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양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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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씨? 돈 좀 있어?” 그의 갑작스러운 협박은 가만히 길거리를 바라보던 나에게 위협적으로 다가왔다. 어둑한 밤의 아른한 가로등 불빛을 등진 그의 각진 얼굴은 그 누가 보아도 위협이 될 것이다. “…현금 말입니까? “아무거나. 카드도 되지 않을까?” 자연스레 손을 내밀어 당장 내놓으라는 동작은 익숙하기까지 했다. 우스갯소리로 돈이 없으면 카드로
하얀 눈이 소복이 쌓인 공원의 모습은 얼핏 옛 유적지를 연상케 했다. 폭발 테러로 인해 3년의 인고 끝에 완성 되려던 석탑의 잔해들이 눈에 뒤덮여 흙먼지속의 역사를 흉내냈고, 주변을 지나는 시민들의 호기심 어린 시선은 자신의 걸음걸이를 입장료로 지불한 관광객의 전형이었다. 솔은 경비원의 마음에 입각했다. 폴리스 라인을 콘크리트 벽 삼아 모르는 채 하는걸로
진실은 모함에 맞서는 최고의 반항이다. “그, 형씨.” 믿음은 거짓보다 더 위험한 진실의 적이다. “나는 괜찮아.” “제가 안 괜찮습니다.” 뻥 뚫린 도로를 과격하게 달리는 차량은 교통경찰의 제지를 받기에 충분했지만, 그 누구도 막을 수 없었다. 제이슨도 마찬가지였다. “어차피 가짜일 거잖아? 그러니 진정하고…” “그놈이 가짜인 걸 아는
- 하얀 양의 주저리 라디오. 어느새 모두가 양을 세다 잠들 시간입니다 나긋한 목소리. 라디오는 쉴 틈 없이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어느 연예인이 새로 공개한 노래가 좋았다는 둥, 어느 탐정의 정체가 사실은 괴도였다는 둥, 난데없이 타로의 점괘가 궁금하지 않냐는 둥. 시시콜콜한 이야기를 멈추지 않고 늘어놓으며 그에 어울리는 전파에 흘려보냈
눈을 떴을 때 보인 건 키보드에 얼굴을 묻고 있는 피곤에 찌든 자신의 모습이었다. “…언제부터 잠든 거야.” 다급히 손목의 스마트워치를 확인했다. 오전 6시 22분. 마지막 기억이 새벽 3시쯤이었으니 3시간을 자버린 것이다. 마른세수를 하며 기지개를 켜도 몸의 피곤은 풀리지 않았다. 소파에는 두 선배가 서류 더미를 이불 삼아 자고 있었고, 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