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다칼
라브x루카
불투명하고 혼탁하게 가라앉은 관계. 부유물이 떠다니는 것만같다. 이 엉망진창 너머에 있는 것이 진심일지, 아니면 기만일지조차 알 수 없다. 이 세상에서 가장 불완전한 주제에 완전하지 못한 것은 싫다. 그러므로, 루카는 대답을 보류하고 대신 늘 그렇듯, 애매하게 웃었다. “지금 당장 헤어지거나 정리할 생각은 없어. 이것만큼은 사실이야.” 미래의 자신이 지금과
가족이라는 기본 단위에서 스스로 걸어나올 때부터, 라브는 더 이상 공동체니 뭐니, 이러한 것은 질색이라고 느껴졌다. 누구도 그를 일부러 밀어낸 적은 없었다. 다만, 태생적 한계로 인하여 마치 깨진 유리창 너머로 보는듯한 세상이 불편했고, 이것을 남하고 공유하고 싶은 마음도 없었다. 매번 설명하자니 지쳤고, 이해받는다 하여도 순간뿐이었다. 그런 의미에서 루카
뒷맛이 좋지 않은 대화를 끝으로 낮잠도 잠시, 서쪽 창 너머로 보이는 일몰과 함께 루카는 무겁게 눈꺼풀을 들어올렸다. 확실히, 아무리 자신의 뜻이 없어 사무적으로 처리중이라 할지라도 결혼같은 대규모 인생 행사는 너무나 피곤했다. 아마 서향으로 된 방이 아니었다면 그대로 내내 자버렸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붉은빛으로 물든 노을은 점점 더 빠르게, 바다
적당한, 직육면체 모양의 여행케이스를 든 라브는 약속 장소에 다소 일찍 나와 루카를 기다렸다. 조금만 더 우겼으면 먼 데로도 갈 수 있었을텐데. 협박이라도 할 걸 그랬나. 버릇없는 생각을 하며 습관처럼 연초를 물었다가, 이곳이 평소의 집이 아님을 떠올리고 그대로 쓰레기통에 던져넣었다. 흡연을 하지 않으니, 잡다한 생각이 떠오르며 개중에 종종 루카가 하던 이
"결혼 축하한다는 말을 듣고 싶은건 아니지?" 라브는 제 손에 놓인 청첩장을 들고 헛웃음을 냈다. 한숨같기도 했고, 비아냥 내지는 조롱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지나치게 화려하지도 않고, 그렇다고 밋밋하지도 않은 꾸밈과 필기체로 적힌 청첩장이 짜증났다. 마치 이것은 정당한 의례·의식이며, 자신이 그의 인생에서 꺼져줄 때가 됐다는 것을 말해주는 것같아서 기분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