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얀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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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부 깊숙히 들이마신 숨이 차갑다. 겨울이 다가오는 모양이다. 이 차가운 바람결은 애증의 대상이다. 겨울의 공기는 언제나 고요하다. 별다른 향을 품지 않고 그저 단단하고 날카롭기만 하다. 봄꽃의 향기도 여름의 볕 냄새도, 가을의 구워진 빵의 냄새도, 그와 비슷하게 떠오르는 겨울만의 냄새도 없다. 굳이 떠올리자면, 잘 벼려진 금속 냄새... 정도가 떠오른다.
간절히 기도하는 자에게 신의 형상이 임하시리라. 간절히 기도하는 자 앞에 신께서 친히 자신의 심부름꾼을 내려보내사 말씀을 전하시니, 따르는 자의 걸음이 영광되리라. 그러니 간절한 자여, 기도하라. 몸을 피하기 위한 하나의 은신처로 삼았다. 민가와도 거리가 멀고, 새로이 정비된 길이 생겨 더이상 사람들이 잘 거닐지 않는 옛 산길의 작은 기도원을. 신전이라
음유시인이 찾아왔다. 모자를 푹 눌러쓰고 로브를 뒤집어 쓴 그는 음유시인이었다. 허리에 두른 가죽 끈에 꽂힌 피리와 메고 있는 작은 악기가 신원을 보증했다. 목을 두어번 추스른 그는 피리를 입에 물었다. 해가 떨어질 무렵 마을 입구에서 시작된 피리 소리는 아이들을 불렀다. 아이들이 모여들고 나면 어른들의 차례였다. 시인의 발걸음 소리가 박자에 맞춰 턱턱
아, 시끄러워. 이른 아침, 유리창을 울리는 빨간 색 이층 버스 소리에 눈꺼풀을 들어올렸다. 명백한 소음이다. 어제 분명 단단히 창을 닫고 커튼을 쳤었던 것 같은데. 두꺼운 천자락은 햇빛을 가려줄 지언정 소리는 그다지 잘 막아서지 못하는 모양이었다. 초아침부터 저리 요란한 버스를 몰아대니까 사람이 신경이 곤두서는거 아냐. 밤새 체온으로 데워진 부
눈을 잠시 감는 것이 좋겠구나. 아주 가까이. 들이키고 뱉어낸 숨결이 닿을 만큼 가까운 거리에 있어야만 알아챌 만한 작은 음성이었다. 본디 아무런 소리에도 담기지 않았다는 듯이 허공으로 흩어진 뜻은 음성보다는 입술의 움직임으로 전하고자 했다. 자신의 행동을 알아채야 하는 이와 아무것도 몰라야만 하는 이가 한 공간에 서 있었으므로. '목숨을 부지한다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