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를 부르는 밴드
우린 안될거야
분명 일기예보는 맑다고 했다.
기청제도 지냈고 혹시 몰라서 마법사도 고용했다.
리허설을 마치자마자 쏟아지는 빗줄기에 보험으로 고용한 날씨마법사를 돌아본 것은 레이시만이 아니었다. 그 모든 사람들의 시선 속에서 날씨마법사가 거품을 물고 기절한 것도 레이시만의 탓도 아니었다!
“아…안돼!유피! 정신차려! 먹히면 안돼!!”
“ㅇ…용….”
“아는데!! 정신차려!!”
순식간에 장내는 아수라장이 되었다. 날씨 마법사의 동료가 마법사를 케어하는 사이에 매니저가 구급차를 불렀다. 그 사이에 공연 스탭들은 난데없는 비에 기자재에 비닐을 덮느라 정신이 없었다. 그리고, 레이시는 온몸으로 비를 맞으며 헛웃음을 흘리고 있었다.
“ㅎ…ㅎㅎ… 망했다…”
레이시 마리 젠트. 나름 휴안의 인디씬에서는 날리는 밴드의 보컬이었다. 그러니까 이런 의미로.
이미 우비를 입고 있었던 기타리스트 제이미가 어깨를 으쓱해보였다.
“당연한 일이잖아.”
저녁임에도 키보드 위에 차양을 설치해둔 디에고가 준비해둔 커버를 덮으며 말을 받았다.
“하루 이틀 일도 아니고.”
기타리스트처럼 우비를 입고 있는 드러머 체시가 장비 위에 씌워든 방수패드를 다시 한번 점검하며 심드렁하니 대답했다.
“밴드 이름을 써니 데이로 바꿔야 할지도.”
소풍날이 잡히면 그날 비가 내리고 운동회마다 비가 내리고 심지어는 갑자기 잡힌 피크닉 약속에도 비가 내리는 우연의 일치를 자주 만나는 사람들끼리 밴드를 만들게 된 것이 문제일지도 모르겠다.
그렇지만! 날씨마법사까지 불렀는데!
그렇지만 레이시 역시 따뜻한 목폴라와 우비를 입고 있었다. 그렇지만 야외 공연마다 비가 내렸는걸.
그렇기에 주최측에서 공연속행에 대해 물었을 때 이렇게 대답할 수 있었다.
“저희 팬들이라면 다들 우천 대비 해오셨을 거예요. 신기한게, 비는 와도 폭우는 안오더라구요 ㅎㅎ”
인디 밴드 ‘레이니 데이’ 공연 1시간 전의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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