붕어빵안에는 붕어가 들어가지 않는다.
제이솔 잡담 #1
“형씨? 돈 좀 있어?”
그의 갑작스러운 협박은 가만히 길거리를 바라보던 나에게 위협적으로 다가왔다. 어둑한 밤의 아른한 가로등 불빛을 등진 그의 각진 얼굴은 그 누가 보아도 위협이 될 것이다.
“…현금 말입니까?
“아무거나. 카드도 되지 않을까?”
자연스레 손을 내밀어 당장 내놓으라는 동작은 익숙하기까지 했다. 우스갯소리로 돈이 없으면 카드로 지불하라는 깡패의 갈취행위가 나에게 벌어질 줄은 몰랐다.
“없습니다.”
“천 원짜리도? 5천원, 아니 2천원이면 되는데.”
“지갑 안 들고 왔습니다.”
내 말에 그는 불만스럽다는 표정으로 나를 노려보다 자신의 주머니를 다시금 뒤적였지만, 조금 전 먹은 사탕 봉지와 작은 과자 봉지만이 전부였다.
“나도 없는데. 핸드폰으로 결제될까?”
“요즘 안되는 데가 있습니까? 대체 돈은 왜 찾으십니까?”
제이슨이 세상 진지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나는 침을 삼키며 주변을 노려보았다. 우리가 이곳에 서 있는 이유는 비정상적인 약물을 유통한다고 알려진 사교도를 잡기 위함이었다. 그는 결심한 듯 이 세상의 비밀을 말하듯 단어를 읆조렸다.
“붕어빵.”
“예?”
“팥, 슈크림, 피자, 고구마 맛이래. 하나에 500원이니까 2천원이면 하나씩 먹어볼 수 있잖아.”
그가 손으로 가리킨 곳은 사람들이 오가며 멈춰서길 반복하는 한 붕어빵 노점이었다. 봄이 다 끝나가는 4월까지 운영 중이라니.
“저희 지금 사교도 잡으려고 잠복 중입니다만.”
“에이, 수상하게 골목에서 숨어있는 남자 둘이랑 골목에서 붕어빵 먹는 남자 둘 중 누구를 더 수상하게 여기겠어?”
“건장한 188cm의 남성 한 명과 180cm의 남성 한명을 의심하겠죠.”
“형씨 182cm 아니었어?”
“그게 중요합니까?”
내 말에 중요하다는 듯 고개를 열심히 끄덕거린 제이슨이 다시 길거리를 주시했다. 맹렬하고 또렷하게 붕어빵 가게를 바라보고 있었다. 나는 그의 간절한 모습에 주변을 살피곤 말했다.
“빨리 다녀오시죠.”
“나 돈 없는데?”
“계좌이체도 받지 않겠습니까. 카드는 안 받아도 계좌이체는 받겠죠.”
“같이 가면 안 돼?”
“이유라도 있습니까?”
“그냥.”
누가 보더라도 쾌남이라 부를법한 미소를 지으며 당당히 말하니 한 대 때리고 싶어진다. 나는 한숨을 내쉬며 일반인들이 오가는 거리를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어차피 다녀오나 안 다녀오나 똑같을 테니… 예, 가죠.”
“진짜? 그럼 형씨는 어떤 맛이 가장 좋아? 팥? 슈크림?”
“흠 글쎄요. 지금 생각나는 건 속없는 붕어빵인데.”
“… 진짜야?”
“아니요. 누가 그렇게 먹어서 궁금해졌습니다.”
“대체 누가?”
“… 유튜브?”
“유튜브가 요즘 애들 다 망친다더니 형씨까지…”
제이슨의 안타깝다는 시선에 농담 한번 못하겠단 생각을 한다. 자연스러운 행인인 척 수다를 떨며 도착한 포장마차는 제법 바빠 서너명의 손님이 앞에서 줄을 서고 있었다. 그 뒤에 나란히 선 솔은 여전히 보이지 않는 사교도를 생각했다.
“그보다 영 안 보이는 군요. 위치나 시간이나 이 장소 이 시간일 텐데.”
“인물이나 특징적인 외관을 얻지 못했으니까. 노란색 옷을 파는 곳에서 만나자더니 옷 가게는 슬슬 문 닫을 시간이고.”
“파는 곳에서 만나자는 거니까 시간대는 상관없을 수도 있죠.”
“아니면 말이야, 비유 아닐까?”
“비유?”
제이슨은 씨익 웃으며 손가락으로 붕어빵을 가리켰다.
“왜 붕어빵도 노란 옷을 입었잖아. 그러니 여기 앞에서 만날 수도 있는 거지. 어때, 그럴싸하지 않아?”
“반죽이 노랗다고 노란 옷이라 하겠습니까?”
“난 제법 그럴듯하다고 생각했는데. 왜 붕어빵 안에 약을 넣어서 팔면 안 수상하잖아. 그냥 하얀 봉투에 넣어서 들고 가면…”
제이슨이 말을 멈췄다. 그 순간 붕어빵을 만들던 가게 주인이 손을 멈췄다. 반죽이 덮이지 않은 붕어빵 속에 팥과 하얀색 약 봉투가 얹어져 있었다.
솔은 무전기를 들어 경찰들을 불러 모았고, 제이슨은 세상을 잃은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내 붕어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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