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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 by Feli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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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조금은? 너 눈치 없어. 내가 듣고 싶었던 말 안 해 준 적이 얼마나 많은데. 넌 모르지? 네 인생 허투루 가진 적 없어. 너랑 같이 보낸 시간 만큼은 여러 번 덧칠해 기억하고 있으니까. (⋯) ⋯⋯루멘으로? 이거 뭔가 기분이 묘하네. 너 나를 너무 좋아하는 거 아냐? 나를 닮은 고양이한테 내 이름을 주고. 그래도 걔보단 나를 더 생각해 줘. 고양이한테까지 질투하고 싶진 않으니까⋯. (뜸⋯.) 그럼 쓰다듬어 주면 되잖아. 허공에라도. 그건 좀 웃기려나⋯. 아무튼. 이럴 줄 알았으면, 네가 날 떠올릴 수 있는 걸 좀 더 남겨두고 갈걸. 너한테 준 게 고작 만년필밖에 없다니. 네 몸에 악세서리라도 하나 남겨둘 걸 그랬어. 난 졸업하고 나서도 네 생각 하면서 네가 준 팔찌 계속 차고 다녔는데.
떠올려 보면, 지금까지 살면서 한 선택 중에 제일 잘한 일이 네 인생을 가진 일인 것 같아. 내 비루한 인생 네가 가져준 덕분에 행복했어. 그땐 누군가한테 인생을 준다는 게 얼마나 큰 일인지 몰랐는데. 이제 생각해 보면 참⋯. 당돌했지. ⋯리델, 나도 맹세할게. 내 기억도, 인생도. 소유권을 주장할 수 있는 사람, 너뿐일 거라고. 이제 난 새로운 사람 만날 일도 없으니 안심해도 돼. 난 완전히 네 거야. 그러니까 네 인생도 전부 내가 가질게. 나중에 돌려달래도 안 돌려줄 거야. 너한테 새로운 사람이 생겨도. 네 인생의 소유권을 주장할 수 있는 사람은 나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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