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월의 도서관

[GL]선물 고르기

1차 GL 자캐 페어 리엔세라 : ㅌㄹㅌ님 커미션 샘플

이건 그러니까, 나를 위해서 하는 일이다. 정말로 단순하게도. 세라엘은 마음속으로 똑같은 말을 계속 되뇌며 화려한 색감의 옷들 사이를 헤집었다.

─와인색 드레스. 이건 리엔시에를 더욱 고급스러운 경지로 끌어올려 주겠지만, 리엔시에의 취향과는 거리가 멀다. 감청색 치마에 하얀 블라우스. 평소에 입고 다니는 교복과 똑같은 분위기라 식상하다. 연분홍색 바탕에 금색 레이스가 휘황찬란한 미니 드레스… 이건 너무 애들 옷 같고.

“내 미적 기준에 부합하고 리엔시에의 미모를 돋보이게 해줄 만한 그런 옷이 어디 없으려나.”

가게 선택이 잘못됐나? 하지만 소냐에게 듣기로 이 근방에서 가장 인기 많은 곳이라 했는데…

“뭐 찾으시는 거라도 있으세요, 손님?”

“...”

심각한 표정으로 옷 앞에서 고민 중인 세라엘을 보다 못한 가게 직원이 나섰다. 그녀는 세라엘의 모습을 찬찬히 훑었다. 조금 헤진 하급 수행 수녀복. 신전 근처에서 사는 사람이라면 몰라볼 수 없는 복장이었다. 길거리에 흔하게 보이는 이들이 바로 수행 중인 하급 수녀들이었기에. 그녀들은 보통 삼삼오오 몰려다니며 수다를 떨거나 남들의 흠을 잡고는 했다.

신전 근방의 잘나가는 옷 가게 ‘릴리 그레스’의 오너인 아마릴리스는 세라엘의 옷차림을 보고는 속으로 제가 모시는 고위 수녀의 옷이라도 고르나 지레짐작했다. 꼴을 보아하니 딱 그쪽이었다. 사실 그녀가 변장한 성녀인 줄도 모르고.

“으음… 공작가의 영애가 입을 만한, 우아하고 고급스럽고 아름다운데다 차분한 느낌이 드는 어두운색 드레스가 있을까?”

“……”

“휘황찬란한 거 말고.”

손님이 아니라 휘황찬란하진 않지만 우아하고 고급스럽고 아름다운데다 차분한 느낌이 드는 어두운색 드레스를 찾는 진상이었나. 게다가 나이도 어려 보이는데 계속 반말까지. 아마릴리스는 애써 웃는 표정을 유지하며 방금 들은 말 중 신경 쓰이는 부분을 캐치해서 답했다.

“...공작가의 영애시라고요. 이 나라에 공작 가문은 딱 하나뿐인데. 설마 제가 생각하는 그 분이 맞으실까요? 손님.”

세라엘이 고개를 끄덕였다. 어린 성녀의 에메랄드빛 눈동자가 반짝였다.

“맞아. 세상에서 유일한 혼혈 영애. 내가 그 사람을 좀 알거든.”

지금은 5월의 마지막 날. 곧 있으면 더운 여름의 시작을 알리는 6월이었다. 리엔시에의 생일이 있는 달이기도 했다. 세라엘은 지금 난생처음 생일 선물이란 것을 고르던 참이었다.

[일반 글 커미션]

오월의 도서관 - 하련의 시집 타입

- 키워드 : 쇼핑 / 선물 / 생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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