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이트데이
https://penxle.com/cherishnamu/1582116842 의 후편 정도 되는 매우 짧은 조각글입니다.
“형, 이거 줄게.”
식탁에는 작은 막대 사탕 세 개가 놓여있었다. 딸기맛, 딸기우유맛 그리고 초코우유맛.
“저번 밸런타인 데이 답례. 어때. 감동받았지?”
실실 웃으며 포장에 쌓인 막대 사탕알을 톡톡 건드리며 우현이 씩 웃었다. 아까 형 생각나서 사온 거야. 고맙게 받아. 자랑스레 말하는 우현의 목소리가 조금 들떠있었다. 그 모습에 사랑스러움이 묻어나있었다. 그를 보는 성규의 입꼬리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럼에도 성규가 입 밖으로 꺼내는 말은 우현의 낯에 불만이 피게 만들었다.
“어. 조금.”
“겨우 조금? 조금 더 감동받아봐, 이 메마른 인간아! 내가 형을 위해 사 왔다니까! 형이 좋아할 만한 것을 고르고 고른 거라고!”
“이 막대 사탕.”
그를 가만히 보던 성규가 초코우유맛 사탕을 콕 집었다.
“너 먹으려고 산 거지. 이거 너 좋아하잖아.”
“……”
“그럴 줄 알았다.”
“그게 뭐!”
어차피 형 사탕 별로 좋아하지도 않잖아, 달다고. 사실 형한테는 두 개도 많잖아! 어차피 내가 먹게 될 거 내가 좋아하는 거 사는 게 뭐 어때서!
속내를 들켜버린 우현은 되려 당당하게 나왔다. 사실 미안하다며 숙이고 갈 이유도 없긴 했었다. 성규도 이를 원해서 굳이 찝은 건 아니었을 테니까. 그저 우현을 한 번 놀려먹겠다고 한 거였다. 그러니 원하는 반응을 그대로 보여준 우현에 재밌다는 감정이 먼저 들었다.
그런 성규를 모르지는 않아, 우현은 툴툴거리며 제 몫으로 샀었던 초코우유맛 사탕 포장지에 손을 댔다.
“이제 거리낄 것도 없지? 응?”
성규가 조금씩 씰룩이는 우현의 볼을 콕 찔렀다. 눌려진 볼에 손가락을 밀어낼 생각도 없이 우현은 여전히 포장을 까는데 전념했다. 갈색빛 동그란 사탕이 어김없이 단내를 풍기며 그 모습을 드러냈다. 우현은 망설임 없이 그 사탕을 입에 물었다.
“어. 어차피 내가 먹을 거고, 형도 모르는 거 아니니까.”
“그래도 우현아.”
성규는 이번엔 우현의 볼을 손바닥으로 감싸서 절 보게 만들었다.
“왜.”
“선물이면 형 먼저 먹게 해줘야지.”
우현의 입술이 성규의 입술에 그 모습을 감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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