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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르히카] 왜 부정을 하지 않지요?

트친님 연교

  • FF14 오르슈팡 HL 연인드림 연성입니다.

  • 드림에 예민하신 분들은 뒤로가기 꾸욱!

  • 트친(ㄴㄹ)님과 연교로 작업했습니다.

  • 공백 미포함 4천자 정도 되는 짧은 글입니다.

  • 오르슈팡과 장터거리를 거닐다가 연인으로 오해받았는데 오르슈팡이 부정하지 않아 얼굴이 붉어지는 드림주

왜 부정을 하지 않지요?

copyright by. Mer

항상 용머리 전진기지에서 자리를 지키고 있던 사령관은, 오늘따라 유독 더 설렘과 초조함이 공존하는 얼굴로 이슈가르드에 발을 디뎠다. 자신이 N을 초대했기 때문에 그녀보다 늦을 수는 없어서 느끼는 초조함과, 오랜만에 좋아하는 맹우를 만난다는 것에 대한 설렘. 평소 주기적으로 용머리 전진기지로 돌아와 일정기간을 머무르는 N이었지만, 이번에는 달랐다. 오랜만에 이슈가르드를 둘러보지 않겠냐는 오르슈팡의 권유에 포르탕 가 저택에서 하룻밤을 묵었을 터였다. 실제로 그걸 상정하고 그곳 앞에서 만나기로 약속을 잡아두었으니, 아마 그곳에서 묵었을 거라고, 오르슈팡은 믿어 의심치 않았다. 그렇다면 자신도 전날에 그곳에 가서 묵었으면 되었을 문제이건만, 안타깝게도 업무는 그를 놓아주지 않았다. 그의 유능한 부관은 주군의 휴가를 대비해 최대한 많은 결제를 끝마치길 희망했고, 그로인해 잡힌 오르슈팡은 밤늦게까지 서류작업에 열을 올릴 수밖에 없었던 것이었다. 비록 잠은 얼마 못 잤어도, 그의 얼굴에는 피곤함이 엿보이지 않았다. 오랜만에 그토록 좋아하는 맹우를 만난다는 사실이 그를 이토록 활기 넘치게 만드는 것이리라.

 

“……오르슈팡?”

“추울 텐데, 벌써 나와 있었나?”

“아니, 나온 지 얼마 안 됐어.”

 

오르슈팡은 제 맹우의 멋쩍게 웃는 뺨과 손끝이 한기에 잔뜩 붉어져있는 것을 보고 그 말이 거짓임을 대번에 눈치 챘으나, 굳이 짚고 넘어가지 않고 모르는 척 웃으며 자연스레 에스코트하듯 손을 내밀었다.

 

“느긋하게 이슈가르드 산책은 어떤가?”

“에스코트 해주는 거야?”

“내가 이곳에 초대했으니 당연한 것 아닌가!”

 

이곳의 날씨는 추우니 보온을 위해서라도 이렇게 잡고 이동하는 것은 나쁘지 않다고 생각하는데, 네가 부담스럽다고 느끼면 하지 않으마. 오르슈팡은 그렇게 상대를 위한 퇴로를 직접 마련해주면서도, 네가 그것을 선택하지 않았으면 한다는 듯, 조금은 기대를 담은 눈빛으로 N을 바라봤다. 제 차디찬 손끝으로 인해 거짓말을 들킬 것 같아 망설이던 N은, 이내 별 수 없다는 듯 그의 내밀어진 손에 제 손을 포개듯 얹었다.

 

“춥지 않아?”

“괜찮아.”

“그렇다면 다행이야.”

 

그럼 가볼까? 커다란 손이 든든하게 맹우의 손을 맞잡는다. 흩날리던 긴 머리칼을 자연스러운 손길로 정돈해주고는 아무렇지도 않게 앞장서는 은발을 보며 N도 뒤따라 발걸음을 옮겼다.

 

“그런데 어쩐 일로 이슈가르드에서 보자고 한 거야?”

“네가 이슈가르드에 올 수 있도록, 적응을 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기는 했지만 함께 느긋하게 걸어본 적은 없는 것 같아서 말이지.”

 

처음 이곳에 왔을 때의 안내도, 내가 일 때문에 함께 오지 못했던 탓에 결국 가문의 집사가 대신 했지 않나. 그게 어찌나 아쉽게 느껴지던지……! 그 아쉬움을 메워보고 싶은 것도 있지만, 역시 이곳은 내가 안내해 주고 싶었거든. 이미 다 아는 곳이겠지만, 그래도 이렇게 함께 다녀보는 것도 네게는 새로운 느낌이 되지 않겠어? 정말로 분해보이는 표정을 짓던 그는 이미 지나간 일을 아쉬워해봤자 남는 것은 없다며 지금을 즐기겠다는 듯 활기차게 웃었다.

 

“우선 열두 기사상을 지나 둥근방패 대광장 측으로 갈까?”

 

그곳까지 올라갔다가 보석홀장 거리 쪽으로 돌아내려가는 중에 성 레마노 대성당도 잠깐 들려보는 것도 좋겠지. 보석홀장 거리 통해서 하층으로 내려가서 기공방도 들러보고, 레네트 광장을 지나서 신전기사단 본부 근처도 구경하다가 상층으로 올라오면 딱 좋은 운동도 되지 않을까 싶은데, 어떤가?

 

“그새 어떻게 다닐지도 다 계획했어?”

“당연한 것을 묻는군.”

 

너와 단 둘이 오랜만에 갖는 시간인데 허투루 쓸 수는 없었다. 그리고 초대한 사람이 아무 준비도 없이 무작정 걷게 하는 것은 좋지 않지. 이 모든 것은 결국 네가 즐겁기를 바라서 한 준비일 뿐이니, 부디 부담스러워 말고 맘 놓고 즐겨주길 바라. 그런 이야기를 듣고 부담스러워 하지 않을 사람이 어디 있겠냐고 잔소리해줄 야엘은 옆에 없다. N은 미묘하게 웃었다. 때로는 진실을 말하지 않는 편이 더 좋을 때도 있기 마련이다.

오르슈팡은 능숙하게 N을 이끌었고, 그 장소에 담긴 이야기를 풀어놓거나 하면서 끊임없이 화제를 제시했다. 덕분에 어색하지도, 조용하지도 않게, 두 사람이 이슈가르드를 거니는 느긋한 산책 데이트는 별 탈 없이 지나가는 듯 했다. 그래, 장터거리를 지나기 전까지는 말이다. 장터가 형성된 보석홀장 거리를 지나던 중, 한켠에서 난로를 피워두고 관리하던 여성이 두 사람을 보고 너스레를 떨며 손짓한 것이 계기였다.

 

“아유, 연인 사이야? 아주 그냥 살뜰히 챙기네. 청년 눈에서 꿀이 떨어지겠어. 자, 이거 받아요. 보기 좋은 커플이니까 날 추운데 따뜻하게 한잔 해.”

“아…….”

“어이쿠, 이렇게까지 주시지 않으셔도…….”

 

반박할 타이밍을 찾지 못하고 머뭇거리던 N 대신에 오르슈팡은 능청과 함께 상인이 건네는 차를 받아들었다. 연인이냐는 말에는 한 마디 부정도 하지 않고 천연덕스럽게 찻잔을 건네받아 한 잔은 N의 손에 쥐어준 그는, 남자친구가 군인 같은데 여자친구가 걱정은 안하냐는 둥, 저렇게 멋진 처자를 연인 삼았으면 여자친구에게 잘 하라는 둥 오지랖을 부리며 수다 삼매경을 피우는 상인에게 처세술로 웃으며 맞장구를 쳐주고는 적당히 때를 보아 대화를 끊어냈다.

 

“아이고, 내가 눈치 없게 연인의 데이트를 방해하고 있었네.”

“아닙니다. 덕분에 따뜻하게 잘 쉬다 갑니다.”

“처자도 잘 쉬었어요? 남자친구랑 좋은 시간을 보내고 있었을 텐데 내가 시간을 뺏어서 미안했어요.”

“아, 아니……. 아뇨, 괜찮아요.”

 

이미 연인관계로 확정을 지은 상대 앞에서 부정의 말을 꺼내기란 쉽지 않다. 하물며 잘 어울린다며 호의로 공짜 차를 내주기까지 한 상대를 앞에 두고는 더더욱. 심지어 이미 제 옆에 서있는 은발의 맹우는 연인관계냐는 말에 부정의 말을 단 한마디도 내뱉지 않았다. 도대체 연인관계가 아닌 상태에서 연인으로 오해를 받았는데 왜 부정하지 않지? 무슨 생각하는지 전혀 모르겠다고, 그녀는 그렇게 생각하며 인사를 나누는 오르슈팡으로부터 두어 발자국 가량 떨어진 곳에 서서 고개를 푹 숙였다. 이슈가르드의 차디찬 공기가 뺨을 때리고 있음에도 N은 괜히 지금 이 순간이 너무나도 덥게 느껴졌다. 착각은 아닐 터였다. 실제로 그녀의 얼굴은 붉은 꽃 그 자체일 테니까 말이다.

 

“……N? 얼굴이 많이 붉은데, 어디 아픈 건가?”

“아니…….”

“정말로?”

“그냥 조금 더워서 그래.”

 

자신이 연인관계를 부정하지 않은 탓에 부끄러워서 얼굴이 붉어졌다고는 전혀 생각하지 않는 오르슈팡이 미심쩍은 표정을 짓다가도 이내 고개를 끄덕이며 도로 N의 손을 잡았다. N은 순간적으로 움찔하며 손을 뺄 뻔했지만, 필사적으로 참아내어 의식하고 있다는 모습을 들키지 않을 수 있었다. 물론, 어디까지나 N의 관점에서였지만……. 오르슈팡은 똑같이 손을 잡았을 뿐임에도 조금 전과는 눈에 띄게 다른 반응을 보이는 맹우의 반응에 그녀가 연인으로 오해받은 것을 부정하지 않은 것으로 인해 자신을 의식하고 있는 중이란 사실을 빠르게 알아차린 상태였다. 그러나 N이 들키고 싶어 하지 않는 것 같아서 모르는 척 물 흐르듯 넘어갔을 뿐이었다.

 

“……그럼 마저 다른 곳을 둘러보러 가볼까?”

 

이곳의 공기는 서늘하니 더운 것도 금방 사라지겠지. 오히려 추워질 수도 있겠지만, 그 때는 또 다른 곳에서 잠시 휴식을 취하면 될 터. 쾌활한 말투와 함께 태연하게 이후의 일정을 논하는 모습을 보고 금방 긴장이 풀린 듯, N도 웃으며 나란히 옆을 걷기 시작했다. 그 모습을 흘긋 곁눈질로 확인한 오르슈팡 또한 만족스러운 듯 입꼬리를 올린다. N은 확인하지 못했지만 오르슈팡의 귀 끝 또한 추위로 인해 붉어졌을 때보다도 눈에 띄게 붉어진 상태였다.

 

“오, 잘 어울리는 한 쌍이구먼!”

“청년 능력 좋네!”

“아주 멋진 처자를 잡았어! 처자한테 잘해!”

 

연인으로 오해받는 일은 그 뒤로도 여러 차례 이어졌다. 그때마다 오르슈팡은 부정의 말 한마디도 없이 웃으며 감사를 전할 뿐이었다. 처음에는 옆에서 당황하던 N도 같은 상황이 반복되다 보니 그저 말없이 얼굴을 붉힌 채 옆에서 침묵했다. 처자가 부끄러움을 많이 타는 것 같다고 웃는 상인들 앞에서, 오르슈팡은 오히려 그래서 귀엽지 않냐는 말을 해서 N에게 옆구리를 꼬집혔다.

 

“어이쿠, 아무리 부끄러워도 그렇게 꼬집으면 아픈데?”

“또 꼬집히고 싶은 거야?”

“하하, 설마!”

 

미안하니 그만 놀리겠다는 말을 하는 얼굴에는 웃음꽃이 지는 경우가 없었고, 오르슈팡은 그날 단 한번도 연인이냐며 오해하는 질문에 아니라고 답하지 않았다.

 

* * *

 

날이 저물기 시작했다. 즐거운 시간은 너무나도 금방 끝나버린다며 아쉬워하는 은발의 남성을 올려다보며, N은 그저 말없이, 오늘 하루 즐거웠냐는 물음에 희미하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일 뿐이었다. 그녀의 머릿속은 복잡했다. 있잖아, 왜 당신은 그곳에서 오해를 정정하지 않았어? 왜 우리는 연인 사이가 아니라고 고쳐주지 않았지? 사실은 우리가 연인 사이였기를 바랐던 걸까? 그저 상인분이 민망해하지 않도록 했을 뿐? 마지막까지 묻고 싶은 말 또한 많았다. 그렇지만 그녀는 그것을 입 밖에 내뱉지 않는 것을 선택했다. 그가 저를 사랑한다는 사실을, 그가 저와 연인이 되기를 희망한다는 사실을 믿지 못했기에, 사실은 상인에게 민망함을 안겨주기 싫어서 부정하지 않았다는 말을 들을까 겁이 나서라는 말도 안 되는 변명을 스스로에게 하면서 침묵했다.

 

“해가 완전히 지고나면 금방 더 추워질 거야. 네가 감기에 드는 것을 원치 않으니 오늘까지는 포르탕 가 저택에서 신세를 지도록 해.”

“오르슈팡은 머물지 않는 거야?”

“오, 헤어지기 아쉽다고 해주는 건가?”

 

마음만큼은 기쁘게 받겠어. 그러나 오늘 돌아가지 않으면 곤란해 할 부하들이 있으니 아쉽지만 돌아가야겠지. 포르탕 가 저택 바로 앞까지 N의 손을 놓지 않은 채 배웅을 온 오르슈팡이 아쉽게 웃으며 잡았던 손을 놓는다. 그 놓아진 손이 아쉽게 느껴지는 건…….

 

“전진기지까지 같이 갈까?”

“……괜찮겠어?”

“그 정도로 감기에 들만큼 약하지 않아.”

“그거야 알고 있지만…….”

 

그래도 네가 함께 그 길을 같이 가준다면 나야말로 기쁠 것 같은데? 오늘을 기념일로 삼고 싶어질지도 몰라. 농담하지 말고. 시답잖은 농을 주고받으며, 두 사람은 다시금 자연스럽게 손을 맞잡고 걸음을 옮겼다.

 

“돌아가자. 용머리 전진기지로.”

“음, 가면 따뜻하게 차라도 한 잔 내주도록 할까!”

 

해가 지고 날은 더더욱 추워졌지만, 돌아가는 길이 춥지 않은 이유는…….

 

* * *

 

“자, 생강차다. 꿀을 잔뜩 넣었으니 그리 맵지 않을 거야.”

 

그날 밤. 전진기지에서 오르슈팡이 타온 특제 생강차는, 여느 때보다도 달면서도 쌉쌀하며 매웠다고, N은 후에 그렇게 회상했다. 그럼에도 맛있었던 이유는 소중한 맹우가 혹여 찬 기운에 감기라도 걸릴까 염려하는 마음이 담긴 탓이리라.

F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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