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나무님의 리퀘로 썼습니다. 보내주신 썰 기반으로 쓰려고 했지만 어쩌다보니 제 마음대로 써버렸네요…….
매우 짧은 글이에요.
"형……."
"응."
"귀찮아……."
성규도 우현도 오랜만이었다. 이런 오전의 나른함을 만끽하는 것은. 그래서 일어난 후에도 가시지 않는 피곤함에 여즉 서로의 품에 가만히 안겨있었다. 맞닿아있는 살결은 부드럽고 따뜻했다. 그래서 더더욱 벗어나고 싶지 않았다. 적어도 우현은 그런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성규는 조금 다른 생각이었는지 그는 슬금슬금 우현을 건드리기 시작했다. 볼을 꼬집거나 꾹 누르고 옛날이라면 상상도 못했을 뽀뽀도 서슴지 않았다. 반응이 없으면 곧 그만두겠지란 생각으로 신경 쓰지 않으려고 했다. 그랬는데…….
"아! 귀찮다니까아!"
결국 우현이 몸을 비틀었다. 분명 벗어나려고 한 행동이었는데 오히려 예상했다는 듯이 성규는 우현을 세게 끌어안았다. 자길 끌어안는 단단한 팔을 보고 우현은 결국 몸에 힘을 풀었다. 벗어나려면 벗어날 수 있었을지도 모르지만, 또 성규도 우현을 보내줬을 수도 있겠지만 우현은 그렇게 하고 싶지는 않았다. 그야 조금 귀찮았을 뿐이지 그런 성규가 싫은 건 아니었으니까. 그리고 옛날에 비하면 매우 좋은 발전이었다. 물 흐르는 대로 사는 것처럼 굴지만 그는 실상과 달랐다. 사실 우현도 성규를 그렇게 생각했었다. 끝난 일에 미련 없이 쿨하게 지낼 줄 아는 남자라고. 하지만 그건 우현이 착각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무려 몇 년이나 그와 부딪히며 알게 되었다. 김성규는 공과 사를 매우 잘 구분할 줄 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지나간 일을 쉽게 잊는다는 건 아니었다. 그는 생각보다 더 미련이 많았고 은근 구질구질하게 굴 줄도 알았다. 멤버들 앞에서는 리더의 체면이 있었기에 멤버로서는 몰랐지만, 그의 연인으로서는 그런 모습을 알게 되었었다.
뭐. 다 지나간 일이고 지금으로 돌아와서 다시 말해보자면 그는 뒤끝이 은근, 아니, 대놓고 심하다. 분명 나중에 왜 입을 맞춰주지 않냐는 질문에 그때 네가 밀어냈잖아 따위의 말을 할 게 분명했다.
우현도 알고는 있다. 그가 진심으로 하는 말이라기보단 그저 우현을 놀리기 위한 행동이라는 것을. 성규도 우현도 30대면서 아직도 그런 20대 때 자주 했던 장난을 치는 게 유치하면서도 예전과 다를 바 없이 행동하는 게 좋기도 했다. 하지만 그를 달래주는 건 분명 귀찮음도 존재하기 때문에 우현은 대부분 그에게 맞춰주었다. 그리고 사실 이렇게 행동해도 그는 놀릴 건수를 어떻게든 잡아 놀릴 게 뻔했다.
우현은 그를 마주 안았다. 그러자 성규가 팔에 들어간 힘을 푸는 게 느껴졌다.
"내가 도망가면 어쩌려고."
"안 그럴 거잖아."
다 안다는 듯한 표정이 조금 얄밉긴 했지만 틀린 말은 아니라 우현은 성규의 품에 더 파고들었다. 물론 도망갈 거란 말과 함께.
성규가 작게 웃음을 터트렸다. 웃으며 생기는 진동이 우현에게 기분 좋게 전해졌다. 진짜인데. 네네. 성규는 우현의 뒷머리를 쓰다듬어주었다.
"오늘 뭐 할까."
"밀린 청소랑 빨래."
"너는 무슨 오랜만에 만나서, 아니다, 그래."
"그리고 아점 먹고 형이 좋아하는 영화도 보자."
"영화? 그런 영화 안 좋아한다며."
"그치."
"근데 좋아하는 형이랑 형이 좋아하는 영화 보고 싶어."
내내 품에 안겨있던 우현은 슬쩍 고개를 빼내어 올려보았다.
"너는……."
쑥스러움과 민망함이 담긴 얼굴이 붉어졌다. 아무리 10년을 보고 사랑을 속삭여도 이런 건 여전히 익숙해질 수 없나 보다.
형만 이기는 건 아니야. 우현은 뿌듯함에 절로 웃음이 났다.
기분 좋은 아침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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