계란은 한 사람당 하나씩이야. “ 

“ 잘 먹겠습니다 대리님! “ 

“ 수고했다 꼬맹아. “ 

노릇하게 지져진 완숙 계란후라이에, 아삭아삭한 양상추와 얇게 썬 베이컨. 달콤한 복*자리 딸기잼과 방금 깎아낸 사과들, 그리고 각종 소스까지! 취향대로 재료를 욱여넣고 크게 한 입 베어 문 퍼블리는 냠냠 행복하게 씹었다. 

매뉴얼도 마찬가지였다. 바삭하고 따끈하게 구워진 빵 위에 고소한 치즈, 향부터가 침샘을 자극하는 붉은 잼을 얹고, 그 위에 다시 올린 싱싱한 양상추에 계란을 얹어 먹으니! 맛있지 않을 리가 없었다. 수호대 구내식당에 비하면, 아니 비할 수도 없을 만큼 맛있었다. 

 우유를 한 모금 들이킨 패치는 슬쩍 컨티뉴를 곁눈질했다. 매뉴얼과 퍼블리는 벌써 샌드위치 하나를 해치우고 새 빵에다 잼을 바르고 있었는데, 컨티뉴는 한 손에는 샌드위치, 다른 손에는 핸드폰을 들고 위에 올릴 보고서 자료들을 검토하고 있었다. 남들이 세 개 먹을 동안 겨우 하나 먹던 컨티뉴가 왠지 안쓰러워서, 패치는 수석연구원의 접시에 자기 몫의 계란을 반 잘라 넣어주었다.

퍼블리는 양치를 하며 묶은 두건 사이로 삐져나온 머리칼을 집어넣었다. 칫솔을 입에 물고 있는 사이, 화장실로 들어온 패치가 칫솔에 치약을 묻혔다. 

“ 어? 오늘 휴일이시라면서요? “ 

“ 방금 현장에서 도와달라는 요청이 왔네. 영.. 미덥지 못한 사람들이라 아무래도 가봐야 할 것 같아서. “ 

어느새 수호대 유니폼으로 갈아입은 패치는 양치도 정석대로 하고 있었다. 치카치카치카, 우르르르 퉤, 치카치카치카, 꼼꼼히 양치하는 소리가 화장실에서 울렸다. 다만 어지간히 편한 사람들의 앞에서조차 (다소 덜 하긴 하지만) 정석처럼 행동하는 패치의 옆구리를 찔러도 흐앍! 하는 소리가 나오지 않는다는 사실에 퍼블리가 아쉬워했을 뿐이었다.

패치와 퍼블리가 화장실 밖으로 나왔을 땐 이미 보호자들은 현관 앞에 서 있었다. 하마 부츠를 신고 나가려는 둘을, 호다닥 가방을 가져온 피보호자들이 붙잡아 기어코 같이 발을 내디뎠다. 

파란 통근버스에 올라탄 네 명의 수호대는 앞뒤로 두 명씩 앉았다. 버스 안에는 늘 그렇듯 사람이 없었고, 네 명의 유니폼은 파란 시트를 닮아 언뜻 보면 버스와 한 몸 같았다. 

제법 낡았지만 도통 바꿔줄 생각을 안하는 버스는 탈탈탈탈 잘도 굴러갔다. 아침 해가 떠오르고, 햇빛이 차창에 스며드는 만큼 좌석도 점점 차갔다.  그나마 일찍 탑승한 넷은 앉아서 갈 수 있었지만, 나중에 탄 사람들일수록 껴서 가야 하는 모습은  조금 안쓰러웠다. 저분 너무 힘들어보이시는데.. 양보해드릴까요? 또 아침부터 온갖 샴푸냄새를 맡고 싶은 거라면 말리지 않겠네. 

통근버스는 드넓은 수호대의 입구에서 사람들을 내렸다. 산소가 부족할 만큼 쌓여있던 사람들이 우수수 흩어지는 모습은 장관이라면 장관이었다. 컨티뉴와 매뉴얼, 패치와 퍼블리도 버스에서 내렸다. 잠시 입구를 함께 걸어가다가, 보호자들은 연구개발부서건물로 향하는 길, 피보호자들은 본사 창고로 향하는 길 앞에 섰다. 

보통 현장직들은 곧장 현장으로 출근하나, 본사에 볼일이 있는 경우엔 수호대측에서 교통편을 제공했다. 원래라면 바로 현장으로 갔겠지만 보호자들과 함께 출근할 겸, 둘은(주로 퍼블리가) 이 핑계 저 핑계를 대며 잡다한 업무를 자진해서 맡는 편이었다. 

“ 그럼 수고하십시오 매뉴얼 연구원님, 컨티뉴 연구원님. “ 

 깍듯하게 목을 숙인 패치대신, 퍼블리는 힘차게 손을 흔들었다. 

“ 수고하세요! “ 

“ 오냐, 다녀와라. “ 

“ 다치지 않게 조심하고, 알았지? “ 

“ 네! “ 

 둘씩 갈라지고,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는 피보호자들을 지켜보는 보호자들의 입꼬리가 슬그머니 올라갔다. 아무리 다 컸다지만 자신들의 눈에는 한없이 작고 귀여운 아이들이었고, 등을 돌려도 몇 번이고 다시 돌아보게 되는 건 당연한 일이었다. 새삼 시간이 빨랐다. 수호대가 되고 싶어 하던 아이들이 자신들과 함께, 그것도 같은 직장으로 출근하는 기분은 참 간지럽고 생소했다. 

“ 패치팀장? “ 

“ 예, 이사님. “ 

 패치는 차려자세로 서서 대답했다. 현장의 모든 이들이 바짝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었다. 특히 지휘를 맡는 그가 이처럼 긴장할 일은 극히 드물었는데, 현장의 전설적인 선임이사가 불편한 심기를 고스란히 드러내고 있기 때문이었다. 

“ 설명 좀 해봐. “

“ 예. 신입 퍼블리대원이 약 5분 전, 오전 10시경 <지뢰찾기>의 폭탄 위장용 흙 포대를 가건물 위로 옮겼습니다. 그 과정 중 다른 대원과 부딪혀 포대를 떨어뜨렸고, 밑에서 대기 중이던 지뢰상자가 무너져 연쇄적인 폭발이 일어났습니다. “ 

“ 그래. 나도 보인다. “

기업 전자오락수호대의 이사, 페이탈리티가 발끝을 까딱거렸다. 붉은 입꼬리는 내려가고 현장의 의자 손걸이를 틱틱 두드리는 모습을 보며 패치는 속입술을 깨물었다. 페이탈리티는 맡는 곳마다 전설만을 남기고 이사로 승진한 사람이었다. 수호대내에서는 물론이요 매뉴얼에게서도 페이탈리티의 성정은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어왔다. 더군다나 오늘은 페이탈리티 이사가 처음으로 참관하는 패치의 현장이었다. 그런 그가 곱게 넘어갈 리가 없었으므로, 패치는 침음하며 가장 효율적으로 사고를 수습할 방법을 찾았다.

“ 현재 인명피해는 없으며, 폭발과 함께 매몰된 지뢰들이 있어 특수지원팀의 지원을 요청하고 나머지 작업을 선행하고 있습니다. “ 

 페이탈리티는 험악하게 인상을 찌푸렸다. (이때 패치는 약간 쫄았다) 그리고 한숨을 내쉰 뒤, 자리에서 일어났다. 답지 않게 차려입은 백정장의 소매가 팽팽한 근육에 비해 짧았다. 그거 가져와. 지시를 내린 페이탈리티는 바로 정장 재킷과 베스트를 벗었다. 난데없는 탈의에 당황함을 삼킨 패치는 말을 이었다. 

“ 현재 필요한 조치는 모두 내려두었습니다, 이사님. 가만히 안전한 곳에 계셔도... “

넥타이를 거칠게 잡아 뺀 페이탈리티가 반문했다. 

“ 패치팀장, 대원 배치좀 가져와. 인력난인 애들 기다리면서 동동거리지 말고.“ 

패치는 입을 다물었다. 이번에 새롭게 리뉴얼된 <지뢰찾기>는 그래픽과 디자인이 교체되었으나  특수하게 제작된 지뢰는 구버전을 그대로 쓰고 있어 다루기 까다로웠다. 적어도 현세대의 현장직 대원들 중에서 지뢰를 다룰 수 있는 사람은 손에 꼽았고, 지뢰를 해체하거나 운반하기 위해서는 특수지원팀이 필요했다. (피해는 크지 않았더라도) 두 번째 검은 금요일에 의해 이전세대의 기술이 완벽히 이전되지 못했기에 특수지원팀은 늘 바삐 뛰어다니는 것이 사실이라, 패치는 잠자코 들고 있던 현장대원 배치표를 페이탈리티에게 건넸다. 

 페이탈리티가 배치표를 두어 번 훑어내리자마자, 비서가 도착해 그에게 수호대 현장용 재킷-점프수트의 대용으로 나온 -을 건넸다. 셔츠위에 재킷을 걸치고, 구두를 벗고 부츠로 갈아신은 페이탈리티는 안전모를 팽팽하게 조이며 바로 사고 현장으로 향했다. 급하게 패치가 뒤쫓아갔으나 성큼성큼 내딛어지는 발걸음을 단번에 따라잡기는 어려웠다. 

“ 이사님, 이사님 잠시만...! “

페이탈리티는 비서에게서 건네받은 목장갑을 꼈다.

“ 어이! “ 

 현장에 페이탈리티의 목소리가 쩌렁쩌렁 울려 퍼졌다. 웅성거리던 현장대원들 모두가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 개중에는 의아와, 반가움도 섞여 있었다. 그 시선의 한가운데에서 가슴을 쭉 펴고 그가 소리쳤다. 

“ 지금부터 <지뢰찾기>의 지뢰를 제거하는 작업을 시작한다! 가건물 오른쪽 A조! 창고에서 삽 가져와. 거기 위에 탐지기계있는 운반팀! 지뢰 추정 위치 확보되면 지도에 표시해서 바로 가져오고. 거기 신입! 어디서 지금 농땡이야?! 다들 얼른 안움직여!! “ 

 패치보다 더 험악한 인상의 이사는 목청도 좋았고 덩치도 좋았다. 쉽지 않겠음을 직감한 선배 대원들은 빠릿빠릿 움직였다. 불만을 터뜨리는 신입들은 페이탈리티를 아는 선배들이 다독이며 이끌었다. 그의 능숙한 지휘에, 경직되어있던 현장이 풀어지기 시작했다.

“ 패치 팀장은 바로 현장 경험 많은 대원 네 명좀 골라와. 나랑 바로 해체 작업 들어간다. “

“ 예. 알겠습니다 이사님.  “

순수한 현장 실적만으로 이사자리에 오른 사람답게, 그는 전설이라는 수식어가 꼭 어울렸다. 그는 단 한 번의 실수 없이 흙더미를 걷어내고 지뢰를 빼냈다. 결국 까다롭기로 소문난 <지뢰찾기>의 지뢰를 전부 혼자 해체한 것은 물론, 뒤늦게 도착한 특수지원팀이 감탄한 것은 말할 필요도 없었다.

“ 이 정도면 알아서 할 수 있지? 수고해라, 패치팀장. “ 

“ 살펴 가십시오. “

페이탈리티는 내렸던 재킷의 지퍼를 다시 올렸다. 난처한 기색의 비서는 그러려니 하는 얼굴이었다. 쿨하게 돌아서는 페이탈리티 이사에게, 패치가 짤막하게 묵례했다. 

“ 저기, 팀장님.. “

“ 자네는 잠시 있다가 얘기하지. 우선 자네는 저기 쌓인 흙더미부터 치워주게. “

딱 부러지게 대화를 차단하니 어깨가 푹 내려간 퍼블리는 터덜터덜 삽을 들고 걸어갔다. 괜히 안쓰러워, 패치는 옆을 지나가며 그의 어깨를 가볍게 두드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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