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Feli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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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조금은? 너 눈치 없어. 내가 듣고 싶었던 말 안 해 준 적이 얼마나 많은데. 넌 모르지? 네 인생 허투루 가진 적 없어. 너랑 같이 보낸 시간 만큼은 여러 번 덧칠해 기억하고 있으니까. (⋯) ⋯⋯루멘으로? 이거 뭔가 기분이 묘하네. 너 나를 너무 좋아하는 거 아냐? 나를 닮은 고양이한테 내 이름을 주고. 그래도 걔보단 나를 더 생각해 줘. 고양이
나밖에 없을 리가 없는데. 네가 눈치 없었던 건 아니고? 알겠어. 짜증 안 낼게. 대신 나 말고 다른 사람이 이런 말 하면 너도 못 들은 척해. (가볍게 웃는다.) 너라면 잘 기를 수 있을 것 같은데. 은근 좋아하잖아. 무언가한테 관심을 주고 사랑을 주는 거. 아, 맞다. 그거 알아? 이거 사실 비밀인데⋯⋯. 내가 길렀던 고양이한테 졸업 후부터는 내 미들네
뭐긴. 너 하는 걸 봐. 지금 당장이라도 사심 채우러 가고 싶어. 그리고⋯ 나 말고도 이런 말 하는 사람이 있었으면 짜증 났을 것 같으니까. 다른 사람한테는 그런 말 듣지 마. 힘들 때 의지가 될 게 필요한 거라면, 반려 동물은 어때? 고양이 같은 거 말야. 식물은 잘 못 키운다 그랬지만⋯. 고양이는 괜찮지 않을까? (⋯) 뭔가 기대되네. 네가 안아 주는
⋯⋯나 때문에 담배 꺼낸 거야? 심란해서? 이건 좀⋯ 귀엽네. ⋯그래도 담배 끊어. 내가 담배 냄새에 가려지는 거 싫어. 그리고 나중에 누가 안는 느낌 들면 같이 안아 줘. 아무것도 안 보여도. 허공이어도 좋으니까, 꽉 안아 줘. ⋯⋯네 거 함부로 써서 화났어? 하기로 한 것도 못 지키고 떠나서? 근데 그런 것 치곤 벌이 너무 약하잖아. 이미 하려고 했던
바보 같긴⋯⋯. 그래서 담배도 꺼내 물었어? 내가 할 말은 아니지만, 담배 끊어. 나중에 안았을 때 담배 냄새 나면 기분 이상할 것 같아. ⋯안으면 차갑다고 투덜대려나? 그리고⋯⋯ 정 네가 그렇다면, 그래. 벌이라고 생각해. 난 네 거인데 내가 너무 네 입장을 생각 안 하긴 했었지, 응. 어쩌면 나도 벌 받아야 할지도 모르겠어. 평생 네 곁에 있을까? 따지
죄를 지은 게 없는데 벌을 받아도 되겠어? 억울하잖아. 저번엔 불안하다고 해놓고 이런 말 하는 거 좀 웃긴 거 알지만⋯⋯. 난 네가 아프게 하는 건 괜찮았어. 진짜로. 너무 자주 찾아갔다가 네가 날 질려 하면 어떡하지. 원래 사람 사이에는 약간의 긴장감이 필요하다던데⋯. 내가 자주 찾아가도 매번 나를 반겨줄 거야?
긴 시간 동안 한 사람만 생각할 수 있다는 게 얼마나 로맨틱한 일인데. 물론 너한텐 다소 벌처럼 느껴질지도 모르겠지만, 나한텐 아냐. 난 170년 동안 너만 보는 것도 좋을 것 같거든. 너도 힘들면 내 생각 안 해도 돼. 나만 널 생각해도 되니까. 그래도 만약 그 긴 시간 동안 네가 날 그리워하고 있으면 가끔 꿈 정도엔 나타나 줄게.
약속 어기고 싶어서 어긴 적은 없다니까⋯. 정 불안하면 다시 만났을 때 확인시켜 줄게. 내가 네 생각을 얼마나 했는지. 네 옆에서 나 혼자 너를 얼마나 많이 봤는지. 그럼 조금 믿을 수 있겠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