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피셔
그나마 다행인 건 나인이 식사를 거르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접촉도 거부하고 치료도 거부하는 마당에 식사마저 거른다면 정말 골치 아팠을 것이다. 신호에 걸린 사이 휴대폰을 확인했다. 메시지가 몇 가지 도착해있었다. [윤] 팀장님 나인 씨 잠을 자지 않습니다. 어떡하죠? 물은 자주 마시는 것 같은데 수면제라도 넣는 게 어떨까요? 이러다 쓰러질까 봐 걱정입니다.
“한재이랑 다시 만날 테냐? 아니면 내가 만든 자릴 나가서 얼굴 구경이나 해볼 테냐. 네가 듣기에 혹하는 건 후자라고 생각하는데.” “둘 다 안 한다면요?” “이번 구호물자에 물 보급을 늘려달라는 요청을 했던데.” 결국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더는 못 들어주겠다. “아씨, 진짜! 무슨 씨, 가이딩 센터라면서 돌아가는 꼬락서니 하고는. 구멍가게야? 진짜 유
“그래요!” 하진은 신이 나 TV를 켰다. 음량 조절도 해줬다. 대뜸 호출기가 울렸다. 센터장이 볼 일이 있는 듯했다. 개같은 아버지. 아랫입술을 살짝 깨문 하진이 옷 정리를 했다. 그게 나갈 준비라는 걸 알았는지 나인은 언제 그랬냐는 듯 다시 몸을 웅크렸다. 그래도 한창 얘기할 땐 긴장을 좀 푼 것 같았는데. 아쉬운 마음이 들었지만 그래도 진전이 있었다.
“여기, 이름. 이름이 뭐예요?” 종이 맨 위, 사진이 붙어있어야 할 빈칸 옆을 검지로 짚으며 물었다. 뭐라고 불렸어요? 그렇게도 고쳐 물었다. 남자는 제가 무엇으로 불렸는지를 떠올려봤다. 술에 진탕 취하거나 도박으로 생필품을 따지 못한 날이면 어김없이 들려오던 말이 있었다. 씨발 새끼, 후레자식, 개새끼. 지금에서도 다 떠올리지 못할 것들로 불렸는데 좋은
연재물(무제_)
포스트 9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