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세 첫째 날

세상 열린 첫째 날, 망월은 창세의 권능을 손에 쥔 채로 고민했다. 나, 무엇을 만들고 싶지?

그래, 가까이 가 닿고 싶은 마음으로 연결된 사람을 만들어, 그들의 사랑으로 세상을 채우면 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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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려면 그들이 거할 세상을 지어주는 것이 먼저지. 해신, 해무가 솔선하여 순환의 원리로 생명의 요람을 빚었다. 바로 곁에서 창파의 용왕, 청현이 그곳을 하늘에서 흘려보내는 수기로 가득 채웠다. 그 위로 경천위지의 토지신, 풍백이 지반을 쌓고 강산을 펼쳤다.

그 걸작을 두고 달 하나만 똑 떼다 얹어둘 수는 없지 않은가. 권능 한가득 쥐었으면서 겨우 존체 일신 거하던 곳 덜렁 만들어 놓고 손 떼기도 우세스러운 일이다. 이에 낭랑은 내친 김에 천간을 열어 벗들이 지어둔 세상을 뒤덮기로 했다.

“장선아. 너 역산 배웠지? 천문도 좀 그리자.”

“아이고, 항아님. …역산이야 배웠습니다만은 설마 전천全天을 이 사람에게 맡기시려고요?”

“못해?”

천 년에 한 번 난다는 군사지재 영민한 머리 놀려 무엇 해? 그러면 그렇지, 옳게 된 천거였다. 거대한 선지 위에 먹붓 둘이 노닌다. 북극성 기준 잡히고, 삼원 이십팔수 찍히고, 사방위 나뉘어 일곱 수씩 별자리 그리고, 양곡서 서산까지 태양 길 긋고, 눈감고도 그릴 수 있을 달 길에, 오행 대응시켜 끝으로 은하수까지 표시하니 순식간에 하늘 설계도가 완성되었다.

“어찌, 마음에 드십니까?”

“그래. 길한 날 표준이 될 천문도구나. 고생했다.”

결과물이 몹시 흡족하였으므로, 낭랑은 쥐고 있던 붓 끝으로 후야의 미간에 먹색 선골 찍어 공치사했다.

자, 그럼 이제 이대로 하늘에 별 박아 넣을 차례이다. 양 팔 좍 펼쳐도 채 다 펴지 못할 하늘의 설계도—천문도 말아 쥐고서 낭랑께서 날아올랐다. 별의 위치를 섬세히 조정하기 위해 낭랑은 작고 밝기 어두운 별들부터 빚어 제 자리 찾아가게 했다. 태양을 제외하고 맨 마지막 순번이 된 달을 빚어 올리고 나서야 비로소 낭랑은 다시 한 번 월선으로서 거듭난다. 달빛 색 머리채 뒤편에서 그믐달 모양 빙종 은환이 반짝였다.

태양까지 마무리 야무지게 하고서 망월이 하늘에서 내려와 바닥을 딛었다. 자, 이것이 천지가 개벽한 첫째 날, 개중에서도 가장 먼저 만들어진 것들이다.

월녀는 조금 전 제가 하늘에 걸어둔 달을 올려다봤다.

‘묘정선녀는 타인과 함께 존재해야 마음 충족될 성정이야. 그러니 자신과 관련된 이름 붙이게. 허면 밤하늘에 뜬 것 보고 이름 불릴 테니 외로울 적 생기겠어?’

의선이 세심하게 일러준 말 귓가에 어른거렸다.

그래, 금번에는 달의 이름 망월이 내 이름 된 것이 아니라 내가 먼저 있고 달 만들었으니, 내 이름을 달에 붙이자.

이렇게 해서 달은 숱한 이명에 더해 묘정이란 이름까지 갖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