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4박 5일 후쿠오카/유후인 여행기(5)

Q. 이거 언제 끝나요? A. 몰라요

‘고맥락 사회’라는 말이 있다. 사전적 의미로는 대충 ‘발화의 표면적 의미보다 발화자의 지위, 발화자와 청자의 관계, 해당 발화가 사용된 상황 등 외부적인 요인이 발화자의 의도를 포착하는 것에 영향을 주는 사회’ 정도 되지 않으려나. 이게 도대체 무슨 소린가 하시겠지만 비유하자면 대충 이런 느낌이다.

예시1) 시어머니 : 얘 이번 명절엔 올 필요 없다 너희도 힘든데

예시2) 부장 : 다들 고생했으니까 먹고 싶은 거 다 시켜~ 아 나는 짜장면.

슬프지만 한국 사회에서 살아가는 대다수의 사람은 저 문장들에 곧이곧대로 “예” 라고 대답하면 망한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이것이 바로 고맥락 사회다. 나는 이것이 아주 피곤하기 때문에 주위 사람들에게 종종 ‘우리나라가 저맥락 사회였으면 좋겠다’ 거나 ‘저한테 그냥 말씀하셔도 돼요’ 같은 얘기들을 하곤 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 역시 이 대한민국이라는 고맥락 사회에서 살아온 사람인 만큼 어쩔 수 없이 고맥락화된 인간이기는 하다. 왜 쓰라는 여행기는 안 쓰고 이런 헛소리를 하는가 하면 이 세 번째 날이 내 입장에선… 그렇다 좀 그런 날이었기 때문이다…

지난 4편 마지막에 잠깐 언급한 대로 내 현금은 이틀차에 이미 씨가 마르고 말았다. 지금 생각해도 이해가 안 된다. 내가 뭘 어쨌다고? 어쨌든 당시에는 나도 그렇게 걱정하진 않았다. 카드는 무사히 살아 있었기 때문이다. 비록 내가 현금을 벌충할 수단은 없지만, 이제 쇼핑도 다 끝났고 부탁받은 것도 다 샀고 유후인 가면 하루 두 끼 밥도 얻어먹을 거고. 음. 앞으로 뭐 현금 쓸 일이 있겠어^^?

우리는 이날 아침으로 카이센동을 먹기로 했다. 끝내주는 집이 어디 근처에 있다나. 호텔 체크아웃 시간이 다가왔기 때문에 우리는 일단 체크아웃을 한 후, 호텔에 짐을 맡겨 두고 식사하러 갈 계획이었다. 체크아웃은 큰 문제 없이 끝났고, 짐을 맡아 줄 수 있는지 묻자 호텔에서는 창고방(…저렴한 표현 죄송합니다)이 있다고 했다. 가서 보니 코인라커 같은 문 달린 보관함과, 큰 캐리어를 묶어 두기 위한 긴 줄(끝에 자물쇠가 달려 있다)이 있었다. 보관함 크기가 그렇게 작지는 않았는데 20인치 캐리어는 아슬아슬하게 안 들어갔다. 그래서 신발 상자 같은 좀 애매한 물건들만 보관함에 넣고 캐리어는 아래쪽 줄로 묶어 두기로 했다.

아니 그런데 줄이… 왜 이렇게 허술하냐… 나는 여전히 가방 구석에 넣어 둔 C브랜드 귀금속 생각을 하고 있었기 때문에 그 허술하다 못해 좀 당기면 빠질 것 같은 줄이 매우 신경 쓰였다. 이거 괜찮은 거냐고… C양은 큰 캐리어를 가져왔기 때문에 짐이 그거 하나뿐이었으나 나는 작은 캐리어라 자잘한 잔짐이 많은 와중에 그 줄을 잘 묶어 보겠다고 시간을 꽤 지체했다. 비밀번호도 설정했고… 누가 손이야 대겠어…(시선을 못 떼며)

어쨌든 그랬다. 드물게 날씨가 좋았고 우리는 안 가 본 방향으로 걸었다.

가로등이 아름답고 병원이 많고 거리 이름은 못 읽겠다. 아무튼 방향은 기억하니 된 거지.

그렇게 좀 걷다 보면 이런 시장이 나온다. 오늘의 목적지는 그 안 어딘가에 있다.

나는 노량진 수산시장도 제대로 안 가 봤는데 일본 와서 어물전이라니…? 해당 시장의 이름은 야나기바시(추정) 연합 시장이다. 왜냐면 이런 사진이 있기 때문이다.

근데 막상 들어가려고 보니 목적한 가게가 문을 아직 안 열었다. 그런데도 벌써 대기번호를 등록하려는 사람들로 인산인해다… 이 근처에 다른 카이센동 파는 집 없겠지? 없었으면 좋겠다. 우리 가게엔 파리만 날리는데 옆집은 저렇게 열기도 전부터 줄을 서더라 하면… 내가 마음이 많이 아플 것 같기 때문이다…

우리도 대기를 걸어 두고 일단 돌아서기로 한다.

이런 그리운(?) 가게도 보고

커피랑 데운 우유도 한 잔씩 때리고 돌아와 보니 가게가 문을 열었다. 우리는 둘 다 카이센동을 주문했다. C양은 보통 밥 나는 작은 밥을 골랐다. 여기 푸딩이 맛있다며 C양은 푸딩도 하나 추가.

신선하고 맛있긴 했는데 사실 옆자리에 혼자 와서 카메라로 계속 상을 찍기만 하고 밥을 안 먹던 어떤 유튜버(추정)가 신경 쓰여서 잘 기억은 안 난다. 아니 밥상 차려놨는데 먹을 생각은 안 하고…? 그 와중에 카메라 돌리지 마세요 제 얼굴 촬영하지 마세요…

그러고 계산을 하러 갔는데 카드 안 받는단다. 현금만 내라고 한다. 예? 왜요? 아니 왜요?? 진짜로 왜요??? 마음 같아서는 ‘너 탈세하려고 그러지 이 세금 도둑놈아’ 같은 무자비한 발언을 내뱉고 싶지만 그렇게 말할 어학 실력이 안 됐다. 결국 현금이 좀 남은 C양이 내 몫까지 계산했고, 나는… 눈치가 보이기 시작했다.

C양의 명예를 위해 밝혀 두자면 그는 절대로 나에게 눈치를 주지 않았다. 왜 벌써 돈을 다 썼냐거나 그런 말을 한 적도 없다. 말하자면 그는 이 사태를 일종의 천재지변처럼 받아들인 것 같았다. 살다 보면 여행을 왔는데 갑자기 4월 말에 눈이 내릴 수도 있고 물놀이 갔는데 태풍이 올 수도 있고 쇼핑하러 갔는데 동행이 현금을 다 썼을 수도 있지. 산은 산이고 물은 물이로다. 그런데 그걸 바라보는 내 마음이 그렇게가 안 됐다. 그때부터 나는 C양을 계속해서 힐끔거리면서… 약간이라도 표정이 안 좋아진 것 같은 느낌이 들면 ‘괜찮아…?’ 같은 소리를 해댔고… C양은 세상에서 가장 황당하다는 듯이 ‘뭐가?’ 같은 답변을 했다. 급기야 ‘나 표정이 원래 이런데’ 라는 답변이 돌아오자 나는 더 쪼그라들었다. 이제 돈도 없는 주제에 남의 표정에 시비를 거는 사람이 되고 만 것이다… 그때 그 택스 리펀을 현금으로 받을 걸! 그냥 놔뒀다 다음에 또 쓰면 될 걸! 그걸 뭐한다고 또 굳이굳이 카드로 받아서는!! 사람이 이렇게 한 치 앞을 모르고 어쩌고 저쩌고 중얼중얼… 고맥락 사회 타파하여 정신건강 지켜내자… 중얼중얼…

기차 출발까지는 시간이 제법 남아 있었고 호텔은 이미 체크아웃했으며 좀 전에 밥도 먹고 차도 마셨기에 뭘 더 입에 넣고 싶지도 않았다. 우리는 하릴없이 거리를 돌아다니다가 여행 전에 추천받았던 오호리 공원에 가 보기로 했다. 나름 걸어서 갈 만한 거리라고 하기에(지하철을 타기에는 당시에 있던 위치 자체도 썩 좋지 않았고, 요금을 또 C양이 내줘야 했기 때문에 나도 내키지 않았다) 우리는 지도를 보며 걸었다. 이날은 우리 여행 중 가장 날씨가 좋았던 날이라 사진도 아주 예술적이다.

이런 사진은 컴퓨터 배경화면 해놔도 끝내주겠다. 어딜 찍어도 그림이 되던 날. 탐조를 좋아하는 C양은 마이즈루 공원(오호리 공원하고 이어져 있는데 이름은 다르다)에서 이런 사진도 찍었다.

(둠칫 둠칫)

(까마귀의 비상 직전)

근사하지 않습니까. 날개며 깃털에 결 살아 있는 것 보소.

그리고 마침내 도착한 오호리 공원.

달구경하는 다리라는데 저 안에 들어가서 새 구경만 했다. 그리고 나란히 벤치에 앉아서 C양이 여행에 신고 온 러닝화가 걷는 데는 썩 적절치 않다는 이야기나 했다. 첫날은 괜찮다고 생각했다는데 사흘째 강행군(?)을 하고 나니 마음이 좀 바뀐 모양이었다. 하긴 나도 편한 신발 찾아서 신고 왔지만 가끔 발이 아프긴 해… 그리고 연한 색 신고 오지 말 걸 하고 열일곱 번쯤 후회하고 있어…

슬슬 하카타역 가야 할 시간이 되어서 일단 서둘러 호텔로 되돌아갔다. C양 걸음이 좀 느려졌고(아침부터 많이 걷긴 했다) 날은 날대로 더워서 나는 또 눈치를 보는 중이었는데… 호텔 창고방에 돌아와 보니 사람도 짐도 아주 많아져 있었고, 내 캐리어가 줄에서 분리되어 있었다(!!!!). 누가 캐리어 자체를 만진 것 같지는 않은데 내 줄은 갖다 쓰고 싶었던 모양이었다… 아니 근데 줄이 이렇게 빠진다고? 이렇게 빠질 거면 자물쇠 뭐하러 달지요? 이번에는 다행히 아무도 내 캐리어를 들고 가지 않았으니 망정이지 만약 누가 빼갔으면 어쩔 뻔했냐… 아니 누군가가 내 캐리어 자물쇠에 지문분석 같은 걸 해 가지고 C브랜드 귀금속만 쏙 뺀 뒤에 다시 잠가 둔 건 아니겠지… 생각이 이 즈음에 이르렀을 무렵에는 내가 생각해도 과대망상이란 생각이 들어서 어느 정도 진정할 수 있었다. 빨리 이것을 전해 주고 끝내고 싶다. 아니 여행을 끝내고 싶단 뜻은 아닌데요 그것이 말입니다…

어쨌든 택시를 타고 하카타역으로 향했다. 다행히 택시에선 카드를 받아서 계산…을 했던 것… 같다. 하 시간이 이 정도 지나고 나니 이런 것도 기억이 안 난다. 택시를 내린 후에는 도시락을 사러 갔다. 기차 안에서도 살 수는 있지만 역에서 파는 게 더 다양하다고 봤던 것 같았다.

(다양)

도시락을 다 고른 뒤에는 위에 올라가서 기차를 기다리면 된다. 기차도 종류가 많고, 타는 위치도 복잡하고, 손에 무거운 짐도 있는 마당에는 길 찾기가 쉽지가 않다. (에스컬레이터조차 안 보이고 오로지 계단 계단 계단인 입구도 있다) 우리는 어찌어찌 엘리베이터를 찾아서 그나마 쉽게 올라갔다. 대신 이제 올라가서는 승강장을 절반 이상 가로지르고서야 승차 위치를 잡을 수 있었다. 나는 C양의 사람도 들어갈 법한 캐리어를 슬쩍 곁눈질했다. 음, 괜찮을 것이다. 나를 죽여서 저기 담는 것보다는 내가 살아서 걸어 다니는 게 C양한테도 가볍겠지.

기차는 생각보다 금방 오는데, 거기서 사람 내리고 청소하는 데 생각보다 시간이 좀 걸린다. 나는 2019년을 회상하고 있었다. 그때는 가족여행이었고, 우리 가족들은 어디 가서 늦는 것을 너무 싫어하는 나머지 예상 시각 30분~한 시간 전 도착을 목표로 하는 사람들이라서(내가 그런 기질은 가장 덜한 편이다) 그때도 한 3~40분 역사에 서 있었던 것 같다. 기차 외관은 기억 속의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그 사이 차량 교체를 안 한 모양이다.

근데 저 다리 아프니까 그만 들어가서 앉고 싶은데요. 차라리 걸으면 걸었지 서 있는 거 싫어해서요.

이 기차(유후인노모리)는 맨 앞좌석이 명당으로 불린다. ab석과 cd석 중에 어느 쪽이 더 좋은 자리인지는 의견이 다소 갈리지만 ab를 명당으로 보는 견해가 우세한 듯하다. 나는 명당 예약에 실패하였으므로 이것은 5번째 ab석에서 찍은 사진이다. 이 좌석은 랜덤으로 배정받은 자리였는데, 일단 가는 길에 해가 안 들어서 운이 좋았다는 생각을 했다. 더불어 나는 돌아오는 길에 반대쪽 풍경을 볼 수 있도록 cd석을 예매해 둔 상태였다. 적어도 옆으로는 이쪽저쪽 다 볼 수 있겠지. 앞은 틀렸지만!

시간은 이미 2시가 넘었고 기차 앉고 난 뒤엔 할 일도 없으므로 도시락을 먹기로 했다.

이것은 C양의 도시락.

그리고 이건 내 거. 비교적 눈에 보이는 대로 정직한 맛이다. 엄청나게 맛있어요! 까진 아니지만 기차에서 분위기 내기 좋다. 그런 부분을 염두에 두고 고르기도 했고… 혹시나 싶어 언급하자면 열차에 쓰레기 버릴 만한 곳이 따로 없기 때문에(좌석에 놔둔 것을 나중에 수거하거나, 직원이 커다란 쓰레기 봉지를 들고 복도를 돌아다닌다) 가능하면 남기지 않을 만한 메뉴를 고르기를 권한다. 특히 국물 있는 도시락은… 다 마실 자신 없으면 하지 말자. 그거 넘치면 누가 다 치워.

열차는 두 시간 반 정도를 달려간다. C양은 도시락을 먹은 후 잠깐 졸다가 일어나서 바깥 풍경 사진을 몇 장 찍었다.

C양이 바깥 풍경도 찍고 기차 내부도 찍고 하는 동안 나는 로프트의 곰돌이에 대해 생각하고 있었다. 그 곰을 내가 데려가 봐야 무엇을 할 것인가? 내가 과연 그 아이를 충분히 아껴줄 수 있을까? 그렇게 귀여운 아이는 토이스토리처럼 자기를 오래오래 사랑해 줄 어린이들에게 가는 것이 행복하지 않을까? 일단 10만원이 내가 그렇게 턱 낼 만한 금액인가? 내 마음은 진자처럼 산다, 안 산다, 산다, 못 산다 하고 분주하게 오갔다. 그런데 아니다, 됐다, 그만두자, 그렇게 생각할 때마다 어쩐지 눈물이 날 것 같은 느낌이 드는 것이었다. 아니 이게 무슨 일인데. nn살 먹고 곰돌이 못 사서 우는 사람… 실화냐…

내 심경이 복잡하든가 말든가 기차는 계속 달려 유후인 역에 도착했다. 역 앞에는 무수한 택시가 줄을 서서, 지금 막 내린 손님들을 붙잡아다 료칸으로 싣고 간다. 우리도 금방 택시 한 대를 잡아 탈 수 있었다.

(우리의 2박 3일을 책임져 줄 료칸의 전경)

사실 나는 2019년에도 이 료칸에 묵은 적이 있었다. 다른 건 다 기억 나는데… 어… 이렇게 산이었던가… 5년 사이 유후인이 솟아올라 지형이 바뀌었을 리는 없으니 산에 있던 게 맞긴 할 텐데, 택시가 한참 산으로 들어가는 걸 보고 있자니 약간 진땀이 났다. 걸어서 못 나올 거리는 아니긴 했을 거다. 2019년에도 걸어 내려왔으니까. 그런데 너무 한데 떨어져 있는 숙소를 잡았다고… 편의점도 못 간다고 C양이 불편해 하진 않겠지…? 택시가 료칸 앞에 도착했을 즈음에는 체크인 예정 시각이었고, 료칸에서 전화까지 걸려왔다(못 받았다). 아니 그런데 이 택시는 그 와중에 현금밖에 안 받는단다… 나는 이제 C양의 눈치를 보다 못 해 넙치나 가자미로 진화하기 일보직전이었고 스트레스로 약간 돌아버릴 것 같았다. 이따위 멘탈로 이 험한 세상 사는 거 실화냐. 그게 가능하다는 게 기적 아닌가.

어쨌든 우리는 료칸에 도착했고 체크인 과정에 돌입하였으므로 사소한(?) 것들은 넘기기로 한다. 지금 중요한 것은 언제 밥을 받아먹을 것인지 쪽이다. 그 외에 내일 외출할 때 택시를 부를 필요가 있는가(있다고 하면 료칸에서 불러 준다), 모레 체크아웃할 때 택시를 부를 필요가 있는가(마찬가지로 불러 준다), 택시를 어디로 가는 걸 부를 것인가 정도이다. 우리는 여섯 시쯤 저녁을 먹고 여덟 시쯤 아침을 먹기로 했다. 택시는 체크아웃하는 날만 부르기로 했다. 나는 체크아웃 시간을 열한 시로 착각했는데 열 시였다. 열 시…에 체크아웃을 하고 역으로 가면… 하카타 가는 기차가 열두 시 넘어서 출발하는데…? 벌써부터 등골이 좀 오싹하긴 한데 이 일은 좀 나중에 걱정하기로 했다.

방으로 안내를 받아서 간다. 직원이 짐을 옮겨 주고 어디에 무엇이 있는지를 설명해 준다.

이번 편 사진이 아주 풍년이다. 다 올라가려나 모르겠네. 설명을 듣고 나서는 거의 곧장 밥을 먹으러 갔다. 자리는 2박 3일 내내 지정석이어서 같은 자리에서 네 끼를 받아 먹었다.

이런 식으로 저녁 코스가 적힌 종이를 깔아 주는데 나는 못 알아먹었고(…) 설명을 추가로 해 주시기는 하는데 그것도 절반은 못 알아들었다. 다행히도 나는 106가지 대표항목 중 어떤 것에도 알러지가 없으므로 대충 입에 밀어 넣어도 죽지 않으리라 믿고 먹기로 했다.

대충 이런 것들을 먹고(레몬이 맛있어서 즙 짜라고 주신 걸 죄다 입에 밀어 넣었다) 방으로 돌아와 보면 이불을 깔아 주신다.

(짐이 어지럽게 널려 있어서 모자이크 처리)

2019년에는 바닥에 까는 게 그냥 솜 누벼진 요였어서 바닥이 딱딱해서 좀 고생했는데, 이번에 갔더니 폼 매트리스 같은 걸로 바꾼 것 같았다. 엄청 푹신하진 않지만 바닥이 느껴져 고생할 정도는 아니었다. 나이스. 그리고 이 료칸. 방마다 개인탕이 있다.

예약할 때 ‘따로 떨어진 탕이 있는 방’이라는 설명을 보고 개인탕 있다는 거지! 하고 예약을 했는데… 개인탕이 두 개란 뜻이었나 보다. 왼쪽은 작은 욕조 같은 느낌이고 오른쪽은 그래도 두 명까진 들어가 볼 만 하다. 참고로 일정 내내 나는 왼쪽 탕을 써 보지 못 했다… 수온 조절하는 법을 못 알아들은 데다가 그 못 알아듣는 와중에 뭘 건드리면 객실에 물이 안 나온다고 한 것 같아서…(…) 다시 설명을 요청할 수도 있었겠지만 그런다고 잘 알아들을 것 같지 않아 그냥 빠른 포기를 택했다.

이날은 C양에게 개인탕을 쓰라고 권하고 나는 대욕장으로 갔다. 방마다 개인탕이 있어서 그런지 엄청 훌륭한 대욕장이 있는데도 아무도 쓰지 않는다. 우리가 2박 3일 동안 네 번인가 다섯 번 대욕장에 드나들었으나 아무도 만나지 못 했다… 덕분에 넓은 탕을 개인탕처럼 신나게 쓸 수 있었다. 아이고 물 좋다… 아이고 시름이 녹는다… 아이고 아이고…

그러고 나서 방으로 돌아왔다. 우리는 방에 늘어져서 책도 보고 TV도 보고 수다도 떨고 (C양만) 맥주도 좀 마시다가… 잤다. 즉 이 편을 끊기 좋은 타이밍이 왔다. 투 비 컨티뉴드…

카테고리
#기타

댓글 2


  • 배부른 페가수스

    아 현금때문에 이렇게까지 번뇌를 하고 계셨다고요?!?!?!?!?!?!?!?!? ㅁㅊ 왜 그런 ?!?!?!?!?!?! 식당쉑과 유후인 가는 택시기사 은근 불쾌했는데 그때마다 현금밖에 안받는다고 해서 개짜증이났던 기억이 있을 뿐 은해님 몫까지 현금내는 건 아무 상관이없었다고.. ........ 곰돌이 현금으로 주는 건 오히려 좋았어요 은해님의 지름을 북돋는 것이 나의 기쁨


추천 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