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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 by Feli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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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밖에 없을 리가 없는데. 네가 눈치 없었던 건 아니고? 알겠어. 짜증 안 낼게. 대신 나 말고 다른 사람이 이런 말 하면 너도 못 들은 척해. (가볍게 웃는다.) 너라면 잘 기를 수 있을 것 같은데. 은근 좋아하잖아. 무언가한테 관심을 주고 사랑을 주는 거. 아, 맞다. 그거 알아? 이거 사실 비밀인데⋯⋯. 내가 길렀던 고양이한테 졸업 후부터는 내 미들네임을 넣어서 불렀어. 그러니까⋯ 루멘 말이야. 이름이 없다는 걸로 애들한테 너무 많이 혼나서⋯. (그래도 다른 애들한테는 알려 준 적 없으니 너만 알고 있도록 해.) 다시 만나면 얘기해 줄게. 나 그대로라고. 네 말 잘 듣고, 여기에 가만히. 네가 알고 있는 그 모습 그대로 기다리고 있었다고. 그 말을 듣는 너는 많은 것이 변해 있겠지만, ⋯⋯나한테 느꼈던 그 마음은 안 변해 있었으면 좋겠다.

점점 핑계가 그럴싸해지네. 안정감이 필요한 거라면 안아 줄 수 있지. (아마 평생도.) 그 말 들으니까 조금 안심되면서도, 억울해. 이제 너한테 잊을 수 없는 순간들은 더 많이 생길 텐데, 그 안에는 내가 없을 거 아냐. 그래도 나랑 함께했던 기억들이 더 행복했다고 말해. 가장 잊을 수 없는 순간을 날 줘. 나 원래 욕심쟁이인 거 알잖아. 그리고 나를 천 년을 기억하는 거야. 어때?

난 원래도 너랑 관련된 건 잘 안 잊었어. 잊기 싫을 정도로 좋았던 기억들이라. 내가 제대로 기다리고 있으면, 칭찬해 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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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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