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w series

Bow 2

리들해리

UN1V3RS0 by SS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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톰 리들에게 인생은 재미 없는 것들의 연속일 뿐이었다. 자신을 혐오하는 아버지나, 존재 자체가 끔찍하게 느껴지는 어머니 또한 그랬다. 리들 가문의 가신들은 톰 리들을 인정하지 않았으며, 고용인들은 그를 감정 없는 사람이라며 두려워했다. 톰에게는 그런 것들 조차도 재미가 없었다. 돈, 권력, 명예는 가문에 의해 따라왔고, 학력, 인맥, 능력을 얻는 것은 톰에게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인생이 너무 쉽고 무엇에도 감정이 동하지 않으니 모든 것을 냉소적으로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톰 리들을 천재라고 부르는 사람들도, 톰 리들을 학생회장이라고 부르는 사람들도 마찬가지였다.

고작 14살이었을 당시 톰에게 가장 흥미로웠던 일은 달팽이 장학재단의 기념행사에 참석하는 것이었다. 10살 때부터 해에 두 번씩 참여했던 기념 행사에는 런던의 이곳 저곳에서 모이는 다양한 분야의 천재들이 모였다. 톰은 그런 아이들을 보며 자신의 재단선 위에 올리고 그들을 칼질했다. 이 애는 조만간 실패할 것이고, 저 애는 부모 덕일 뿐이고, 그 애는 아직 어릴 뿐이었다. 그렇게 아이들을 칼질하며 바라본다고 해서 흥미가 샘솟지는 않았다. 톰은 그저 새로운 할 거리를 찾았을 뿐이었다.

하지만 해리 포터의 등장은 남달랐다. 정장을 차려입고 오는 아이들 사이에 청바지에 낡은 체크무늬 셔츠를 입고 축구공을 들고 들어왔다. 톰은 그때 해리를 보고 든 불쾌감을 종종 떠올린다. 예의라고는 모르는 아이. 톰은 해리 포터가 영국의 축구 유망주라는 소리를 듣더라도 16살이 되기 전에 소리소문 없이 사라질 것이라고 확신했다. 슬러그혼 회장은 굳이 자신을 불러다가 해리 포터와 인사를 시켰다. 둘이 동갑이라는 이유 때문이었고, 톰은 달팽이 장학재단의 아주 오랜 장학생 중 하나였기 때문이다. 슬러그혼은 자신의 트로피 중 가장 훌륭하고 오래된 것을 새로운 것에게 선보이는 것을 좋아했다.

톰은 세상에 자신의 지루함을 티내지 않는 것이 이득이라는 것을 이미 한참 전에 깨달았다. 그렇기에 톰은 착하고 좋은 학생, 친절하고 다정한 친구라는 가면을 쓰고 생활했다. 16살 쯤 먹었을 때는 오히려 그 가면이 자신인 것 처럼 행동했다. 톰은 여전히 감정이 없고 텅 빈 삶을 살아가고 있었지만, 미소를 짓고 다정하게 구는 것이 더이상 어렵지 않았다. 영어 교사라는 맥고나걸 부인이 자기 소개를 마치고 수업을 본격적으로 시작하려는 쯤, 교실 문이 열리며 누군가 고개 숙여 사과했다. 톰은 그 익숙한 목소리에 고개를 돌려 문 쪽을 바라봤다. 이상하게도 심장이 뛰는 것이 느껴졌다. 왜 저 아이에게 반응하는 걸까? 톰은 이해할 수 없었다. 하지만 어쩐지 알 것도 같았다. 그건 해리 포터였기 때문이고, 그 아이는 여전히 축구를 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달팽이 장학재단 기념행사에서 톰이 했던 예측은 단 한번도 틀린적이 없었다. 톰은 15살 까지 장학재단 기념행사에 참여했기 때문에 알 수 있었다. 기념 행사에 한두번 참석한 아이들은 그 이후에는 더이상 장학생 인정을 받지 못해 기념행사에 참석하지 못했다. 그래서 톰은 자신을 제외한 모든 아이들이 하찮고 보잘것 없는 가짜들이라고 판단했다. 톰보다 우월한 학생은 없고, 톰처럼 우수한 학생은 없다. 그런데 해리 포터는 16살이 된 지금까지도 축구를 하고 있었고, 축구로 가장 유명한 블랙레이크 학교에 특기생으로 입학해 코치를 만나 면담을 하고 온 참이라고 했다.

톰은 그 사실에 충격을 받았다. 톰은 자신처럼 가능성을 잃지 않는 사람이 존재한다는 것을, 가치를 증명해내고 그것을 유지하는 사람이 존재한다는 것에 충격을 받았다. 그렇기에 해리 포터라는 존재는 톰에게 특히나 더 놀라움을 끌어냈다. 톰은 교실 뒤에 자리를 잡고 앉는 해리를 바라봤다. 맥고나걸 부인을 포함한 교실의 학생들이 모두 해리를 바라보고 있었기에 문제가 될 일은 아니었다. 맥고나걸 부인이 목을 가다듬으며 다시 말을 이으려고 하는 동안에도 톰은 고개를 돌리지 못했다. 그의 옆자리에 앉은 붉은 머리의 남자가 해리에게 미소를 지으며 말을 걸었고, 손을 뻗어 악수했기 때문이다. 해리는 그 애에게 환하게 웃어주기까지 했다. 톰은 어째서인지 불쾌한 기분을 느꼈다. 톰이 여전히 뒤를 보고 있는 것을 눈치챈 맥고나걸 부인이 입을 열었다.

“거기 뒤에, 조용히 하렴.”

톰은 표정을 지우며 등을 돌렸다.

“오랜만이야.”

친히 자리에서 일어난 톰 리들은 엎어져 잠을 자고 있는 해리 앞에 서서 입을 열었다. 잠결에 어리버리하게 굴며 눈을 뜬 해리는 톰을 발견하고는 얼굴을 굳혔다가 다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그러게. 잘 지냈니?”

“그럭저럭.”

톰은 잘 지내지 못했다. 톰의 유일한 흥미거리였던 달팽이 장학재단 기념행사에 참여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건 순전히 그의 아버지 탓이었다. 톰 리들의 아버지인 톰 리들 1세는 달팽이 장학재단의 존재를 못마땅하게 여기며 톰이 더이상 그 행사에 참여하지 못하게 했다. 자신의 아들을 단 한번도 자랑스럽게 여겨본 적 없는 아버지로서, 그는 제 아들이 세상에 증명되기를 원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슬러그혼 회장은 톰이 더 좋은 방향으로 성장할 수 있는 대회나 학교를 제안했고, 톰 리들 1세는 그런 것들을 귀찮게 여기며 싫어했다. 슬러그혼은 “언제나 네게 도움이 필요하면 내게 연락하렴. 넌 내 소중한 학생이다.”라고 말했지만, 톰은 그런 것에 크게 관심을 갖지 않았다. 단 한번도 그것이 깊은 인연이거나 중요한 관계라고 생각해본적 없었기 때문이다.

톰은 그런 생각을 하다가 뒤늦게 해리 포터가 인상을 쓰며 악수를 나눈 손을 빼내려고 애쓰는 것을 보았다. 톰은 이유를 알 수 없는 괘씸함을 느끼며 그 손을 더 강하게 조였다.

“저기, 손…”

“너와 이렇게 악수를 하는 게 내가 처음이길 바랐는데.”

사실 그런 적 없었다. 하지만 톰은 해리와 붉은 머리가 악수를 했을 때 온 몸을 휘감던 불쾌감을 떠올리며 만약 해리와 처음 악수를 한 것이 자신이었다면 이런 불쾌함이 없었을거라 확신했다.

“뭐?”

“반가워. 잘 지내보자.”

“어, 어어. 그래. 잘 부탁해.”

톰은 해리의 손을 놨다. 해리는 자신을 바라보며 인상을 찌푸렸다. 톰은 어째서인지 해리가 자신만을 바라보는 것에 알 수 없는 쾌감을 느꼈다. 해리의 모든 감정과 시선이 자신을 향해있음이 자신을 벅차게 만들었다. 새로운 흥미. 새로운 재미. 그것은 해리 포터였다.


톰은 종종 해리를 붙잡았다. 해리가 불편한 표정을 짓거나 자신을 피하려고 해도, 톰은 해리를 붙잡고 자신과 시간을 보내게끔 강제했다. 그런 일은 톰에게 어려운 것이 아니었다. 가치 없는 대화 주제를 이용해 해리가 자신과 함께 하는 강제성을 부여하는 것은 톰이 가장 잘 하지만 자주 하지 않는 일이었다.

“그냥 잠시라도 나와 시간을 보내준다면 좋을텐데. 우리에게 그정도의 친분은 있잖아, 해리.”

“리들 나 이제 가봐야 해. 곧 코치님 오셔.”

“단 1분이라도 더 내게 시간을 쓸 수는 없는거야?”

“너 나한테 할 이야기가 있는 것도 아니잖아.”

“그냥 네가 내 곁에 있어주기만 하면 돼.”

이런 이야기를 하면, 해리는 인상을 찡그리며 톰의 의도를 이해하지 못하는 듯 굴었다. 알 수 없을 수밖에 없었다. 톰은 그저 이유 없이 목적 없이 해리를 붙잡았을 뿐이니까. 그러면 해리는 냉정하게 톰을 거절하지도 못하고 그저 톰의 곁에 앉아 온기를 나눠주곤 했다.

톰이 그렇게 해리를 이용해 삶의 가치를 느끼며 살 쯤, 톰은 어머니를 잃었다. 아버지에게 버림받았음에도 자식을 낳았기에 저택의 빈 방에서 귀부인 취급을 받으며 지내던 어머니였다. 그럼에도 남편의 사랑을 받지 못했다는 이유로 시름시름 앓더니 결국 죽었다. 톰은 그런 어머니를 한심하게 바라보았다. 어머니는 집사의 명에 의해 장례업체에 넘겨졌고, 별다른 식을 지내지 않고 바로 무덤에 묻혔다. 그리고 그날 저녁 톰 리들 1세는 톰을 바라보며 말했다.

“네 애미가 죽었으니, 너도 성인이 되면 집을 떠나도록 해라.”

톰은 그렇게 될 줄 이미 잘 알고 있었다. 그런데도 알 수 없는 구역감이 들어 저택을 뛰쳐나왔다. 비틀거리며 저택 앞뜰을 걸어 나왔고 아무것도 토해내지 못함에도 속이 끓어 넘치는 기분을 느꼈다. 그건 어머니의 죽음에 대한 슬픔도 아니었고, 아버지의 매정함에 대한 좌절도 아니었다. 톰은 이 불안과 절망이 어디에서 기인했는지 고민했다. 그리고 이내 깨달았다. 지금껏 톰은 해리 포터라는 인물에 의해 안정과 애정을 느껴왔던 것이다. 그리고 아주 오랜만에 짙은 혐오를 느끼니 그것이 톰을 무너뜨렸다.

당장 필요한 것은 해리 포터라는 사실을 깨달았고, 가장 먼저 해리 포터를 만나면 해야 할 것은 그를 소유하는 것이라는걸 깨달았다. 그를 손아귀에 쥐고 있어야, 톰은 살아갈 수 있을거라는 확신을 얻었다. 해리로 부터 얻는 온기가 톰을 무너뜨렸고, 톰은 그것이 없이는 더이상 살아갈 수 없다고 판단했다. 그것이 무엇인지 알려고 하지 않았다. 알 필요가 없었다. 결과적으로 톰을 살게 하는 것이 해리 포터라는 것을 아니까.

톰은 무작정 해리를 찾아갔다. 해리를 집 밖으로 불러내 절망 가득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널 갖고 싶어, 해리.”

해리는 그 말의 뜻을 이해하지 못하는 표정을 지었다. 그 순간 동안에도 톰은 해리를 완벽히 가질 수 있는 방법을 생각했다. 무작정 해리에게 입을 맞췄다. 그러자 어떠한 확신이 들었다. 톰은 해리를 더 옥죄며 깊게 키스했다. 이렇게 해리 포터라는 인물의 영혼까지 빨아들이고, 자신을 깊게 새기고 싶다는 감정이 느껴졌다.

“널… 넌 내가 가질 거야.”

톰은 저도 모르게 그런 말을 속삭였다.

그에 해리가 답했다.

“응….”


해리와 키스를 하고 섹스를 하는 사이가 되었을 쯤, 톰은 해리가 자신의 것임에 당연함을 느꼈다. 그리고 해리가 자신을 떠나지 않을 것이라는 확신을 가졌고, 점점 독립이 가까워지면서부터 해리에게 소홀해졌다. 톰은 대학에 붙어야 했고, 슬러그혼 회장에게 연락을 취했다. 완벽한 숫자의 성적을 내는 것은 톰에게 어려운 일이 아니었지만, 슬러그혼이 부를 때면 정장을 차려입고 불려가야만 했다. 톰은 해리를 곁에 두지 않아도 해리가 자신의 것임을 확신했다. 해리의 숨과 입술과 살결을 탐하고 싶었지만 톰은 그것이 없어도 확신을 갖고 있었기에 해리를 찾지 않아도 되었다. 톰은 이미 가진 것에까지 정성을 쏟을 가치를 느끼지 못했다. 해리는 소중한 것이긴 했지만 이미 톰이 가진 것이었다.

톰은 해리의 모든 일정을 알고 있었다. 해리는 겨울이 찾아올 무렵 축구부 합숙 훈련에 들어갔고, 봄이 오면서 전국 주니어 대회를 준비했다. 여름이 가까워져 올 때, 해리는 축구 특기생으로 버밍엄 대학에 합격했다. 톰은 옥스포드 대학 법학과에 입학했다. 대학에 입학하니 새로운 것이 쏟아졌다. 흥미로웠다. 톰이 공부해야 할 법과 사례들이 쏟아졌고, 그저 지식만으로 익힐 수 없는 인간에 의해 강제된 규율들은 톰에게 강력한 쾌감을 선사했다. 이 사건이 왜 그렇게 해결되어야만 했는지, 왜 이렇게 해결되는 것이 옳은지 톰은 이해할 수 없었으나, 그것을 무조건적으로 뇌에 밀어 넣어 암기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해리 포터가 아닌 새로운 즐거움을 찾았을 쯤, 톰은 드넓은 녹색 구장에서 하얀 유니폼을 입고 달리는 해리 포터를 볼 수 있었다.

법학 학사를 따고 빠르게 로스쿨에 들어간 톰은 세기의 천재 소리를 들으며 변호사 자격을 얻었다. 그리고 그가 가장 먼저 한 일은 몬트로즈 맥파이스의 법무팀에 들어가는 것이었다. 톰을 스카웃하고자 하는 옥스포드 출신들이 많았지만, 톰은 그런 것은 모두 무시하고 몬트로즈 맥파이스 법무팀에 들어갔다. 그리고 그가 가장 먼저 한 것은 해리 포터의 발목을 분지른 외국 선수에게 다시는 국제대회에 참여하지 못하게 하는 것이었다. 물론 그 항의는 공식적으로 톰이 원하는 바로 이루어지지는 않았으나, 그 선수는 반년간 국제대회에 참여할 수 없게 되었다. 이례적인 일이었다.

그리고 톰은 해리의 장기휴가가 끝나고 메디컬 센터에 방문하는 날을 미리 알아본 후, 본부 앞에서 가만히 해리를 기다렸다.

톰은 해리가 어디서든 행복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가 자꾸만 자신의 첫번째 예측을 벗어난 삶을 살아가는 모습을 확인할 때마다 그를 완벽히 소유하지 않으면 안된다는 생각에 빠졌다. 그것은 이내 집착처럼 변했다. 톰은 그럴 계획이 없었음에도 해리에게 저녁을 대접한 후, 해리를 집으로 데려가 섹스했다. 톰은 정말로 그럴 계획이 없었다. 해리와 섹스할 계획은 있었지만, 해리를 집으로 데려갈 계획은 없었다.

자신의 침대 한 켠을 차지하고 누워있는 해리를 가만히 바라봤다. 자신의 밑에서 신음을 토하던 짙은 녹색 눈동자의 남자를 말이다. 톰은 해리가 오로지 자신만을 바라보고 있다는 사실에 쾌감을 느꼈다. 이것은 너무나도 강력한 소유욕이었고, 부정할 수 없을 정도로 강렬한 집착이었다. 톰은 자신이 느끼는 감정이 무엇인지 너무나도 잘 알고 확신했다. 해리 포터를 소유해야만 한다는 이 확실한 감정을 말이다.

해리는 이틀 뒤 메디컬 센터에 방문하면 될 일이고, 그 전까지는 별도의 스케쥴이 없다. 다만 톰은 달랐다. 톰은 매일매일 법무팀에 출근을 해야만 했다. 귀찮을 따름이지만 어쩔 수 없었다. 톰은 자신이 누웠던 자리를 깔끔하게 정리하고, 방 안에서 느껴지는 짙은 정사의 향기가 해리에게 스며들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창문을 확실히 걸어 잠갔다. 냉장고 안에 먹을만한 것은 없었지만 신선한 우유와 시리얼이 있으니 해리가 배를 채울 수 있을 것이다. 톰은 자신이 퇴근한 이후에도 해리가 제 집 안에 남아있기를 바라며 즐거운 마음으로 출근했다.


해리는 캡 안에서 스트레칭을 하다가 급하게 차를 멈춰 세우고 내렸다. 바 진저 몰리. 아직 오픈 사인에 불이 켜져있지 않았지만, 오후 2시라면 이미 안에 사람은 있을거라고 확신했다. 해리는 바 진저 몰리의 문을 열고 들어갔다.

“아직 영업 전입니다.”

익숙한듯 들려오는 목소리였지만, 해리는 큭큭거릴 뿐 답을 하지 않았다. 그러자 바닥을 물걸레질 하던 붉은 머리의 남자가 뒤를 돌아보며 다시 “아직 영업…”이라고 하더니, 해리를 확인하고 미소 지었다.

“해리 포터! 몬트로즈 맥파이즈의 역대 최고의 미드필더!”

“너무 띄워주지 마, 론.”

“오랜만이다!”

해리와 론은 서로를 부둥켜 끌어 안았다. 론은 해리에게 자리를 하나 내어주고 다급하게 주방으로 향했다. 해리가 앉은 자리 바로 앞은 작은 스테이지가 있었고, 스탠드 마이크 세개와 드럼이 놓여져 있었다. 벽에는 [기대하시라, 운명의 세 여신이 찾아온다!] 라고 적힌 포스터가 여러장 덕지덕지 붙어있었고, 그 옆에는 운명의 세 여신이라는 밴드의 멤버 포스터가 붙어있었다.

“맥주는 못마시지?”

“응. 먹은거 들키면 코치가 날 죽일거야.”

“시리우스 성격은 알아줘야지.”

론은 그렇게 말하며 해리에게 애플사이다와 감자칩을 내주었다. 론은 감자칩을 하나 집어들며 해리의 안부를 물었고, 해리는 이제 재활치료를 시작했고 빠르게 나아가고 있다고 말했다. 고등학교 시절 친구지만 성격이 잘 맞아 오래도록 지내고 있는 사이였다. 론은 학교를 졸업하자마자 어머니의 이름을 딴 바 진저 몰리를 개업했고, 지금은 헤르미온느와 연애 중이다.

“너 다치고 한 번 찾아가고 싶었는데, 시리우스가 너를 찾아가지도 못하게 했어.”

“루핀한테 들었어.”

“심심해서 어떻게 버텼냐, 두달을?”

“온갖 헐리웃 드라마는 다 섭렵했지. 궁금한거 있으면 다 물어봐.”

“어차피 집에 운동기구는 다 있으니까, 허가받은 기구로 훈련은 했지?”

“그렇지 뭐. 성격 죽이고 얌전히 자숙하라는 기간이었으니까. 알잖아.”

해리 포터는 불같은 성격으로도 유명한데, 말도 안되는 반칙으로 시비를 거는 경우 온 몸을 던져 상대 선수와 다투는 것으로 팬들에게 인기가 많았다. 싸우는 걸로 팬이 많다면 이상할 수 있겠지만, 정말 부당한 상황에 확실하게 따져묻기 때문에 그랬다. 그리고 최근에 있었던 그 다툼 또한 해리를 시기한 선수에 의한 반칙과 부상이었기 때문에 해리는 경기 중 큰 소리를 내며 싸우게 되었다. 몬트로즈 맥파이즈 법무팀에 의해 해리는 큰 문제 없이 넘어갈 수 있었지만, 해리는 감독과 코치진에 의해 자숙의 시간을 가졌고, 그것이 부상 이후 두달간의 시간이었다.

“하지만 네가 그러니까 인기가 많은거지.”

“큭큭큭. 그런가.”

해리는 낄낄거리며 애플사이다를 벌컥벌컥 마셨다. 해리는 스테이지를 가리키며 입을 열었다.

“미론은 잘 지내?”

“어, 이번 신곡이 꽤 인기를 얻어서… 바에 찾아오는 손님들 중에 팬도 생겼어.”

“다행이네.”

“네가 노래 흥얼거린 것도 나름 큰 역할을 한 것 같던데.”

“내가? 언제?”

“Do the Hippogriff.”

“아….”

해리는 괜히 코끝을 긁적이며 시선을 돌렸다. 생각해보니 리들의 차에서도 무의식적으로 그 노래를 흥얼거렸던 것 같다. 어쩐지 리들이 피식거리면서 웃더니. 해리는 괜히 창피한 기분이 들었다. 미론은 론의 중학생 시절 친구고, 고등학교를 가지 않고 팀을 꾸려 밴드를 만들었다. 해리와 론이 그들을 전폭적으로 지지하며 도왔고, 미론의 밴드인 운명의 세 여신은 꽤나 잘나가는 밴드가 되었다. 음반이 잘 팔리는 대박 밴드가 되진 못했지만, 유명인사인 해리와 바를 운영하는 론의 도움으로 어느정도 수입을 유지하며 지내고 있었다.

“잘 됐으면 좋겠네.”

“다음 주에 공연이 있어. 올래?”

론은 해리의 답도 듣지 않고는 잠깐 기다리라며 자리를 비웠다. 자신이 바에 들어왔다가 자신을 알아보는 사람이 있으면 난리가 날텐데 하는 마음에 고민을 하는데, 론이 표 두 장을 건냈다.

“누구 같이 올 사람 있으면 중무장 하고 들러.”

해리는 문득 리들을 떠올렸다가 고개를 저었다.

“됐어. 미론한테 안부나 전해줘.”

“네가 와주면 더 고마워 할 거야.”

해리는 어쩔 수 없이 미소를 지으며 표 두 장을 건네받았다. [운명의 세 여신! 바 진저 몰리로! THIS IS THE NIGHT!] 센스 없긴. 해리는 큭큭거리며 주머니에 표를 찔러 넣었다. This is the night이라면 해리가 좋아하는 곡이었다. 미론은 작사에 재능이 있었다. 더 성공할 수 있는 재능 있는 사람인데. 그런 생각을 하며 시간이 된다면 꼭 가겠다고 생각했다. 꼭 리들이 아니어도, 표를 한 장만 써도 될 일이니까. 안된다면 시리우스라도 데리고 오겠다는 마음으로 자리에서 일어났다.

“나 간다.”

“그래, 다음 주에 보자. 아니면 우리 집이라도 들러. 헤르미온느가 네 얘기 하더라.”

해리는 고개를 끄덕이며 손을 저었다. 도로에 나서자마 또 다시 리들을 떠올렸다.

망할 새끼.

갑자기 인생에 뛰어든… 사회성도 없는 망할 새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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