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는 법

밴드

챌린지 by 뇽기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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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중학교 밴드 동아리에는 꽤 사납고 불량스럽게 생긴 학생이 있었다. 키는 또래보다 훌쩍 크면서 눈매는 날카로워서 먼저 말을 걸기 쉽지 않았고, 교우관계가 딱히 나쁜 건 아니지만 친한 몇 명이랑만 붙어다녔다.

“네가 가만히 있으니까 다른 애들이 못 다가오는 거라니까? 수이 넌 표정이 더러워서 좀 웃어야 한다고.”

늘 메고 다니는 베이스 케이스에 깜찍한 오리인형을 달아준 친구가 말했다.

수이는 억울했다. 사람을 좋아하지만 내성적인 성격을 고쳐먹는 게 쉽지 않은 걸 어떡하란 말인가. 빨리 친해져서 장난치며 놀고 싶은데 낯가림을 극복하는 동안 자기들끼리 무리를 만들고 친해져 버리면 사이에 끼어들기가 더 어려웠다. 그래서 친구 손에 이끌려 들어간 밴드 동아리 사람들 말고는 가깝다고 할만한 사이가 없었다.

“의식해서 웃고 있으려니까 표정이 어색해지던데. 얼굴근육도 아프고. 애들이 전보다 피해다니는 느낌이었어.”

이거 보라며 수이가 떨떠름하게 입꼬리를 올려보였다. 친구의 표정도 같이 떨떠름해졌다.

“…그렇게 웃으니까 그렇지. 너 네가 진짜 웃는 얼굴 모르지?”

그런 걸 어떻게 알아. 수이가 퉁명스레 대꾸하자 친구는 씩 웃으며 동아리실로 잡아끌었다.

“우리 오늘은 연습하는 거 영상으로 찍어보자!”

체육대회에 공연을 하기로 한 동아리는 신나는 노래 몇 개를 골라 지난주부터 연습을 시작해왔다. 아직 완벽하게 외우지도 못했고 합이 맞지 않는 부분도 잔뜩이었지만, 다들 이것도 추억이라는 말에 동의하며 카메라를 설치했다. 오늘의 연습은 얼렁뚱땅이라는 말이 어울렸다. 노래가 끝나자 서로 이게 뭐냐면서 키득거렸다. 누가 어디를 틀렸네, 누가 어디를 놓쳤네, 하면서 놀리기 바빴다. 수이도 그 사이에서 장난스럽게 웃고 떠들었다.

잠시 잊고 있던 영상을 친구가 가져왔다. 그 안에서 수이는 엉망인 연주를 하면서도 이 모든게 즐겁다는 얼굴을 하고 있었다.

“이렇게 웃으면 누가 널 피하겠냐?”

피식. 수이가 가볍게 웃었다. 자연스럽게 웃는 법을 확실하게 배웠다. 오늘을 떠올리면 이런 웃음이 또 나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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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리지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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