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렛스테

Nocturnal.

motive. Interstellar.

보관함 by 디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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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선의 밤은 낮과 다름이 없다. 인간의 몸은 정직하여 밤낮을 맞추어주지 않으면 금방 항의를 하기에, 다름없는 하루 사이에서 그들은 시간을 잰다. 지구에서 보던 일출과 일몰 대신 우주에는 광활한 어둠의 침묵이 있다. 밤이든 낮이든 하염없이 밖을 바라보자면 문득 외로워진다. 이는 우주비행사가 결코 홀로 여행해서는 안되는 이유다. 

스칼렛은 사출된 1인 비행선 내에서 이 점을 새삼스레 떠올렸다. 이따금 항로를 살피고는 있다지만 지극히도 고요하고 무료한 우주 속의 작은 배는 그의 적막함을 부각시키는 감이 있다. 가볍게 휘파람이나 몇 번 불던 스칼렛은 떠난 지 며칠이나 되었을지 떠올려본다. 동료들이 있을 때는 부러 챙기지 않아도 흐름에 맞추어 잠을 자고 또 일어나곤 했으나, 어느 순간부터 그는 시간을 확인하지 않았다. 지칠 때까지 창밖을 내다보다가, 자연스레 눈꺼풀이 감기길 몇 번 반복했는지 알 수 없다. 우주는 알 수 없고, 또 두려운 공간이다. 스칼렛이 기꺼이 제 한 몸 내던져버린.

항로를 따라 주행하던 비행선에서 경고음이 울린다. 어느새 다시 깊은 잠에 빠진 스칼렛은 한동안 일어나지 않는다. 

눈을 떴을 때는 어지러운 암흑 속이다. 어쩐지 정신을 잃었다가 깬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손으로 더듬거리며 비상용 불을 켜도 빛이 돌지 않는다. 처음 우주로 나올 때부터 무슨 일이 일어나도 괜찮을 거라고 결심하고 나왔어도, 막상 상황이 이렇게 닥쳐오는 것은 예상치 못했다. 스칼렛은 발치 너머까지는 닿지 않는 작은 불빛들에 의존해 깨어날 때부터 덜컹거리며 이리저리 부딪히던 우주선을 탈출했다. 

우주 공간 어딘가에는 시공간이 일그러진 검은 구체가 있다. 블랙홀이라 불리는 그것의 내부는 결코 확인할 수 없는 미지의 공간으로 남아 있었다. 지평선을 넘은 이곳에는 선형적인 것이 하나 없다. 갈 길 잃은 시선이 헤매다 보면, 주변에는 도무지 서로 어울리지 않는 각양각색의 시간대가 함께 헤엄치고 있다. 그곳에서 발견한다. 찾아 헤매던 당신을.

그리움은 물결처럼 밀려와 스칼렛을 잠식한다. 과거는 어느새 눈앞을 찬란히 장식하고, 점점 흐릿해지는 시야엔 잡히는 것이 온통 기억이다. 눈송이를 닮아 하얗고 또 연약한 그의 시간들은 손을 뻗어도 닿을 수 없다. 

그렇게 느리게 자각한다. 숨이 꺼지고 있다.

오래 전 지구에서 사랑을 했다. 죽어가면서도 놓지 않은 기억이 있다. 작은 오두막에는 두 사람이 살고 있었다. 초저녁을 등지고 앉아 천천히 꿈에서 깨어나면, 어떤 두려움도 불안도 설 곳 없는 환한 공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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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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