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교

/ 圓

2022 ㄷ님 연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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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2월 20일

잘 자. 오후 11:34

2022년 2월 22일

오늘 날씨 좋더라. 오후 4:26

2022년 2월 25일

오늘 3시 강의 휴강이야. 그때 말하러 와도 돼. 오전 11:52

점심 챙겨 먹고. 오전 11:53


우리는 끊임없이 부딪친다는 죄로 사랑하는 벌을 받았네.

차라리 너와 죽도록 싸우고 싶어. 그 행동 하나하나에 질렸다고, 언성을 높이고 그렇게 거친 단면만큼이나 조각난 목소리로 자국을 내고 싶어. 얼마고 보듬어도 패어있는 흉만을 추억으로 간직할까 봐. 누구도 나서서 저지르지 않는 생각이 천천히 증발한다. 우리의 모남은 그저 그런, 보통의 울퉁불퉁함이었고 닿아있는 면은 반질거렸다. 불행히 행복하다느니, 흔들리지 않는 위태를 나 다시금 믿어보겠다느니 그깟 건조한 마음으로 네가 침식 浸蝕 시킨 표면이 손에 잡히지 않고 미끄러져. 네게로 뻗으면 손을 잡아 올 테지만 거둔다. 이지러지지 않는 마음이나 쉬어지지 않는 숨에게, 나는 살고자 그 말을 너에게 박았을 뿐인데.


둘이 만난 때는 정각이었다. 겨울을 이기고 떠 있던 해가 쓰러질 듯 비스듬히 걸렸고 너와 나는 우리의 걸음으로 기어이 걸어 나와 각자의 세계로 들어가 버리기 위해 서로를 마주한다. 부르면 불러지는 이름, 둥그런 발음새의 연인을 응망한다. H가 고질적인 음성으로 반복해 털어놓는 감정은 이유 모르게 두텁고 어딘가 엇나가 있는 것 같기도 해. 너의 오랜 친구로서, W가 답한다. 그래. 너의 지겨운 연인으로서, W가 덧붙인다. 그런데 왜? 희미한 발성도 아닌데 좀처럼 나아가지 않는 물음은 끝까지 너를 위해서였다. H야, 부르고 곱씹어도 닿았다고 생각하면 꺾이는 우리의 사랑아, 우리가 발 딛고 서 있는 곳은 어디인지. 우리를 끌어당기는 힘은 또 무엇인지. 한숨 뱉는 입술은 부딪혀 걸릴 일 없어 부드러운 말만 말하는데도 부르텄다. 모르면, 그렇구나. 차라리 이 적막이 한없이 불편하길 바랐다. 네가 없을 며칠 동안 톺아볼 까마득한 너와의 시간이 별것 아니게 되기를, 자주 스쳐 보냈던 생각이 또 눈처럼 내려앉았다.


찰칵찰칵 돌아가는 영사기 소리. H는 어두운 방에 혼자 가라앉아 있다. 텅 빈 방 벽 위에 철 지난 영상이 찬찬히 퍼져간다. 그 안에서 H 항상 달리기를 했다. 돌고 돌아서 원점으로 되돌아오고야 마는 걸음마다 찬바람이 엤다. 머리칼이 투둑 떨어지거든 눈 앞을 가리고, 쓸어넘기면 낯선 감촉이 손가락 새로 감아오는 것 그대로 휘청이기 전에 내디뎠다. 다음, 다음. 깜박이며 화면이 바뀔 때마다 방 안을 무딘 색들이 채웠다. 가만히 멈춰있는 H의 손등, 팔, 뺨이며 동그란 안경에 난반사하는 빛. 기댄 등에 미지근한 온기가 머물렀다. 내일의 일정을 알리는 폰 화면이 네모나게 반짝이다 사라졌다.


H는 오래전 W가 했던 말이 생각났다.달은 마냥 둥근 게 아니라 크레이터로 군데군데 움푹하대. 다들 어릴 적에 달이 치즈로 만들어졌다거나, 토끼가 방아를 찧는다고 생각한 적 있지 않느냔 시답잖은 화제가 돌 때였다. 대부분은 소행성의 충돌 때문이래. 재밌지 않아? 그렇게들 환상을 가지고 거기에 가보겠다고 애쓰던 둥근 보름달이 그렇게 반질하고 예쁜 것도 아니라는 게. 야, 몇 살 때 얘기냐. 여덟 살인가... 달 울퉁불퉁한 거 지금은 알지, 누가 바본 줄 알아. 아스라한 웃음에 섞이던 실없는 소리들 중 그게 유독 기억이 났다. 이상하게 간직하고 싶은 말들이 있었다. 켜켜이 쌓인 사랑으로 분류된 언어들과 아득하게 잊히지 않는 순간들이, 비록 덮여서 그 아래에서만 살아 숨 쉬더라도, W는 그게 사랑이라고 말했었다.


너에게는 견뎌내는 것이 그리고 나에게는 참아내는 것이 사랑이라면 전율하지도 진동하지도 않는 진공을 밟고 어쩜 달까지도 갈 수 있을지 모른다. 열렬히 욕망하지 않고 미비하게 확실한 버팀목 따위를 중력이라 부르며 닳아가는 환상에서 지구의 서른 배를 넘는 시간을 살아낼까. 살아낼 수 있을까.


달의 주기마다 띄엄띄엄한 연정과 마르지 않는다 믿고 싶은 애정,

모습을 온전히 드러내면 우리는 겨우 이해라는 게 안 돼서 자기 자신을 파먹음을 인정하고,

우리의 지난 발자취가 그리하였듯 과거가 미래를 이끄네.


지금 당장 연락을 보내더라도 W는 답을 보내줄 거였다. H와 W 둘 다 알고 있었다. 고작 그게 좋아서 둘은 여즉 사랑을 했다,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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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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