룰렛 좋아

프랜-딜러-딜러 / 서브딜러-네모산타-마슈

"…그만 불러주세요."

"프랜창에 뜨는 게 위대하신 서포터님밖에 없습니다."

"넙죽 엎드리지 말고 그냥 부르지 말아주세요."

"새로고침해도 서포터님밖에 나오지 않습니다."

이번에도 프랜의 서포터에게 납작 엎드린 마스터는 기어코 떨어진 긍정의 시그널에 뒤를 돌아보며 제 서번트들에게 엄지 손가락을 치켜올리고선 윙크를 했다. 전열의 딜러 서번트 둘이 마른 세수를 하거나 한숨을 쉬거나, 혹은 NP차지 스킬을 사용하며 걸음을 옮기는 것에 후열의 서번트들은 쓴웃음을 짓고, 약간의 죄책감을 느끼며 그 뒤를 따랐다.

"저기."

"네?"

"이번에 마스터가 내 본 영기 (라이더 5성) 를 또 폭사했잖아."

"그랬죠."

"이 미래를 봤기 때문 아닐까."

마슈는 금사과를 씹어먹으며 산타복장으로 스킬을 써대는 마스터를 바라봤다가 쓴웃음을 지었다.

"그거 들으면 선배 또 울 지도 몰라요."

"그렇기야 하겠지만."

"하지만 동감합니다."

"……."

가챠 때마다 마스터는 개념예장만 산더미처럼 쌓여있는 소환룸 앞에서 다들 너무 냉정하다며 오열하긴 했지만, 사실 가장 냉정한 건 마슈가 아닐까. 산타 의복을 갖춰입은 네모는 그런 생각을 한 번 떠올렸다가 이내 머리를 흔들어 털어냈다. 보구를 연사하다 못해 난사를 해대며 에너미들을 쓸어버리는 전열의 서번트들에게 약간의 동정심이 생기는 건 어째서일까. 전열의 프랜드 서번트가 휘청이자 서브딜러로 있던 서번트가 후다닥 뛰어가서 그를 부축했다. …동정심이 생기는 건 어쩌면 당연한 걸까.

네모[산타]는 에너미들을 쓸고 지나간 자리를 훑으며 품에는 한가득 룰렛용 티켓과 파이, 케인, 크래커를 안아들며 함박웃음을 짓는 마스터를 바라보았다. 보구가 쓸고 지나간 자리인 탓에 눈들이 전부 흩어져 손상된 땅이 드러났음에도 서슴치도 않고 잘 줍고 돌아다닌단 말이지. 무뎌진 걸까, 아니면 상관없다는 걸까. 비취색의 시선이 드랍된 상품들을 들고 저희 쪽으로 뛰어오는 그녀를 바라보았다.

"네모! 마린들한테 연락해줘! 룰렛 연속! 많이!"

"마스터, 너무 흥분했어. 일단 진정하자."

"마슈 이것봐! 스킬강화실 오늘 전력 풀로 돌아갈 거야!"

"선배, 전승결정의 소지 수를 생각해주세요…."

한껏 들떠있던 그녀가 아차 싶던 표정을 짓더니 진정된 듯 시선을 아래로 떨궜다.

"6작으로 만족할게."

"네. 그보다 계속 들고 있기 무거울 테니까 저한테도 나눠주세요."

알았노라 고개를 끄덕인 이는 다시 웃는 낯을 띄우며 마슈의 팔에도 드랍된 아이템들을 나눠주었다. 같이 들어주는 게 낫겠지 싶어 네모[산타] 또한 양 팔을 뻗으니 그녀는 노을색으로 가득찬 눈을 두어 번 깜빡이다가 웃음기를 머금고선 괜찮다며 아직도 아이템들을 수북히 안고 있는 팔만 추슬렀다. 산타는 물건을 들어주는 게 아니라 나눠주는 것이 올바른 역할이라는 게 이유였지만, 그런가-하고 수긍하려던 네모에게 닿는 시선이 원체 뜨듯하고 흐뭇한 것으로 보여,

"애 취급하고 있지!!!"

그냥 놀리는 것이었음을 알게 되는 건 빨랐다.

품 안의 아이템들 때문에 폭소하지도 못하고 끅끅거리며 떨리는 몸 탓에 아이템 몇 개가 떨어졌기에 그는 그것들을 줏어들며 한숨을 내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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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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