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세 셋째 날
세상 열린 셋째 날 쯤 되자, 하계는 일별만으로도 제법 구색 갖춘 태가 났다. 염재는 인간들에게 불을 전해주었고, 정법신 둘이서 죄로써 질서를 세우고 이해와 연민을 가르쳤다. 목신은 뭇사람들 정주할 수 있도록 농경을 전수했고, 의선이 삶을 향한 강렬한 의지 심어주었다. 그동안 하늘 덮고 사람 만들어 이미 본분 도리 다한 낭랑께서는 무얼 하셨냐 하면은.
내 사랑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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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사로이 권능 쓴다고 감히 그 누가 손가락질 하겠는가? 빚을만한 것들 다 빚은 뒤에야 미련 떨치고자 몸부림치시는 것인데. 낭랑은 긴긴 세월 온 마음 주어 사랑했던 존재들을 차례로 새로운 세상에 불러냈다.
첫 정인은 인간이었다. 신과 인간이 보다 더 가까이 지내고, 달 역시 보다 땅에 더 가깝던 시절의 제사장이었으므로 월녀와 어찌 연이 엮였을지는 뻔한 노릇이다. 당시에 월녀는 그를 제 옆에 올려 앉히기 위해 달을 쪼개려고 시도했었다. 그러다 제 손으로 정인을 제일사사 앞에 꿇리게 되었지만.
두 번째 정인은 신령이었다. 기우는 혼사의 원리를 알고 나서 월녀는 신위 오르지 못한 이들에게 마음 주지 않기 위해 부단히 애썼다. 노력이 무색하게도 시절이 좋지 못했다. 둘째 절기, 하계의 격전지에서 가호로써 달빛 두르고 있던 신성이 흩어질 때 월녀는 광한전 유성못가에서 오열했다.
세 번째 정인은 신수 영물이었다. 꼬리 깃과 날개 아름답던 태진왕부인 모시는 영조였는데, 월녀는 이번에야말로 세태와는 무관하게 무탈한 사랑 할 수 있으리라 여겼다. 제 신위를 과소평가했지. 월녀가 영조에게 마음 준 만큼 무게추가 기울자, 영조는 제신들 사이에서 채이다 결국 스스로를 포기했다.
세 차례 마음 찢긴 월녀는 다시는 사랑 안 할 테다 이를 악물었다. 제 직분과 본질이 무엇인데 감히! 연의 흐름 엮어 연모지정 주관하는 월녀는 제게로 향하는 흐름을 모조리 틀어막고는 아닌 척, 남의 흐름에 집착했다…. 말단객신의 진언 없었더라면 아마 종세에까지 고집 부렸을 것이다. 지천명 겪고 난 월녀는 마치 아슬아슬하게 차올라 있던 둑을 무너뜨린 것처럼 끊임없이 사랑할만한 대상을 찾아 집요하고 지독하게 마음을 쏟아 부었다.
홍진 세상, 마음만 있다면야.
과거 반추하며 옛 사랑들 불러낸 낭랑은 이번에는 사슴족 어여쁜 큰따님 불러내 그것이 눈뜨기 전 한참을 어루만졌다. 그러고 나서야 세상으로 흘려보내니, 적당한 때 되면 북서녘 침엽수림에 다시 태어나리라. 마침내 마지막이다. 세기말의 천견에 횡사한 남녘 제천령의 무신은… 금번 세상에선 횡액 없이 신성 자연스레 이치 따라 스러질 것이다.
낭랑은 비로소 고개를 젖혀 긴장하고 있던 목을 쉬었다. 보아라. 결국 사랑이 세상을 다시 한 번 만들어내지 않았니.
신이 귀애할 만큼 아름다웠던 존재들이여. 다시는 신의 편애 같은 것 받지 말고 그저 평온하게 살다 저물지어다.
어느 누군가를 사랑한 탓으로 세상을 사랑하기엔 내 마음이 너희에게 지나치게 무겁지. 그러니 이번엔 반대로 해 보자. 나는 섭리 되어 삼라만상을 사랑할 테다. 영영. 네들 지척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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