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세 둘째 날

세상 열린 둘째 날에는 온 천지에 생명이 맥동했다. 서천 꽃밭 감관께서 한평생 일군 습관대로 초목 틔웠고, 그 위를 호령이 빚어낸 길짐승이 내달렸고, 까막새 신령이 온갖 날짐승을 바람과 함께 풀었다. 고독이 저 닮은 작은 미물 빚어 남은 빈틈 메꾸면 비로소 세상이 사람 품을 준비를 마쳤다.

딱 한 자락 진심 품을 나와, 그것 받아줄 너를 만들어야지. 그래, 억조창생의 시작이란 것이 고작 마음이다.

•͙✧⃝•͙

낭랑께서 신중을 기한 손짓으로 사람을 빚고 있으려니 곁에선 정법신께서 그 모습 구경하신다. 어떤 기조 집어넣더라도 훼방 놓지 않겠다 약속하신 고로, 낭랑은 아무런 걱정 없이 저 좋을 대로 감정 하나하나 풍부하게 빚어다 불어넣어주셨다. 그렇게 인간부터 빚고 나면, 낭랑의 기억 속 만고천추에 번성했던 사람종의 모습 하나하나가 뒤를 잇는다. 이룡족, 서사족, 만랑족, 사슴족, 아무개족, 또 아무개족…. 다시 뒤를 이어 이번엔 없던 사람종의 모습도 빚어지기 시작하니, 이는 낭랑의 사소한 유희이다.

허면 낭랑께서 생명이라곤 사람만 빚으셨느냐, 그것은 또 아니거든. 보아라, 목신 주위에 날아다니는 저 나비 같은 것 말야. 벌레는 고독의 몫이 아니었냐고? 저건 그냥 나비가 아니라 달빛자락 끌어다 만든 미물 아닌 미물이다. 앞선 날 망향의 권속이던 흰 배추나비와 경원의 권속이던 노랑나비 추억하여 만들어 주심이라.

“인연이라는 것은 만들지 않아도 될까요?”

작은 목신이 월광나비 응시하다 낭랑께 물어왔다.

“왜, 누구 엮어주고파서?”

“나비를 보며 떠올린 건 맞습니다만… 지금처럼 창세할 때에, 인연 명하지 않고 자신과 타인을 만든다면 영영 서로에게 타인인 채로인지, 아니면 인연이 그 사이에 자연히 생기는 것인지… 가 문득?”

확신치 못해 애매한 목소리로 고하는 목신의 머리 위에 낭랑께서 생긋 웃으며 잠시 손을 얹었다 뗐다.

“영민한지고.”

뜻밖에 망향이 고하는 내용이란 것이 낭랑의 심중에 있던 고찰과 닿아있었다.

“내가 손을 떼면, 새로 난 뭇사람들이 인연 맺지 못할까? 어찌 생각하니, 망향.”

낭랑은 말세의 징조 도래한 뒤로 계속해서 생각해왔다.

내가 그 흐름 휘어잡을 필요가 있었을까?

신생 창세의 무아경에 도달한 뒤로 끊임없이 생각했다.

내가 그 흐름 다시 휘어잡을 필요가 있을까?

우리가 종세를 뒤로하고 천견을 뚫고서 지고천에 다다른 것도 마음을 발원으로 한 인연 덕분이었는데 말이야. 나는 그리 생각하지 않는단다. 그건 이치이고, 내가 개입할 필요 없는 일이었던 게 분명하거든.

그러니 너희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